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늘 새로운 댄스스포츠 동호회에 다녀왔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기분좋게 술자리도 가지고 좋았다
나는 신입생이었으니까 자연스레 내 이야기도 종종 나오곤 했고
가장 핵심 이슈는 세가지 정도였다
포항공대 다닌다는거, 춤 구력이 1년반쯤 된다는거, 그리고 스물셋이라는거
원래 댄스스포츠를 즐기는 연령층이 좀 높은 편이긴 하다
스물셋 달고 학교에선 왕선배지만 여기서는 완전막내다
다들 내 나이를 부러워 하셨다
저때로 돌아가면 뭐든지 할 수 있을꺼 같다는 말
나도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
젊다는거 참 부럽다는 말 여러가지 말들을 들었다
오는 길에 버스에서 1학년스러워 보이는 그룹들을 봤다
여자애들 셋쯤 되 보였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핸드폰을 돌려 보며
깔깔깔대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남자 이야기겠지? 아님 엉뚱한 문자라도 왔나?
문득 내가 알고있는 1,2학년 애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신입생이라 다들 기쁨에 찬 모습들부터
전공공부에 치여가면서도 가득한 방학계획을 주체못하는 그 모습들
죽을둥 살둥 연애하는 애들, 해외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냥 무작정 어디에든 뛰어들기도 하고
열정 패기, 넘치는 의욕을 주체 못하는 그들
좋으면 하고 즐거우면 하고 땡기면 하고
밤새고 술먹는데 시간과 돈을 퍼부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던 그 시절을
너무나도 가득차게 보내는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른 나이에 내 나이를 보기에는
아니 내가 서른이 되어서 스물셋을 볼때 기분은
음 그렇다 정말 지금까지 보낸 이십대들을 다시 돌려놓는다면
뭐든 할 수 있을꺼라는 기분이 들만도 참 그때가 그립다는 추억도
다 느껴질만 하다 아니 그게 사실이다
나 아직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무궁무진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고
또 그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내 맘대로 설정하고 가늠하고
거기에 투신하고 도전하는 그런 나이이다
아직 미래가 창창하고 시작하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것들에 투자하고 또 노력할 수 있는 그런 나이이다
스물 나이에 내 나이를 보기에는
한풀 꺾여진, 미래를 계산해야 하는 나이이다
취직 준비도, 졸업 준비도, 학점 관리도, 커리어 관리도
모든것이 미래에 대한 준비로 점철되는 나이
지금의 나 역시도 군대 문제, 취직 문제, 진로 문제들로
나날들마다 골머리를 싸매고 있음이 여전하며
내 나이 또래, 내 학년 또래 모든 사람들이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열정을 하나둘씩 놓고 있다
아니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곳으로 열정을 옮겨놓았다
아직 내 나이는 열정 자체는 넘쳐 흐르는 나이니까
나는 포항에서 열아홉부터 스물둘까지를 보냈다
포항도 재미있고 살만한 곳이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포항공대, 남들이 모두 부러워 하는 그런 곳이다
거기 다닌다는거 분명 '이 사회에서는' 대단하다고 인정받을 만한 것이며
나 역시도 그 점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난 분명 열아홉부터 스물둘까지의 내 주체못할 청춘의 폭발적 시기를
잃어버린건 사실이다
내 열정을 동아리에, 교편위에, 학과일에 쏟아부었다
내 열정을 우정에, (짝)사랑에, 그 외의 나의 중요한 모든 일상에 쏟아부었다
고민도 많이하고, 생각도 많이하고, 혼자서 짓껄인 말만 수억단어가 넘는다
나에겐 엄청난 열정이 있었고 그것을 주체하지 못하도 마음가는데로
넘쳐흐를 정도로, 폭발할 정도로 나는 분명 발휘했다
하지만 그곳은 조금한 지방 단과공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 열정은 나에게 아무런 즐거움도 꿈도 이상도 해방감도 만족감도
그 어느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환경이 어려웠고, 상황이 어려웠으며, 내 열정을 이해해주는
그 어떤 사람도 내 곁에 끝까지 남아주지 않았다
노력과 열정이 있으면 항상 결실이 있는 법인데
유리병 속에 갇혀진 시든 장미속에서 난 산소가 떨어질때 까지 내 열정을 쏟아붓다
거기서 질식해 죽어버리고 말았다
어디가서 호소할 곳도 없다 이런말 하면 미친놈 소리나 듣는다
교편위는 나를 선배로서 존재할 공간조차 철저하게 지워버렸으며
총학선거에 나갔지만 버러지같은놈에게 패하고 자치단체는 버러지집단이 되어버렸다
동아리? 그래 동아리는 좀 나에게 무언가를 남겨주었구나. 그나마 기쁜 점이다
사랑.. 사랑은? 내 그 미칠듯한 열망속에서 내 사랑은 내 절실했던 사랑은
어느 누구하나의 가십거리도 될 수 없는 그런 버러지같은 곳에 쭈그리고 숨어 있다
터질듯한 심장을 몇번이고 가라않히는 동안, 주변에서는 내심장이 터지던 말던
저런 이상한 놈은 이놈의 코딱지 만한 공대에서 공부는 한하고 뭔 또라이짓이냠
이라고 생각하며 나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아니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난 스물셋을 맞이했다
난 스물셋이 되면 좀 해방감이 있을줄 알았다
나도 안정을 찾고, 미래를 찾고
이제는 좀 나의 인생을 가다듬을 시기가 왔으면 했다
하지만 스물둘까지의 인생은 나에게 결국 나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으며
몇년간 오히려 욕구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나가
나의 열정에 대한 쓸데없는 오해와 집착만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
남에게도 나에게도
그것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난 스물셋을 맞이했다
사회는 나에게 인생을 책임지라 말하고
서른들이 부러워할 앞으로의 6년을 나는 후회하지 않도록 계획해야 하며
스물에게는 이것이 이 사회가 너희에게 물려줄 유산이구나를 보여주어
그들이 마냥 폭발하는 인생을 살지 않기를 친히 알려주어야 한다
난 스물셋까지 아무런 해방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하고 싶은거 다 하고 후회없이 미래를 준비할 상황이 아닌데
아직도 하고 싶은거 갖고 싶은거 너무나 넘쳐 나는데
나도 아직 밤새 사람들이랑 술먹고 퍼질러 이야기하고 놀고 싶은데
나도 아직 총학회장 나가서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고
그들의 일꾼이 되어 1년간 후회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나도 정말.. 정말.. 너무나도 후회없는 끝내주는 사랑을 하고 싶은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정말 후회없는, 기쁨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그런 애절한 사랑을 할 수 있는데
나에게는 이제 미래를 차근차근히 생각하라는 이 사회의 지령이 내려졌다
다들 그 서른으로 향하는 지령을 받고 스물셋 미션 완료를 외치고 있는데
난 도저히 완료한 미션을 찾을수가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
애취급 해도 좋다
그래도 변명을 좀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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