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미소까지는 어떻게 해보게는데 도저히 웃음이 나질 않는다
흥겨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내내 내 몸은 힘이 빠지고 얼굴은 굳어진다
그 좋아하던 술을 오랫만에 마셨지만 전혀 취하지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 좋아하던, 오랫만에,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

이런 경험 익숙하다
아니 예전의 내 생활의 일부였다
즐겁지 않고 시무룩해 지내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나를 뒤덮던 시절은 그리 멀지 않다
그때마다 답답해하던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것은
극단적인 결론과 시간뿐
하지만 이제는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극단으로 흐르지 않고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좀 더 안정된 생활
좀 더 편안한 생활을 안주할 수 있다
그렇게 남은 시간들을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 오늘이 다가왔다

나는 다 극복했다고 믿었었는데
왜 반복되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
예전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영원히 내릴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초연해지고, 인정할 수 있게 되고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때의 그 상황이 돌아온것은 다르지 않다
오지 않을것 같은 예전의 기분이 다시 나를 감싼다
나는 이 감옥에 다시한번 갇히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손에 열쇠를 쥐고 있다
그렇게 얻고싶던 열쇠를 손에 쥐고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
하지만 나갈수가 없다
아니 나가서는 안된다고 나에게 채찍질 한다
열쇠를 열고 나가면 교도관이 버티고 있는 복도가 있다
나는 손바닥만한 철창 사이의 빛을 더 동경한다
하늘이 보이는 그 곳, 그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철창도 몇년이고 흔들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열쇠를 이미 쥐고 있고
나갈 방법은 무수히 많은것을 알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오랫만에 비추고
아니 그 어떤 햇살보다 눈부시게 비추고
그 빛은 별이되서 화사하게 빛나도
그 창살을 밀어낼 힘은 여전히 없다
뭐든 하면 될꺼라는 객기같은건
지금상황에선 전혀 의미가 없는 능력이다
난 여전히 빛을 좇을 뿐이고
열쇠는 쓸모없는 쇳덩이일 뿐이다
바보같다 손가락질 할지라도
내가 할수 있는건 이것밖에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다

이미 무엇을 결정해야할까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없다
그 어떤 결정도 나를 만족시킬수도 없고
가만히 내버려 두는것도 전혀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내가 결국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되더라도
창살을 뜯으려고 발버둥 치던가, 열쇠를 열고 방을 나가던가, 가만히 그자리에 있던가
그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난 미친듯이 슬프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 미래가 몹시 두려울 뿐이다
by 태방 2009. 2. 7.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