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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족속이 되고 나면

이제는 그리워 하는 일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그런 말도안되는 슬픔이 찾아 오기도 하는거야


사람이 사람을 죽여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지

내 속에서 남을 빵빵 쏴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내 안에도 없는 사람을 빵빵 쏴 죽이고

그렇게 실컷 죽이고 나서야

에이 다 쓸모없어를 외치며 장렬히

나 스스로도 빵빵 쏴 죽이는거야


죽어가는 이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지

그래서 더 그리워 한다는 거야

남은거라곤 아련히 물들은 핏자국 뿐이거든


내가 당당히 다가서서

총을 내려놓고 방문을 열고 나면

또다른 시작이라고 남들은 말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또다른 죽음이라고 말 하게 되면

그건 쓸데없는 인생의 반복이 되고

난 삶의 이유를 잃게 되어 버리지


주변의 모든 것들은 밝게 빛나고

덕분에 나 역시 밝게 빛나게 되면

내 방문틈으로 그 작은 빛 하나 잠시 나를 비추게 되지

하지만 더이상 초는 남아있지 않아

방문앞에 기웃거리던 사람들

아니 내가 기여코 방문앞으로 끌고온 사람들이

기분나쁘다는 듯 초들을 부러트리고 도망가지

그래놓고 내가 총을 빵 쏴 죽이면

주구장창 나만 욕을 먹는거야 내가 바보라고

그러면 난 또 문을 잠궈놓고 엉엉 우는거야 바보같이

문밖이 아무리 밝아봐야 쓸모 없어

어떻게든 내 방은 한순간도 밝아지지 않아

그게 현실이야 그게 사실이고

어떤 미사여구로도 포장이 안되 더이상

방문앞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장지들은

나약한 풀의 점성때문에 반쯤은 다 떨어져 있지

겉도 속도 모두 그렇게 낡아 가는거야

그게 현실이야 그게 사실이고


망나니가 칼을 들고 칼춤을 추고 있어

벨것도 없으면서 허공을 휙휙 가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술김에 취해

동아줄로 꽁꽁 묶어놓은 죄인의 목을 뎅겅 치는거야

살아있는 사람이 목숨이 떨어질 것을 모두가 알아

하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망나니만 그걸 모르지

그래놓고 술이 깨고 나면 목이 잘려나간 시체를 보며

슬퍼할까 아니면 기뻐할까?

정말 신분이 미천해 돈 벌것이 없어 칼춤을 추는 망나니라면

매일 형집행일 마다 가슴속에는 크나큰 고통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그냥 그렇게 넘어갈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거야


쓸데 없고 쓸모없는 고민이야

결국 이러다가 여기저기 회사 면접보듯 기웃기웃 거리며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살아가겠지 그게 현실이야

아니라는 환상을 백번을 만들어 봐야 또 환상이야

방속에 들어앉아 죽을만큼 머리를 짓찧어봤자

내 방만 어지러질뿐 화사하고 밝은 세상은 전혀 더러워지지 않아

나 자신을 순수하게 남기기 위해 방은 점점 더러워지고

하지만 그 순수함은 되려 더러운 세상에서 나를 이단자로 만들지

나의 변화는 아무 변화없이 고통으로 종료되는거야

고통, 고통으로 그렇게 고통의 나날이 지속되면

그 어떤것도 무감각하게 다가온다는거야

열정이고 신념이고 남지않아. 그냥 고깃덩어리야

심장이 벌떡벌떡 뛰고있는 생각없는 고깃덩어리

애초에 고기로 시작한 사람들보다 순수한거야

하지만 순수한 고기이건 그냥 고기이건 아무런 관심은 안둬

다들 맛좋은 고깃덩어리 찾는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어

머리에 리본단 고깃 덩어리는 가슴에 A+를 박은 고기에게 달려가

현실이 그래 순수는 없거든

일반적으로 착한 사람들은 다 죽어야 하거든


순수함은 절대 변절하지 않아

변절된 사람들은 순수하기를 포기한것이 아니야

애초에 그 사람의 순수는 거기까지 인거야

순수한 정신머리가 고깃덩어리가 되었다고

변절했다 욕할 필요는 없어

그 고기는 거기까지만 순수한거야

인간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거든

한낱 비곗덩어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견뎌내야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걸 우리가 흔히 부르는 변절이라고 하는거야

아니 정말로 힘들거든 순수라는 머저리 같은건 말야

스스로 순수에 희망을 걸지 않는 이상 고통이 사람을 파괴해버려

그러고 나면 내가 뭐하고 있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그게 변절이야. 이게 순수를 잃어버린거야?

웃기지 마. 그사람의 순수는 단지 거기까지인것 뿐이야

그 뒤로 덮혀진 비순수의 일상은 그냥 내버려둬

그렇게 방치하는게 그나마 방안이라도 깨끗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


순수한 인간의 방일수록 극도로 더러워

더러운 인간의 방일수록 극도로 깨끗해

방문에 누군가 그어놓은 빨간 낙서가 가득하고

전등 킬 새도 없이 부러진 초만 가득하고

포장지는 덕지덕지 붙인듯만듯 그렇게 널부러져 있는 문 앞에서

퀘퀘한 냄새를 풍기며 더러운 방안의 인간

난 단지 그런 인간일 뿐이야

파괴되어진, 짓니겨진 인간

모두들 무시하고 버려버리는 인간

두개 골은 반쯤 깨져있고 심장 박동은 반쯤 줄어있는

그런 인간

순수의 인간

빌어먹을 순수의 인간


이 모든걸 감당할 수 있는

그런 단 한사람을 기다리는 빌어먹을 인간

이상은 중요하지 않아

현실이 그렇다는거야

현실이

by 태방 2008. 4. 4. 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