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여성정책팀 인터넷폭력조 첫 번째 회의록
2007년 3월 10일
* 회의내용
1) 실명제의 한계
날로 심각해지는 인터넷 상의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전반에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악플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의 잇따른 발생으로 결국 지난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됨으로써 2007년 7월부터 제한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 인터넷 실명제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포털의 경우 게시판 등을 설치 운영할 때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의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는 싸이월드나 기타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실명제가 채택됐을 때의 결과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게 되도 막말이나 본문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댓글이 올라오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게시판의 질서 정도는 사이트 자체가 게시물 질서에 관한 어떤 규칙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주민번호 도용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실명제가 확산된다고 해도 타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하여 ID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게시물의 작성자 이름과 실제 작성자의 일치를 확신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번 7월에 시행되는 인터넷 실명제는 누리꾼이 쓰는 글마다 실명이 붙는 것이 아니다. 해당 법률은 사이트의 가입시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거치는 절차를 골자로 하고 있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명제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실제 적용되는 사이트도 포털, 언론 사이트 28개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본인확인절차를 거치고 있어 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 여성과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찬반논의 중,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여성 쪽에서 상당부분 나왔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 부당한 폭력을 당하는 쪽은 일방적으로 여성일 경우가 많으며 (음란이메일이나 스토킹 etc.) 댓글 문화에서도 여성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상화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즈음 범람하는 개똥녀, 간석동녀, 엘프녀 등등의 ‘모모녀’ 신드롬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이다. 이렇게 여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기존에 표현의 자유 침해를 들어 반대했던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명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의 손쉬운 노출을 가능하게 해 누리꾼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유도한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한 줄의 댓글마다 그 글을 남긴 누리꾼의 성별을 알 수 있게된다면, 오히려 여성 누리꾼들은 쉽게 다른 누리꾼들의 공격대상이 쉽게 될 수 있다. (실례로 군대문제를 토론하는 게시판에 여성 누리꾼이 글을 남기면 군대갔다오지 않은 여자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는 건전한 토론문화를 저해하는 요소이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각종 범죄의 대상으로 표적이 되어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실명제로 올바른 인터넷문화가 정착된다면 여성의 불이익도 따라 줄어들겠지만, 인터넷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에 실제 사회에서보다 언어적 양성평등 문화의 수준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을 놓지 않을 필요가 있다.
제한적 실명제를 거쳐 실명과 정보가 공개되는 완전한 실명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인 바, 실명제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대안이 절실하다 하겠다.
3) 대안논의
① 사이버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이버 사회의 규칙을 정할 때, 이에 대한 두가지의 시각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이버 사회를 기존 사회의 일부로 보아 사회의 법률과 규칙, 도덕성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이버 사회의 특수성을 인정해 그 세계 자체의 법률과 규칙, 도덕성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도로 전파가 가능하고, 익명성의 수혜로 일반적인 규칙과 처벌 기준으로는 일반사회 수준의 도덕성 담보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 ‘누리넷’은 후자에 방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시켰다.
②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의 확대된 역할 필요
사이버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 세부적으로는 게시판 단위의 관리자의 역할을 확대시켜, 일정 기준에 못 미치거나 사이버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그 책임소재를 관리자에게 물어 해당 사이트나 게시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 사이트나 게시판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금전적 지원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격려할 수 있다. 관리자의 관리 지침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a. ID등급제
이는 인터넷 까페, 클럽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를 인터넷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방법이다. 모든 사이트마다 준회원, 정회원, 우수회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의 단계를 많은 수로 두지 않도록 해도 경고회원제는 반드시 채택하도록 한다. 질서에 어긋나는 언행을 한 회원은 관리자가 경고를 하도록 해, 쓰리 아웃(three out, 세 번 경고시 강제 퇴출)시키도록 한다. 이 등급 관리의 핵심은 회원의 등급을 회원의 아이디가 노출될 때마다 알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고회원이 글을 쓸때에는 작성자 아이디와 함께 경고회원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함께 나타나도록 하여 해당회원의 글은 수준 높은 감시의 대상이 되도록 유도한다. 이 제도는 기존 까페나 클럽 등에서 검증이 된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
b. 연령등급제
영상물 등급제처럼, 각 사이트나 게시판별로 연령 기준을 두는 방안이다. 이 방안도 기존 까페나 클럽 등에서 검증된 방안이다. 기존 영상물의 등급과 비슷하게 전연령이용가, 7세, 15세, 19세 더 나아가 더 세부적인 구분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 나이별로 관리되는 게시판은 이용자에게 소속감을 가지게 하여 올바른 댓글 문화를 만드는 경향이 있고, 관리도 용이하다. 이는 본인 확인과 연령확인을 거치는 데 실명제와의 연계가 필요할 것이다.
c. 사이버 수사대의 확대
- 인력확충: 현재 사이버 수사대가 창설되어 운용되고는 있지만, 그 활용 정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사이버수사대에서 인터넷을 보다 강도 높게 감시하고 누리꾼의 수사대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모로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인터넷을 용이하게 감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거대규모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인력확충의 방안으로는 1) 사이버수사대 자체의 증원 2) 아르바이트 생 고용 3) 대학생 자원 사이버 감시단 모집 등이 있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안은 고용창출과 대학생들의 경력 쌓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 사이버 수사대의 자율권: 현재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누리꾼이 피해를 보았을지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고발을 하지 못해 구제를 받기 힘들다. (실제로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여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를 완화하여 인터넷 범죄에 대한 사이버 수사대의 활동 자율권을 부여하고 피해자의 고발이 없더라도 수사대가 범죄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에 대한 비친고죄로의 전환도 고려해볼만한 사항이다.
- 사이버 수사대 링크: 각 사이트마다 신고기능과 사이버수사대로의 링크를 필수로 두도록 한다. 이로 신고 문화와 사이버수사대의 활용을 독려할 수 있다.
d. 성폭력법과의 연계
사이버 범죄는 언어적 성폭력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성폭력법에서 인터넷 상의 성폭력을 다루어, 이를 규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여성들의 피해를 막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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