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면‘GG광고’에 담긴 숨은 사연은...
광고국 관계자 “<조선> 광고 사정 힘들긴 힘든 모양”
입력 :2008-07-01 13:58:00  
▲ 6월 27일 경향신문 1면 하단의 스타크래프트 팬까페 PGR21 의견광고 
지난 27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에는 스타크래프트 팬사이트인 'PGR21'이 낸 "국민 지지(支持)를 받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당장 GG를 치십시오"라는 제목의 대통령 비판 의견광고가 실렸다.

그러나 그 날짜,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일간지 1면 하단에는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이제는 경제를 생각할 때입니다"라는 의견광고가 실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만 이 경제단체의 의견광고가 빠졌다. 경향신문에 전경련의 광고가 빠지고 스타크래프트 팬까페의 의견광고가 실린 것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이 광고가 나가기 전날인 26일, 광고비를 십시일반한 PGR21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그간의 광고진행에 관한 경과글이 닉네임 '분수'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분수'는 경향신문 광고가 나가기로 한 바로 그 지면에 경제5단체의 의견광고가 접수되었고, 그 가격차이가 무려 5배가 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PGR21의 의견광고 추진팀은 다른 날짜로 광고를 옮기거나, 지면을 3면으로 바꾸는 등의 문제를 경향신문 광고국 측과 긴밀히 논의했다. 그들은 경향신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미 공지가 나갔고, 다른 팬까페 등에도 광고가 되었다. 우리 의견대신 전경련 광고가 나간다면 허탈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곡절 끝에 경향신문은 오후 6시쯤, 5배의 가격차이를 감수하고 PGR21의 광고를 1면에 그대로 싣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PGR21 사이트 댓글에는 환호성이 올랐고, 경향신문의 용기있는 결정에 대한 칭찬이 수십건 올라오기도 했다.

"승리의 경향.... 리플 캡춰해서 보내드리면 경제적 타격으로 우울해하실지 모를 (경향광고국) 담당자분들에게 힘이 되겠는데요...", "언론학 학도로써 경향의 선택이 얼마나 힘든 선택이었고 얼마나 훌륭한 언론의 모습인지 더욱 절절히 깨닫고 있습니다" 등의 댓글로 경향신문의 결정을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경향 의견광고에 숨겨진 이 이야기의 또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전하고 있다.

경제단체 광고와 PGR21 광고의 5배 가격차이는 "경총이 제시한 가격"과의 차이가 아니라 "경향이 부른 가격"과 5배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경향 측은 당연히 '늘 부르던 정가' 그대로를 부르고, 경제단체 측에서는 '그 가격은 조선일보 광고가랑 똑같지 않느냐?'면서 "가격할인"을 시도했다는 것.

경제단체가 흥정을 제시한 가격표를 받아든 경향신문 광고국은 "그 가격이면 굳이 1면에 실을 이유가 없다"고 배짱있게 PGR21과의 의리를 지키게 되었던 것.

경향 광고국 담당자는 "우리는 그냥 평소대로 가격을 불렀다. 아마 조선일보 측에서 가격을 다운 시킨 것 같다. 그쪽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라고 말했다.

하승주 기자
by 태방 2008. 7. 1.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