글
슬프다. 공허하다. 언제나 나에게 시련은 찾아오곤 했었지만 이런적은 처음인거 같다. 아니 처음은 아니지.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던 시련이라고 말 할 수 있던 적이 있었다. 사랑을 알고나서 겪은 첫 시련,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던것 같다. 너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그렇게 혼자 몇시간을 넋놓고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그후로 한참동안 너의 모습을 볼때마다 나를 옥죄어오던 너를 향한 갈망, 그 이룰 수 없는, 인간 참을성의 한계점까지 나를 몰아갔던 그 갈망. 사랑? 집착? 정의 내리고 싶지는 않다. 어쨌던 나에게 죽을만큼 힘든 고통을 주었던 그 감정. 그때의 나로서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그런 사랑이었기에, 우울증과 함께 나를 나락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었던 그런 시련이 있었지. 그래, 이제야 다시 기억이 난다. 비록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 기분과 감정 모든것이 똑똑히 기억이 났다. 지금의 기분도 마찬가지겠지. 무엇이 더 힘들었는지 우열을 가리고 싶지 않다. 자랑하고 싶지 않다. 사람은 상처를 남에게 보여주면서, 사실은 자랑하면서 못내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얼마나 무익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상처를 자랑해봤자 타인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일이다.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이 밖에 없다.
참 미묘한 감정이다. 너를 보고싶은데, 너를 한번만이라도 더 만나고 싶은데, 아마 영원히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텐데, 막상 안보고도 너를 그리워하지 않고도 잘 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사랑? 집착? 그 정의내릴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모습이다. 너를 안본지 벌써 세달이 넘어가고 있다. 니 얼굴이 슬슬 잊혀져 가고 있다. 너와 만든? 아니 너를 기억하고 있는 나만의 추억들도 하나둘씩 잊혀져 가고 있다. 너를 향한 애절함도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지우지 않아도 잊혀지는 감정이라는건 절실하지 않기 때문일까? 그런 조금은 세속적인 고민을 몇일간 했던 기억이 있다. 역시 이것도 사랑? 집착? 알수는 없지만, 그냥 내맘대로 나는 아직 너를 원한다고 결론내려 버렸다. 그것이 자기 합리화일지, 아니면 내 속의 진심인지는 전혀 알수가 없다. 이상하고 미묘한 일이다. 대체 나조차 알 수 없는 사랑? 그게 사랑인가?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첫사랑도 이보다는 확실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간절했는데, 몇달간 보지 못했기 때문으로 원인이 추측되는 나의 이런 상황이, 과연 나의 진심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나를 변화시켰다. 어디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건가? 그냥 이대로 아닌게 되어버리면 되는건가? 쓸데없는 고민? 망상? 잊혀진 진실? 하루에도 10번씩 물음표를 만들지만 마침표는 어디에도 보이지를 않는다.
지나치게 감상적인 모습은 나중에 제정신일때 보면 꽤나 우스꽝스러운 경우들이 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지고 싶지 않은 모습, 지나치게 감상적인 모습, 모두가 내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웃는다. 아니 웃을것이다. 머리에 돌맞지 않는 이상 내 모습은 된장녀의 싸이에 매일 올라오는 김제동식 명언모음집 수준 이상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모르겠다. 되도않는 러브스토리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순정만화 하나쯤 열렬히 선망하는것도 아니다. 난 그냥 사랑을 한다. 물론 조금은 무식해 보이겠지? 이게 지나치게 감상적이라 느껴진다면 나도 할말은 없다. 하지만 종종 이상은 우스꽝스럽기 마련이다. 현실이 아니라고 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은 나를 모를뿐이다. 난 이게 나의 현실이다. 난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이라 결정해버렸다. 하지만 내 현실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도로 우스꽝스럽게 된다. 이미 이만큼 와버린거 별수 없기는 하다만, 그래도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할말이 없다. 그것이 제일 두렵다. 너를 알게된 단 두달의 시간동안은 내 이런 현실의 모습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기간이었다. 네가 나의 현실을 이해해 줄꺼라 생각하는것은 로또당첨쯤의 확률일 것이다. 계산적이지 말아야 한다지만, 계산하지 않고 사는것 만큼 무식한것이 또 있을까. 일년, 이년이고 함께 했던 사람들도 내 모습을 보고 도망치곤 했는데, 너에게 나의 이런 모습을 이해시키고자 한다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짓이 아닐수가 없다. 난 너를 알지 못한다.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너를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너를 알면 너의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할텐데, 나는 너를 단 두달치 인연밖에 알지 못한다.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넌 떠났고 난 남았다. 넌 나를 버렸고 난 버려졌다. 너를 보지 못하는 것이, 너와 말하지 못하는 것이 괴로운 게 아니다. 너를 더이상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나를 너무나도 괴롭게 한다.
편지를 쓴다. 너에게 답장을 받기 위해 편지를 쓴다. 너는 나에게 주소 하나만을 남겨두었다. 니가 있는 곳의 주소를 알고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너를 모르는데, 너를 알고 싶은데,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편지지를 펴놓고 몇일간을 도로아미타불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너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네가 떠난지 네달간의 공백이 정말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간격을 좁힐 수 있을까? 결국 내가 너의 마음을 얻게 되지 못해도 좋다. 다시는 니가 나를 만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너와 좀 더 가까워 지고 싶은데, 우리 사이 넘을 수 있는 담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너와 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엄청난 강이 흐르고 있다.
그래도 쓴다. 편지를 써야한다. 강을 건너지 않고 이대로 멍하니 있자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한다. 마지막, 마지막이라면 포기할 수 있을까. 더이상 남에게 이상을 강요하는 것도 알고보면 이기적인 짓이다. 그래도 마지막이다. 너에게 피해주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내 이상을 딱 한번만 강요해보고 싶다. 기껏해야 귀찮아 하는 거겠지. 귀찮으면 귀찮게 안할꺼다. 난 눈치도 없고 지지리 복도 없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답장을 받고 싶다. 조금은 긴 답장, 너를 알려주는 답장, 너의 모습이 나와는 영영 만날수 없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그런 답장. 눈물이 마를때까지 울어야하는 슬픈 답장이어도 좋다. 너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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