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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달인? 배스와 쏘가리 구분도 못해”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6.03 15:51 | 최종수정 2008.06.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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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작가 이외수의 '뼈 있는 한마디'
이외수 "그걸 알고도 월척 기다리며 매운탕 준비"
"도덕이 경제보다 더 중요…촛불시위 가슴 뭉클"


작가 이외수(62·사진)씨는 최근 호를 하나 얻었다. '격외옹'(格外翁). 세상 격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늙은이란 뜻이다. 류근 시인이 지어줬다는데 무척 맘에 든다고 했다. 5월 끝자락,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12월17일 40년 넘게 하루 여덟 갑까지 피우던 담배를 끊은 사연으로 말문을 텄다.

"참 걸판지게 살았는데, 대표작이 뭐냐 누가 물으면 마땅히 답할 게 없는 거예요. 담배를 끊고 몸을 좀 지켜야겠다, 그래서 끊었는데 100일 뒤 금단현상이 왔어요. 호흡이 가빠지고 설사하면서 발작 가까운 증세가 왔어요. 의사가 왕진 와 보더니 패혈증세라며 놔두면 죽는다고 해요. 얼마 전 퇴원했어요."

  그는 어떤 작품을 더 쓰고 싶냐는 물음에 "읽고 나면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작품, 행복한 여운이 남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슴 아린 작품들을 많이 썼어요. 아마 살아온 환경 탓이 크겠죠. 근데 이젠 진짜 좋은 예술 작품을 쓰고 싶어요. 행복을 주는 그런 것 …."

  "예술이 이젠 인간 사회의 진보에 기여해야 할 때"
   그는 "인간이 진화가 가장 더딘 것 같다"며 "새나 나무나 산이나 주변의 자연은 평화로운데 오직 인간만은 탐욕과 부조리 탓에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예술이 이젠 인간 사회의 진보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자연과 어울리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왜 못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작가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낚시의 달인처럼 행세하던 놈이 막상 강에 나가니까 배스와 쏘가리도 구분하지 못한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도 어떤 멍청이들은 그놈이 월척을 낚아 올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못한 채 매운탕을 끓일 준비를 한다 …."

  무슨 의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의도는 무슨 …. 요즘 진실을 보는 눈이 많이 실명된 것 같아요. 도덕을 무시해도 경제만 살리면 되는 것인가? 깊이 새겨보지 않고 주사위만 던지면 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안론'(四眼論)을 꺼냈다. "사람들은 육안·뇌안·심안·영안 이렇게 네 눈이 있어요. 그런데 육안과 뇌안만 갖고 보니까 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왜곡하게 되지요. 마음의 눈과 영적인 눈을 크게 떠야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데 …."

  요즘 어린 학생들까지 촛불시위에 나서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인터넷 중계되는 거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그런데 그건 촛불문화제 같은 것 아닌가요? 촛불시위는 투쟁 방식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거든요. 민의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는 게 지금 정부가 할 일이지요. '정선아리랑'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진흙 속 저 연꽃 곱기도 하지~' 세상 탓 많이들 하지만 스스로 양심을 간직하면 연꽃처럼 맑을 수 있거든요. 양심과 도덕을 회복하는 게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선거 때는 경제가 도덕보다 더 중요했을지 몰라도 이젠 도덕이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리 부러진 제비에 공감한 흥부처럼 정치도 그렇게"
   1972년 < 견습 어린이들 > 로 등단한 이래 다작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까닭에 그의 집에는 요즘도 한 달이면 250명 정도의 독자들이 다녀간다. 마침 화천군에서 주변 일대를 '감성마을'로 지정해 요즘 공사도 한창이다.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의 아픔에 공감을 했던 거고, 놀부는 성한 제비다리를 부러뜨렸으니 공감이 될 리 없었던 거죠. 제비 따로 놀부 따로였던 셈입니다. 정치도 국민 처지에서 공감하고 일체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은/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그의 글을 빌려 요즘 심경을 물었다. "글은 외로워야 더 잘 써집니다. 우주의 주체인 인간이 어디까지 더 외로워야 하나, 그런 물음을 갖게 됩니다. 깨달음과 수행을 겸비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거지요. 속세와 인연을 끊으면서, 스스로 존재를 지워가는 것, 산중으로 산중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삶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상처가 하나 생길 때마다 꽃 한송이가 피어난다'는 글귀를 빌어 연예담도 살짝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학연·지연 공화국에 살고 있지 않나요? 지난해 떠나신 선친이 군인이셔서 하도 옮겨 다녀 내겐 지연도 없고, 대학도 돈이 없어 한 학기 다니고 돈 벌려고 또 쉬고 하다 보니 학연도 없어요. 여성들이 좋은 학교 나오고 집안 좋고, 잘 생기고 키 크고 그런 남자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난 해당사항이 전무이니 연애에선 실패 아니면 짝사랑이었죠."

  그는 독특한 머리스타일로도 세인들의 주목을 받는다. "대학 1학년부터 머리를 길렀어요. 유신 때 머리 깎이기도 했는데, 몇 년 전부터 머리를 따니까 성가시던 게 가시고 조금 깔끔해 보여요. 집사람이 빗어주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물을 마시려는데 새가 그려진 머그잔이 눈에 들어왔다. 선친이 홍대 미대를 보내주지 못한 것을 평생 한으로 삼았을 정도로, 그의 그림 솜씨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글귀도 함께 새겨져 있다. '기쁜 일만 그대에게.' 이외수답다.화천/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동영상 은지희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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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방 2008. 6. 3.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