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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겠니 - 윤건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온 길도 그 한번은 바랬어 / 그립던 그날이 차라리 쉬웠던 삶이란걸 몰랐어
그 누구 보다 눈부신 사랑 오직 널 감싸고 있는데 / 알면서 자꾸 비틀 거리며 너만을 기다리고 있어
나 아닌 사랑을 잊을때 / 내게 오겠니 _

살아서 단한번 볼수만 있다면 다 될거라 믿었지

그누구 보다 눈부신 사랑 오직 널 감싸고 있는데 / 알면서 자꾸 비틀 거리며 너만을 기다리고 있어..
나 아닌 사랑을 잊을때 / 내게 오겠니 ..

내게 오겠니 ...

집을 나올때마다 가장 고민하는것 중 하나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이다. 보통 약속장소로 가는데는 한시간 정도 걸린다. 그 동안이면 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낮시간에는 좀 비장해지고 싶어 힙합을 들었다. 지금은 뭘 들을까? 실험을 한번 해본다. 나는 지금 슬프다 하지만 우울하지 않다. 우울해 질 음악을 골라본다. 사람은 생각보다 하찮은 동물이라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기분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러 우울해질 음악을 골라본다. 우울해 질까? 이번에도 우울해 질까? 아니다 우울하지 않다. 성공이다. 귀속을 가득 채우는 윤건의 목소리는 나를 우울해로 이끌어 내지 못한다.

다행이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든다. 아무리 우울한 노래라 할지라도 나를 우울하게 하지 못하면 그냥 좋은 음악일 뿐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책이 재미있어서 인지 우울하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언제나 지하철의 리듬은 긴장을 풀어준다. 덜커덩의 리듬은 무언가 기계속에 들어있는 나를 조금은 한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심하다기 보다는 한량하게 만든다. 괜히 등을 죽 빼고 한숨쉬며 앉아 있으면 머릿속의 고민들이 다 풀릴듯한 기분. 그 기분에 젖어들면서 한참을 덜커덩 거리며서 온다.

네 생각이 나지 않는것은 아니다. 나는 어김없이 너를 다시 생각한다. 하지만 너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자 한다. 가끔 이럴때이면 내가 너를 사랑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랑했다고? 네 얼굴 표정 하나 쉽게 떠오르지 않는데 내가 너를 사랑한 걸까? 이런 하찮은 생각을 하면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아진다. 너를 죽여야 내가 기분이 나아진다. 이런식으로라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풀 수 없음은 이제는 너무나 정형화된 공식이다. 너를 벗어난 직후에는 그래도 너의 좋은 기억만 남지만 언제부턴가는 너를 미워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다. 니가 잘못해서 니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냥 너를 미워한다. 내가 갖지 못하면 나쁜 것이다 미운 것이다. 그렇게 너에게 미운털을 박고 투덜투덜거리면서 있어야 한다.

