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nogari9/100048233264

상처는 사람을 겁먹게 만든다

아프니까

건드리면 아프니까 계속 움츠려 들게 만든다


재미있는건

아픈 상처를

스스로가 계속 건드려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픈 곳의 딱지를 계속 떼고 싶은 마음이랄까


상처를 계속 건드리며 살아온 지난 몇년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상처를 피해 빙글빙글 돌아가기도

아니 상처를 가로질러 고름을 짜내보기도 하며

그렇게 그렇게 흉지며 살아온 지난 날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난 너무 상처받기를 두려워 하는건 아닐까


겁먹고 겁먹고 또 겁먹은 일들은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자신이 상처난 곳으로 손가락을 이끈다

아픈걸 뻔히 알면서도 흉진 딱지를 조금씩 들어내는 그 마음은

그래도 그 상처가 애초에 없었으면 하는 헛된 희망이려나

그렇게 그저 그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들을

괜히 들쳐가면서 슬픔을 그리워 한다


난 처음에는 상처받는 곳만 계속 상처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줄 알았다

왜 나만 이래야 하지? 왜 나만 계속 아파야 하지?

하면서 같은곳을 보고 또보고 그렇게 헛된 희망만 키우며 살아온 지난 날들


문득 돌이켜 보았다

난 스스로 내 상처난 곳을 계속 상처내고 있지는 않았는가


이제서야 보였다

몇번이고 그렇게 힘들고 나서야

이제서야 보였다

결국 모든것은 내가 만들고 있었다는걸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 내가 들어가

내 맘대로 모든것을 만들어 놓고

그 모습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혼자 괴로워 하며

그렇게 계속 같은곳만 찔러 왔다는걸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늦지 않았으면 이렇게

모든것들을 허무하게 날려버리진 않았을텐데

나도 너무 힘들지 않고 조금은 괜찮게 살았을텐데

후회한들 어쩌리 이미 지난 일인걸


앞으로 잘해야 겠다는 생각은 열심히 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해야 겠다는 마음도 열심히 먹고 있다

아니 조금씩 정리하고 있다 마음도 일상도

차분히 짐을 내려놓는 순간 자유가 찾아올 것이다

그날이 다가올 것이라는 신중한 희망이

나의 삶을 다시한번 유쾌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지금은 잠시나마 힘들겠지만

by 태방 2008. 3. 3.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