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형

  난 밝은 사람이 좋아요. 그냥 하염없이 밝은 사람, 이유없이 밝은 사람. 엉뚱해도 좋아요. 조금 실없진 않았으면 해요. 하지만 중요한건 스스로 밝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자아도취에 빠져 신나가 자기 이야기만 떠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거도 아니고, 언제나 밝게 웃을 수 있는, 나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발랄하고 샤방해도 괜찮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큰웃음을 주면 좋아요. 말과 표정과 생각은 무거워도, 갑자기 모든것을 툴툴 털어버리고 가볍게 다시 밝아질 수 있는 그런 푸르름을 잃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난 진지한 사람도 좋아요. 밝은 표정속에 깊은 자아를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인생의 쓴맛을 안다는 티가 팍팍 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고민속에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이 자아에 심어들어간 사람이면 좋겠어요. 언제나 자기 인생에는 속깊은 철학자가 되고, 세상의 문제에는 근심어린 논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됨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 남들이 즉흥적이고 탐욕적인것만을 찾더라도, 그 속에서 좀 더 담담하게, 혹은 치열하게 내면을 이해하고 고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푸르르고 마는 잡초들과는 달리 곧게 뻗은 심지 굵은 줄기를 가진 나무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의 영혼을 들여다 봐 줄 수 있는 눈을 가지면 좋겠어요. 궂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 나 자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 나의 뿌리에서 부터 나의 모든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물론 이쁘면 더 좋아요.


2. 단점

  난 단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일단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요. 꼭 중요한 순간에는 어긋난 선택을 하고 말죠. 절대 물러서기 싫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멍하니 있다가 시간에 빼앗기기도 해요. 언제나 동굴속에 들어가 내 마음속 폭풍이 잠재워질때까지 이리저리 휘둘리죠. 그러다가 비가 그쳐서 잠깐 기어나와 보면 내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어요. 그러면 나는 또 한번 허탈함에 절벽앞에 앉아 고개를 까딱까딱 숙이죠. 참으로 슬픈 일이에요.

  난 눈치도 참 없어요. 모든 일을 내 기준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해 있어요. 상황에 맞게 눈치를 본다는 건 상대방의 기분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익숙치가 않아요. 이제는 파악하는거도 조금씩 할 수 있겠는데, 행하는 것이 그렇게 되지 않아요. 내가 원하면 먼저 해야해요. 그 때문에 상대를 기분좋게 하는데에 매우 서툴러요. 웃기는건 어렵지 않은데 기분을 좋게 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으로 안되는 것들이 많아요. 이런것들은 정말이지 100번 센스 있다가도 한번에 날려먹어버릴 큰 문제에요.

  솔직한것을 좋아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 때문에 이리저리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난 이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나조차도 이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에요. 자기 마음조차 못다스리게 되었으니 어떻게 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어요. 큰일이에요 큰일.

  하지만 난 걱정하지는 않아요. 난 무엇을 하든 평균이상 하겠다고 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결국 난 평균을 넘고, 또 자신있게 시작하겠죠. 하지만 분명 내 눈앞에 놓여있는 여러가지 장애물들은 나를 정신없이 흔들어놓기 마련이죠. 덕분에 많이 성장하지 못했고, 아직 평균을 넘는데도 실패했어요.


3. 변명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시작 단추부터 잘못 되었던 거죠. 난 세상과 너무 멀리 살아왔어요. 소설책에서나 볼법 한 생각들 때문에, 나의 일상은 소설책에서나 나올법한 일상이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그리 재미는 없는 소설일꺼에요. 분명히) 하지만 영화도 혼자 찍는게 아니듯 나도 세상속에서 나 혼자의 일상만을 찍을 순 없어요. 트루먼쇼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다시 노력중이에요. 정말 끝까지 개같이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 나서야 소설책을 던져버릴 수 있었어요. 소설책은 나중에 쓰면 되요. 그때까지는 그냥 만화책 처럼 살아갈꺼에요. 내가 아무리 진지하고 심각해봤자 어짜피 만화책은 잼있다는건 변함없는 진리에요. 나는 그 진리를 애써 감추고 소설책만 봐왔던 거죠. 책은 그렇게 읽어도 사람은 그렇게 읽을 수 없어요. 일단 만화책 표지를 짚어 들겠어요. 그 속이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눈이 좋기 때문에 그정도는 미리 식별할 수 있어요.

  조금 서툴고 어색하지만
  조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성장하기 위해선 필요한 여유니까요

  그 여유를 찾을때 까지
  포스트잇에 꼭꼭 써 놓으세요
by 태방 2008. 7. 12.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