집착을 아직도 벗지는 못한다. 그 집착이 나의 목적이오 나의 존재의 이유일 때가 있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나는 짊어질수도 없는 수많은 허물들을 등에 업고 살았다. 지금도 지울 수 없는 허물들, 몇날 몇달 몇년이고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누르던 그 허물을 하루아침에 벗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너도 얇지만 나에게 작은 허물을 남기고 떠났다. 아니 아직은 아니지만 곧 떠나겠지. 친구라는 이름은 아직은 나에게 사치다. 일단은 너를 한번은 떠나 보내야 겠지. 그러지 않으면 내 허물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을 꺼다. 있지도 않는 추억. 추억은 함께해야 추억이지만 이 기억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기억이다. 그 기억들은 허물이 되었다. 있지도 않는 사랑. 믿음이 없는 사랑은 슬프고 교감이 없는 사랑은 비참하다. 믿음도 교감도 없다. 오로지 사랑이다. 슬프고 비참하다. 이 사랑들도 허물이 되었다. 있지도 않는 너. 너는 곧 떠나겠지. 처음에는 내 곁을 떠나고 나중에는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 너는 그 존재로 나에게 허물이 된다. 그 허물속을 허우적 거리면 나는 그 껍질에 눌려 한번 더 죽어버리겠지. 내 사랑의 초점은 언제나 너였다. 너. 너. 너만 있으면 내 사랑은 완결된다. 너와 내가 살 집을 내 안에 만든다. 아니 내 밖에 만든다. 너에게 보이기 위해. 너의 마음이 들어올 넉넉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내 사랑으로 만든 밀랍성을 만든다. 사랑? 아니다 아직은 사랑이 아니다. 내가 만든 허상들로 집을 짓는다. 너는 들어오지 않는다. 내 집이 다 지어질때 쯤 넌 언제나 내 곁에 없었기에. 내 집을 부순다. 부순다. 나를 덮는다. 내가 만든 허상이 나를 덮는다. 그게 사랑이라 믿던 나는 그 집안에 홀로 갖혀 울부짖는다. 들리지도 않는다. 내 사랑이 아니었다. 나 혼자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울다보면, 밤새 울다보면 어느새 세월의 태양이 집을 녹여 나를 꺼내준다. 나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허약해져 있다. 그러다 다시 너를 만나 하염없이 새로운 집을 짓는다.

더이상 집을 지칠 여력이 없을 때쯤 나는 지금의 너를 만났다. 너는 집을 짓지 말라는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어짜피 내 집으로 들어올 생각도 없었다. 난 집을 짓지 않는다. 그저 너를 바라볼뿐. 너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래도 집을 짓지 않는다. 니가 내 곁에 앉을 수 없도록 나 혼다 그 자리를 지킨다. 그래도 다행이다. 착한 동생하나가 내 옆자리에 의자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의자로 너를 부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안락한 집만을 지어왔다. 아 의자. 그래 의자. 너는 내곁에 앉기만 하면 될 뿐이고 나는 너에게 손짓만 하면 될 뿐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평생. 사랑만을 아끼며 살아왔던 나에게 그 의자는 볼수 없었던 등잔밑이였을 뿐이다. 너를 부른다. 너에게 손짓한다. 니가 내 곁에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너에게 손짓한다. 너는 내게 오지 않겠지. 나는 버릇처럼 작은 집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그 허물이 나를 누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지었다. 단지 내 곁에 오기를 손짓하는데 집중한다. 아직는 익숙치 않다. 넌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다시 두려움이 찾아왔다. 밀랍이 나를 구덩이에 영영 뭍어버릴까 걱정되었다. 울었다. 심장은 터질듯이 뛰었다. 그래도 현실은 나를 죽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작지만 그래도 나름 성공이었다. 나는 밀랍덩이에 갖히지 않았다. 살았다. 니가 보이고 너를 원하고 아직도 가슴은 두근거리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있다.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살아 살아 사랑.. 살아서 사랑하는 것만큼 좋은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으로 나는 일단 살아남았다.

너와 만드는 아름다운 추억은 없지만 너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은 없지만, 너를 사랑했었던 것 만큼 나는 행복했다. 그 행복을 간직하고 죽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게는 대 성공이다. 이번 실험은 성공이다. 너는 진실이었지만 나 인생에게는 실험이었다. 그것도 혹독하고 무서운 실험. 너에게 진실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욕심내고 싶지 않다. 그러면 다시 죽어버린다는 것을 안다. 아직 버릇을 잊지는 못한다. 너를 정말 원한다. 니가 정말 보고싶다. 너와 함께하고 싶다. 밤새 전화하고 밤새 춤추고 밤새 이야기 하고 밤새 바라보고 밤새 껴안고 밤새 밤새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너를 사랑했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 내 마음이고 내 사랑이다. 너를 기분에 두면 나마져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는 안된다. 너는 너의 사랑이 있고 나는 그 사랑을 극복할 수 없다. 나는 내 사랑의 마침표를 찍고 몇개의 쉼표를 두고 있으면 그만이다.


