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ex and the City는 유일하게 전편을 다 본(게다가 두번 이상) 미드이다.
그  재미있다던 미드들 주변에서 여러번 권한적 있지만
이상하게 10화를 넘지를 못하는 편이다(그만큼 드라마를 진득하게 못본다는 반증이겠지만)
뭐 암튼

예전 케이블에서 하던걸 종종 보던게 눈에 익어
언젠가 통채로 다운받아 보기 시작하던것이 처음이었다
뭐 어린마음에 드라마 제목이 야해보여서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의 매력은 다른곳에 있다는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드라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캐리의 나레이션은
이 드라마의 컨셉을 가장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장치이다
이 드라마는 이야기는 있지만 그 이야기가 저 상류에서 시작되 바다로 나아가는
스토리 전개식의 일반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한화 한화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담겨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가 진행되고
그리고 매 에피소드 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속의 일상, 성,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냥 그림책 넘기듯 넘겨짚고 마는게 아닌, 문제를 내고 답을 푸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 져 있다는것
그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언제나 가지고 있는 그런 평범한 질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무수한 노력을 하고 있는 일상의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가 일종의 예시를 보여주고 모범답안을 만들어 주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전부 여성인 탓에
그러한 희열은 순전히 도시생활을 하는 30대 초중반의 여성들만이 쉽게 느낄 수 있으며
사실 나같은 20대 초중반의 남성이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게 정상이다.

사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다른데에 있다
캐리의 일상, 미란다의 일상, 샬롯의 일상, 샤만다의 일상은
오히려 나에게는 그냥 부차적인 드라마속의 장치로 느껴질 뿐이고
내가 흥미있게 관찰하는 부분은 주인공들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남자들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귀다 어떻게 헤어지나의 이야기 이다
이 드라마는 여자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가장 가까운곳에서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즉 이러한 남자 타입은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저러한 남자들 앞에서 여자들이 어떻게 행동을 하는지

여자들끼리의 은밀한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희열에서 나는
이 드라마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4부 이후 그저그런 멜로 드라마가 되어버린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그 큰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는것은 뭐 불행중 다행이랄까)

2. 아내가 결혼했다를 얼마전 동호회 사람들 열명쯤과 함께 단체로 관람을 했다
뭐 본사람들은 알겠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두 반응이다
"이런 쓰레기 영화가 있어?"와 "이런 신기한 영화가 있어?"
(네이버 평점이 6점쯤 되는데 그 이유가 절반은 1점, 절반은 10점을 찍어서 이다 ㅋㅋ)

우리 그룹들은 역시나 남자들은 다 욕을 입에 달고 영화관을 나왔으며
여자들도 대부분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백만개를 그리면서 어물쩡하게 나왔다

뭐 맞는 말이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사실 나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 4년전쯤 아는 후배를 통해서 미리 접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소설로 일부일처제 문제에 대한 토론을 했었는데
나는 당시 워낙에 일부일처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토론이 되질 않았지만

몇년이고 지나서 다시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마지막 바르셀로나 장면까지 완벽하게 몰입해 가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람핀 여자의 망나니 짓 콤보세트'도 아니고
'손예진에 미친 어리버리 남자의 진상짓 콜렉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부일처제에 대한 사회를 향한 정면 비판'도 아니라고 본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가장 큰 주제를 말한다면 난 '결혼제도에 대한 재조명'이라 보고 싶다.

결혼에 어떠한 선입관도 없었던 여자 주인공이 결혼을 하고
사랑과 결혼을 결합시키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결혼생활을 남편에게 오히려 역제시한 영화
그 속에서 사회의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 영화
나는 이 영화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영화를 좋게보건 나쁘게 보건 모두 이 물음에는 다들 동의를 했다
"평생 한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건 어려운 일이다"라는 것
그럼에 바람피는 남편도 존재하고 바람피는 아내도 존재하는 것이라는건 누구나 아는 사실

우리는 바람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는 종종 보면서
(그리고 아무런 거리낌없이 즐기면서)
왜 이 영화는 그렇게도 거부를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생각해 봐야 할꺼라 본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책임을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해서 바람을 나쁜것으로 만들어 버리느니
인간의 본성에 충실하여 결혼이란 제도를 재조명 해보는게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선입관이 있을테고, 실제로 영화처럼 할 수 있을꺼라는 자신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결혼이 멀리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더 옳은 방향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한테 농담삼아 한 말이 있다
"영화속의 손예진이 내 부인이라면, 그리고 김주혁을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 준다면
다른 남편이 한다스는 더 있더라도 결혼해야지~"

뭐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남자들 ㅎㅎ

3. 정이현 소설을 처음 본건 친구가 추천해준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책에서 였다
나를 잘 알고있는 친구중에 하나인데 그 친구가 나한테 그 책을 추천하면서
'나는 별로였지만 너는 재미있어할꺼 같다'라 그랬던거로 기억한다
뭐 역시나 빌리고 나서 3일만에 후딱 읽어 버릴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에 서점을 갔는데
정이현씨가 유명해지게 된 대뷔작 "낭만적 사랑과 사회"라는 책이 보였다
첫장만 읽었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생긴거도 괜찮고 의대에 다니구
무엇보다 키스를 엄청 잘해서 맘에드는데.. 차가.. 차가 없다;;
그래서 별로 학력도 안좋고 생긴것도 별로이지만
스포츠카를 끌고 다니는 다른 남자 하나를 더 만난다
뭐 대강 그런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보자마자 아 이거 참 재미있네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 부분이 인상깊어서 이다)
사실 나는 차가 전혀 필요하지도 않으며(대중교통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면허도 없지만
만약 내가 잘생기고 의대에 다니고 키스를 잘한다 할지라도
차가 없으면 여자들은 불편해서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거

여자들의 그런 사고방식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달콤한 나의도시를 읽으면서도 그런 희열이 조금 있었다
세명의 남자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
남자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여러가지 따져가며 이미 생각하고 있고
그속에서 살아남는 남자들은 결국 여자들의 마음에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 마음속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책이 바로 정이현씨의 소설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Sex and the City가 된장녀 드라마라고 욕하는 남자들도 있고
아내가 결혼했다가 여자들이 바람피려고 별짓을 다하는 무책임한 영화라고 말을 하는 남자들도 있고
정이현씨의 소설을 여자들 허풍이나 채워주는 바람같은 소설이라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겠지만

어쨌건 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여자들이 바라보는 남자의 시각은
이렇게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보지 않으면 익숙해지기 조차 힘든 그러한 세계인 만큼

이런것을 무조건 버리지말고 흥미있게 보는것은 꽤나 재미가 쏠쏠한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이런 내용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생각도 역시)

뭐 이미 마초적 성향은 진작에 버리려고 노력하고
여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한껏 즐거움이 들려버린 이상
이런 이야기들을 남자들의 세계에서 터놓는다는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절반과 싸우지 않고 타협하며 살아가는게 더 바람직한 일이라면

남자들도 이런 세계에 조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뭐 꼭 생기고 싶어서 그러는건 아니고;;;)



by 태방 2008. 11. 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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