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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모조리 뒤바뀌어 있었다. 한쪽의 작은 웅덩이에서 나온 나는 터질듯한 계란껍질을 드디어 박차고 더럽디 더러운 하수구 밖으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사람은 머리가 모두 돌아가 있었고 발가락은 썩어 문들어져 있었다. 결국 모자를 벗고 양말을 벗으면 다들 그런 쓸데없는 인간들 뿐이다. 태어나서 한번도 빨지 않은 더럽디 더러운 옷을 끝까지 입고 있었다. 뱃살은 줄었지만 내 인성의 살을 미친듯이 찌워내는 4주간의 기간동안 다시 입으려고 들었던 옷을 입을수가 없어 찢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세상에 새롭게 등장했다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긴 말단 비대증 환자처럼 정신없이 비정상적으로 나는 나를 폭발시켰다. 본디 세상은 누구에게나 공평한듯 불공평하여 둥글지 못한 인간에게 가차없는 총알 세례를 남기곤 한다. 이 사회의 평균을 내고 그 중심점에 서지 못한 인간들에게는 영락없는 얼차려가 주어진다. 열외된 인간은 그렇게 패배자로 땅 찌끄러기에 묻어버리고 만다. 비정상의 궤도를 달려가면서도 나는 내 길이 정상궤도라고 인식하는 오류를 수십년간 범해왔다. 그것은 안타깝지만 사실이었고, 비정상인 나에게 세상은 기분 더러운 핏자국을 선물하였다. 아무도 없는 산등성이에서 나오지도 않는 감기 바이러스들을 뱉는다고 10만년 같은 10분의 헛구역질을 해대었을때, 기다려주지않는 세상에게 지리멸렬 궁상떠는 일은 아무 쓸모가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아무 의미없는, 그것도 매우 불공정한 대우는 너무나도 끔찍하여 기억하기도 싫었던 10년전의 쓰레기같은 기억마져 꺼내버렸다. 억새풀 세개의 한마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거다' 그래 니말대로 느꼈다. 그것도 처절하게 느꼈다. 잘살건 못살건 버려진 인간은 그 누구도 구제해주지 않는다. 질질짜고 벌벌 기어봤자 '병신'이라고 욕만 들어먹을 뿐이다. 그래 알겠다. 내가 나쁜놈이지. 누굴 욕하겠냐. 착한척 웃는척 그렇게 샤방샤방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다. 더러운 피 빨아먹으며 살아가는 모기인간들에게 모기약을 뿌릴 생각을 안한 내가 잘못이었다. 깨끗한 세포들이 모여 만든 더러운 인간사회. 그 사회속에서 빌어먹을 병신 하나는 깨끗한 세포만큼 깨끗한 인생들을 찾아다니는 그 누구도 하지않는 헛짓거리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었고, 결국 결론은 하나의 새로운 낙오자를 만드는거로 종결이 되어 버렸다.

 

  새롭게 바라본 세상은 이기적인 사실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모두 결국은 이기적일 뿐이다. 배고파서 빵을 훔친 장발장도 죄인이고, 배불러도 빵을훔치는 정신병자도 죄인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다. 하지만 경찰은 없다. 남들은 죄인이고 나는 경찰이다. 자력갱생의 희망은 불가능하다. 넘의 인생을 고쳐주는 사람은 모두 '니가 뭔데' 소리를 들을 뿐이요, 지 인생 제대로 못가는 사람도 '난 좀짱'이라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죄인이라 욕하면서 나 자신은 구치소 근처에도 가지 않을꺼라고 자신하는 이 바보같은 인간들, 그 속에서 난 준법정신이 세상을 살린다고 말하는 영생교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다. 다들 그렇게 세상을 미쳐 날뛰게 만들지만, 그 속에서 진짜 정신병자는 아무도 없다. 베로니카가 땅을 치고 분노할 미친놈들의 세상. 난 정신병원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넘들에겐 죄를 진 인간이지만, 정신병원의 사람들이 진짜 정상인들인임을 모르는 무지몽매한 세상의 문명넘들은 오늘도 쥐꼬리를 뜯으면서 누가 쥐를 먹었느냐고 아웅다웅만 하고 있을 것이다.

 

  지리멸렬했다. 말이 좀 많으면 아는척한다고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과 함께하면 걸리적 거린다고 밀려버린다. 열심히 하면 뭣하러 열심히 하냐고 구박을 받는다. 혼자 지내면 똥폼잡는다고 쿠사리 먹는다. 옳은것을 이야기 하면 너 잘났다고 콧방귀를 낀다. 사랑을 이야기하면 니 주제를 알라고 면박을 먹는다. 부정을 탄식하면 남 험담하기 좋아한다며 오해를 산다. 그렇게 사람들은 개같은 것을 따르면서 양같은 것들은 멀리한다. 그 속에서 나는 영생교 교주 노릇을 한다고 고생좀 했다. 바보천치들의 앞잡이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어느새 물거품이 되었다. 순결? 내 평생 지킬 수 있을꺼라는, 아니 내 평생 변하기 힘들꺼라고 생각했던 순진무구청명의 색은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변질되기 시작했다. 물감통의 투명한 물을 수업시간 내내 더럽히지 않는다고 고생좀 했다. 갈색을 칠한 붓을 살짝 담궈 버리는 순간, 물통의 물은 이미 똥물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벽에 똥칠을 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마 둥글둥글 둥근척 하면서 넘들 똥칠하는 모습 구경이나 하며 살겠지. 똥으로 세계지도를 그린 놈들은 아무것도 못한 나를 보고 마구 비난을 해댈것이다. 넌 능력이 그거밖에 안되서 그러고 사냐고. 뭐 상관없다. 난 어짜피 이렇게 살아갈 운명인것을. 바뀌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주변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사는 정신병동 동기들과 재미있게 수다떨고, 주사 놓으러 온 간호사와 친해지기도 하고, 의사들이 예의주시하며 바라볼 내 일기장에다가 문명넘들은 이해할 수 없는 환상적인 세상의 이치들을 기록하기만 하면 된다. 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나만 알고있는 이 기쁨. 밖에서 자신이 미치지 않았구나를 깨닫고 들어오게 될 다음 병동의 예비환자들에게 내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면 그만이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마루타 삼아 마약도 넣어보고 전기 충격도 가해보고 하겠지만, 이미 난 강해질대로 강해진 사이어인이 되어있다. 슈웅. 하늘을 날수도 있고 에네르기파도 쏠 수 있는 내 대단한 능력은 만화책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뭐 그래도 아쉽진 않다. 세상의 모든 것들의 색이 바뀌어도 내가 서식하고 있는 이 정신병동은 모든것이 깨끗한 하얀색이니 말이다. 내가 잘났건 못났건 그 어떤것도 미련갖지 않는다. 내 주변의 모든것들이 하얗다는것 만으로 이미 병원의 모든 미친분들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by 태방 2008. 6. 10.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