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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을 봄날은 간다라고 할라다가

이나이에 벌써 봄날이 갔다고 하는건 건방지고 해서

어색하지만 초봄이 끝나간다 정도


취직이 확정되었다

집근처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엘씨텍

8월 6일 첫 출근에 앞으로 수습기간 3개월 후 최소 34개월간 함께 일할 회사다

1년만에 잡아보는 전공이라 잘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적응의 신이니 걱정은 안한다 금새 회사에 녹아들겠지


약 한달간 해온 대학생 정치참여위원회 건설준비위 상임위원 직은 명예직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상임위원 그만둘레요 라고 할 상황도 아니고, 그러기도 싫고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얼굴 비치면서 계속 활동 하고 싶기도 하고

어짜피 상임위원이라고 대단한 자리도 아니고, 그게 뭐 나에게 큰 이력을 주는거도 아니고

지금은 그냥 산업기능요원 군 복무중인 회사원에 불과한걸


벌써 7월이 끝나가고 8월이 다가온다

12월 말에 포항에서 상경한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1월에는 모의국회도 하고 여성정치리더십캠프도 다녀오고

3, 4월에 방황도 하고, 아니 5월까지도 방황했던거 같다

아까운 시간들, FM이나 실컷했었지 책도 읽는둥 마는둥

음악은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내 mp3에 있는 5기가가 넘는 음악들이 지겨워 졌으니

6월에 만난 동학이형과 무작정 시작한 대학생정치참여위원회

한달만에 주도적인 역할에서 발을 뺄 때가 되었다


꿈같은 나날들

포항에서 겪지 못했던 수많은 경험들

너무나 좋은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너무나 즐거운 시간들

그 시간속에서 행복에 겨워 언제나 웃음짓던 수많은 순간들

'서울 사람 이에요'를 가슴에 담으며 23년간 억압된 인간을 탈피하고자 않던 고민들 고뇌들

세상의 중심은 아니더라도 언저리쯤에서 매일이고 외치던 사랑 사랑

난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스무살의 인생을 살고 있구나라고 눈물겹도록 행복해 하는 이 순간에

산업기능요원 편입이 확정되었다


회사에서 출근 통보를 받고 당사로 출근하는 길에서

군포역 매일마다 서는 그 자리에서 기차길쪽 풀밭을 바라보며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던 그 풀밭을 바라보며

내 가슴속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리없는 눈물, 몇주전 집에서 아침먹다가 뜬금없이 펑펑 눈물을 쏟은 이후로

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들을 보며, 적당히 흐려 시원한 날씨에

나는 가슴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 대학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공부만 쳐 하던 대학생활

3학년때 우연히 가게 된 정치아카데미, 새로운 세계의 만남

4학년동안 야인처럼 포항을 서성이다 6년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단 7개월 동안의 꿈같은 시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했으며 수많은 사랑을 하였지만

결국 나는 다시 모든것을 리셋하고 군문제 해결을 위해 3년간 회사원이 되야 한다


회사도 재미있을 것이다

주말에 시간도 있을것이다

그냥 군대가는것 보다야 훨씬 나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그 시간들

꿈같던 시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이

내 아껴왔던 스무살 청춘의 열정을

이제와 분출하고 터트리고 있었는데

그것과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

멋모르고 사랑해왔던 많은 시간들

이제는 다시 정비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었는데

학생이 아닌 돈벌어야하는 회사원으로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것이


군입대도 아니면서

군입대 하는것과 같은

뜨거운 청춘의 눈물을 남몰래 흘리게 만들었다

by 태방 2007. 7. 30.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