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키보드를 잡는다
짧은 감정의 관념들만 하나하나 나열하는데에 익숙해져인지
사고의 시간이 멈춰졌다고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더이상의 내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또다시 문득 키보드에 대한 열망이 떠올랐다


살아가면서 사람은 인생의 많은 전환점을 만난다
그것이 크던 작던 전환점에서 우리는 변화를 맞이하고
그 변화는 나의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 간다

그 전환점이 크고 작은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때가 많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큰 사건이 터진다고 해서 많이 변하는것만은 아니고
작은 사건이라고 해서 변화가 미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느냐가 중요하다
바람이 다 차지 않은 풍선은 아무리 눌러도 터지지 않지만
빵빵한 풍선은 조금만 눌러도 펑 터지게 되어 있는것 처럼

그래서 그런 변화를 맞이하는데 있어서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럴때는 그런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되며
그 실수를 겨우 수습하고 나서야 나의 변화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전환점에서는 반드시 심각한 고뇌와 약간의 우울함이
겹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앞에서
무수한 고민과 무수한 변화의 노력을 가하는데에
그에 반하는 사건과 일들이 터지게 되는 경우도
아마 그러한 경우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존재하는데
그 언덕 앞까지 겨우겨우 올라가고 나서야
잡고있던 로프가 끊어지게 되면
다리는 맥이 풀려버리고 버틸 수 있음에도 미끄러 지게 된다

믿음이 깨어지는 변화는 심한 충격을 가져올 수 밖에 없고
그 충격은 믿음이 회복되던가 믿음이 새롭게 자리잡던가 하기 전까지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충격이다
어떤식이든 변화를 만들어내게 되어지지만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던 믿음이 무너지는건
그로인해 생기는 새로운 믿음이 옳은 방향인지 그른 방향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다
이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에 역행하는 변화는 참으로 위험한 변화이기도 하다

이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십대의 절반이 지나기 전인 시기에 즉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느끼기 전의 시기에는
내 맘대로 글에다가 내가 주욱 결론을 내려 써갔던거 같다
그리고 그 결론을 믿음 삼아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었던것 같다
오래 공백을 가지고 글을 쓰기 전의 시기에는
하지만 위와같이 나의 어떠한 믿음을 완벽하게 저버린 그 변화를 느낀 이후에는
더이상 새로운 믿음을 가지는데 대한 두려움 같은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언제나 문제제기만을 열심히 하고 그 결론을 내는데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새롭게 키보드를 잡은 지금 나는 여기까지 밖에 글을 쓸 수가 없다
이것 역시 변화라면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의 나,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 그 모습에 얼마나 내가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만족스럽지 않은 나날들이다
이 와중에 여기에 조금이나마 내 고민과 한탄과 우울을 좀 풀어야 할것만 같다
그누가 보는지 그누가 오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단지 누군가 볼 수 있는 공간이기에 누군가 들어주고 있다는 그런 기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아무도 보지 않기에 내 맘대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기분
그 기분들을 채워주는 공간이 이곳이기도 하기에

나는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by 태방 2009. 7. 20.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