참 오래도록 미뤄온 그 말을 / 아직 널 원하는 나를 받아달라고 / 솔직하게 말했는데..
아직 니마음은 전처럼 가시에 찔려있는지 / 나를 달래듯 친구로만 지내자고

다시 돌아온 사랑은 내 사랑은 / 보낼수 없어서 한번 더 네게 부탁해

긴 한숨도 끝나기전에 내게 입맞추면 / 나를 달래듯 친구로만 지내자고 그러자고

다시 돌아온 슬픔을 내 슬픔을 / 견디기 싫어서 한번 더 네게 부탁해

참 오래도록 미뤄온 그말을 / 아직 널 원하는 나를 받아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는데 / 지나는 얘기처럼 말했는데


윤건 1집으로 트랙이 넘어갔다. '친구로만'이라는 음악이 나온다. 머 유행가 가사가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노래는 조금은 씁쓸하다. 내 마음같던 윤건의 노래를 벗을때가 왔다. 다시는 우울해지지는 않겠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너가 마침표만 잘 찍어 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건 마찬가지다. 집착의 허물을 벗는것 만큼 쓴 약도 없다. 집착의 유혹은 우울의 고통을 남기지만 중독되어 버려 내 인생을 피폐하게 만든다. 독하게 약을 먹고 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유예기간을 두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기도 하다. 마지막 집착 한 점만 남기고 너를 모두 벗어버리고 싶다. 그래야만 너든 아님 다른 누구든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아주길 어쩌면 간절히 바랬었나봐 / 사랑에 빠졌다고 울먹이던 나의 고백
너를 향한걸 넌 모르는 듯 / 그녀가 누군지 하나씩 묻지
사랑에 이르는 길이 있다고 진실은 통한다고 / 혼자 더는 아파하지 말라면서 위로해
날 위해 행복을 빌지마 나를 배려하는 네 친절에 홀로 무너져


언젠가 준비하고 널 떠나서 잊어야함을 이젠 알아 / 너를 위한 사랑 내 실연을 To you


누군가 있음을 알기에 타일러 왔어 / 사랑은 안된다고 다짐할 때 알게됐지
이미 늦어버린 걸 눈물로 자라난 사랑은 나와 다른 하룰 사는 널 따라다닐 뿐


언젠가 준비하고 널 떠나서 잊어야함을 이젠 알아 / 너를 위한 사랑 내 실연을 To you


우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고백만 혼자 한때의 나를 걸었었던 사랑을 기억할 뿐야 때로는 빌었지
너의 그 남자가 잘못돼 너를 떠나가면 그 틈사이 너를 갖기를


언젠가 준비하고 널 떠나서 잊어야함을 이젠 알아 너를 위한 사랑 내 실연을 To you
나의 이별이 너라는걸 알아주길@

 

'알아주길'이 나온다. 내 집착의 요체였던 이해. 너에게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적었다. 적다가 포기했다. 너에게 내 사랑을 이해시키는 것 만큼 집착도 없었는데 아직도 마지막 버릇을 버리지 못했었다. 너를 두번이나 불렀지만 넌 나오지 않았지. 내가 기다려야 한다. 넌 나를 한번 봐야한다고 했었지. 니가 마침표를 찍어줘. 난 집착하지 않을께. 넌 사랑하는 사람이있고 나는 너를 사랑할 뿐이다. 너의 행복을 위해 내가 포기한다는 뭣도아닌 말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께. 내 고리를 끊어줘. 내 집착을 끊어줘. 내 희망을 끊어줘. 너는 너의 사랑을 하고 나는 나의 사랑을 했을 뿐이야. 너와 나는 잠시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강해. 나는 아직 강해. 더 좋은 사랑 할 수 있어. 너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야. 알아주면 좋겠지만, 좋은 인연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나의 사랑으로 만족할께.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넣어줘. 너를 마침표 찍을 수 있음을 보여줘. 부탁할께. 초연하게든 태연하게든 허무하게든, 어떻게든 나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어줘.

by 태방 2007. 10. 7.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