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지난지 오래고
올것같지않는 무더위도 끝이 조금씩 다가오게 될 시기가 된 이 시점에
주변에서 모락모락 봄의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문득 시무룩 조용조용하다가
갑자기 부쩍 사랑이야기가 활발해 진 이유는 모르겠다만은
여기저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일들이 많아진다는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

설레고
떨리고
좋아하고

이 삼박자가 한큐에 가두어진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주변에 설레여하는 사람들, 떨려하는 사람들,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시선이 되어버린다

극단을 여러번 거치면서 인간은 결국 유해져 버리곤 한다
지구 끝까지 설레였던 순간들도 많았고
우주 끝까지 떨렸던 순간들도 많았고
세상 끝까지 좋아할것 같았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근데 언제부턴가
그 모든 것들에 대해 크나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순간

설레는 마음은 정말 좋아하는 가수가 새 앨범을 낼 때 느끼는 감정과 동일시 되었고
떨리는 마음은 올림픽 금메달에 한점을 남겨둔 경기를 지켜보는 감정과 동일시 되었고
좋아하는 마음은 친한 이성친구가 여행을 다녀오고 찍은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는 감정과 동일시 되었다

사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차단해 버리지도, 그렇다고 항상 열어놓지도 않은
사랑에 정의를 내리지 않고, 마음 가는대로 그렇게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그렇게 마음이 다독여지게되는 순간이 올꺼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이렇게 접하게 되고 나니 참으로 신기하고 새롭고 흥분되기도 한다

사랑은 어디에?
와 같은 바보같은 질문을 여기서 끝낸다는거는
조금 아쉽기도 하다
아직도 난 이외수씨의 감상적인 사랑노래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
나의 언어가 이 세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구멍이
완전히 막혀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그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정말 흔치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그저 나 자체로 남기로 작정했다
말로, 글로, 머리로, 생각으로
그렇게 이해되는 것보다는
눈으로, 귀로, 스킨십으로, 마음으로
이해되는 것들이 훨씬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더이상 온몸이 얼어버리고 가슴시려 죽을것 같지 안아도
그렇게 알수없이 이해되는 것들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일단 '알게는'되었다

알게 되었으니
행하는 길만이 남았다
신이 나에게 부여한 수많은 기회들을 날려 먹었음에도
난 언제나 다시 그 기회들이 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껏 사랑을 할 기회들을 바라보자
찾지 않고 만들지 않고 구걸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바라보면 곧 행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 사랑이니까

by 태방 2008. 8. 17. 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