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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안절부절, 정신없이 돌아가는 머릿속은 쉼없이 복작복작

  온라인은 인간을 싸늘하게 만든다. 전혀 보이지 않는 감정, 소설을 읽지 않는 요즘 세대들은 이모티콘이라는 거추장한 가면덕분에 글로써 감정표현을 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덕분에 온라인의 대화는 무미건조하고 마음도 담겨져 있지 않으며 걸핏하면 오해를 받기 십상인 외줄타기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좋아한다. 문자는 별로 안좋아한다. 휴대폰의 음질이 좋지않아 몇번이고 계속 되물으며 전화하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쉴새없이 떠들 수 있는 전화는 보내놓고 기다려야 하는 문자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대화는 지속적이여야 의미가 있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쉽게 안녕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반면, 몇번을 봐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마음도 있다. 수박 겉핥기식 관계를 말하자는게 아니다. 어색어색, 이상하리만큼 어색어색. 나는 이런 어색한 기분이 들때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 어색어색,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그런 기분, 처음 보는 사람일수도 있겠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억, 그 기억에 들어서는 터널을 지나고 나면 안절부절, 정신없이 돌아가는 머릿속은 쉼없이 복작복작. 숨이 턱 막히는 기분. 모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무런 차이도 없고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순식간에 터널을 지나는 순간 몇버을 봐도 어색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 어떤 대화수단도 용납되지 않는다.

 

  온라인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 만큼 가벼움을 선사해 준다. Trade off. 인생의 진리. 쉽사리 던진 메신져 쪽지 한장은 아무 의미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리지만, 다정한 전화 한통화는 잠시간의 침묵이라도 따끈한 마음을 남겨둔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한통화 걸어보면, 반가운 목소리, 반가운 대화는 이내 상투적이지만 다정한 마음은 가슴깊히 남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쉴새없이 돌아가는 내 머리는 어거지 공식을 만들어 버린다.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마법을 걸어놓은 것일까? 하루에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세요. 바람돌이에게 소원을 비는 아이들은 소원을 빌고 나면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감질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텐데 말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그 편치않은 마음은 신기하게도 나 스스로가 만들어 버린다. 나 스스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최악을 생각하고 최악을 상상한다. 언제나 조심한다. 조심 또 조심. 그러고 나면 이미 저 멀리 깃발은 보이지 않는다. 불쾌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걸. 세상은 나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아니 내가 이렇게 만들어 지도록 나에게 강요되어 왔다. 무미 건조한 대화 한마디에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건조한 공기에 숨막혀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다시 돌아오는 공포. 언제나 공포.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안될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빌어먹을 천재이기 때문에. I'm a fruitcake genius. 쓸데없는 고민이 아니다. 한가지 결론에 백번을 고민하고 백가지 근거를 만들어 백가지 단계를 거친다. 절대 이해할 수 없을것 같은 나 자신의 사고는 의아해 하는 사람에게 딱 한시간만 설명하고 나면 모두가 손을 놓아 버린다. 빌어먹을. 생각이 깊은게 아니라 쓸데없이 결론을 내버리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그렇게 되어버릴지도, 아니면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걸 못한다. 미리 좌절하라고 나는 강요받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가능성도 50%를 넘지 않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어짜피 안되는 일, 안되는걸 왜하나. 빌어먹을.

 

  그래. 조금 더 솔직해 져 보겠다. 조금 바보같이 살다보면 나아질것 같은 마음에(이것도 완벽히 계산적으로 내린 결론이지만) 그렇게 살려고 몇번을 마음 먹었다. 아니 난 이미 몇번이고 로또복권을 사고 사고 또 사고 있다. 물론 언제나 꽝 꽝 꽝이다. 바보가 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인가? 또 계산을 한다. 바보가 되겠다고 해놓고 스스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 계산을 멈추지 못한다. 그렇게, 그렇게, 결국 이렇게 해야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답도 모르는 바보 천치가 논리적으로 계산하겠다고 난리다. 이놈의 글 쓰는 도중에도 또 계산이다. 누가 와서 읽어볼까봐 문장 하나하나를 들키지 않기위에 쓸데없는 은유법만 남발하고 있다. 빌어먹을. 그냥 정신을 잠시 놓으면 안되는 거니? 왜이렇게 문제를 푸는데만 열중하는 거니? 온통 생각 생각 생각뿐 그 어떤것도 남은 것은 없다. 나를 다듬고 가다듬어 놓으면 남은것은 쓸데없이 버려진 나뿐이다. 너 왜그러니? 그냥 즐겁게 이야기 하면 그 뿐인거야. 왜 그걸 못하니. 전화 한통화에 쓸데없이 생각을 하고 쪽지 하나에 쓸데없이 생각을 하다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생각 생각 생각들로 가득차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바보였던 시절로 되돌아가 버린다. 미쳤던 시절, 미친 시절, 아무 계산도, 아무 생각도 없이 살다가 아무런 이유없이 미쳐버렸던 시절. 생각이 깊어지면 나는 나를 놓아버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꿈을 꾸게 한다. 다리는 떨리고 공포는 몰려온다. 멈추지 않는 불안감. 나는 진짜 바보가 된다. 그러면 또다시 하염없이 늪으로 빠져 버린다. 죽음. 영혼의 죽음. 그 순간이 올것을 알면서 나는 다시 커터칼을 꺼내 심장에 깊숙히 칼날을 박는다.

 

  바보가 되는건 습관인것 같다. 빌어먹을 천재지만 종종 바보가 되는 연습이 잘되 습관처럼 나올때도 존재한다. 그때가 몇번쯤 오게 되면 난 또 다시활짝 웃겠지. 바보같은놈. 웃는건 좋은거다. 웃으면 기쁘다. 생각은 나쁜거다. 생각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웃기지? 말도 안되는 결론. 하지만 현실이다. 난 웃을때 기뻤고 생각할때 슬펐다. 의지대로 안된다. 언제 웃을지 언제 생각할지는. 잠시 생각하는 시기에서 나는 다시한번 혼란을 겪게 되겠지. 그러다 언제 또 그랬다는 듯이 활짝 웃고 말겠지. 모르겠다. 웃기만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깊어지면 질수록 눈물만 나온다. 영원히 웃음을 안겨다 줄 수 있는 키를 가진것은 내가 아니다. 그 키가 내 마음속의 상자를 열 수 있는지에 대한것도 확실하지 않다. 그냥 복권사듯 바보같이 추첨일자를 기다리는 수 밖에.

by 태방 2008. 2. 27. 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