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만성적으로 밀려오는 외로움은 적응될듯 하면서도 나를 졸릴듯이 우울하게 만든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알고 사람과 지내면서 생기는 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피곤함만을 가지고 온다
즐거움은 한때의 마약일뿐, 깊은 심장의 울림은 들어보기 힘든것이 사실
겉핥기의 만남은 겉핥기로 끝나고, 쉬운 만남은 깊어도 쉽게 끊어지기 마련이다
사람에 집착하던 시기가 있었다. 꽤나 오래전. 꽤나 오랜 기간동안
내 사람이 없으면 죽을것 같았고, 나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 터질것만 같았다
그건 단지 순수한 외로움 때문이었을것,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법이니까
나를 끌어 깊은곳으로 들어갈 수록 깊은곳까지 놀러올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진실을 알고자 열심히 뿌리를 땅으로 내려갈수록 바닥은 돌덩이들로 가득하고
나무 위에서 노니는 새들은 과일하나 열리지 않는 딱딱한 고목나무에는 앉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멀어져간 인연들 떨어져간 사람들
아무리 깊은곳에 다녀왔던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곳에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들
맛있는 열매가 가득한 바깥 세상을 두고 궂이 이 깊은 땅속으로 오고 싶은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을 부르기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깊은 땅속에 작은 방을 만들고 불을 켜고 맛있는 빵과 와인을 내어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나의 작은 보금자리에서 즐거히 놀고 지냈으며 나도 그들의 방에 종종 놀러갔다
땅속의 깊음에 들어간 노력에 비하면 사람들을 위해 미소를 머금는것은 쉽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그 즐거움에 빠져들어가 좀더 큰 방을 만들고, 더 많은 음식을 내놓았으며, 더 많은 노래를 불렀다
나의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한 그 순간, 그 기분, 그것은 중독이었다
그 중독에 빠져 나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나의 행동은 더욱 분주해졌다
외로움이 깊어질 수록 그 중독은 쉬워지는 법
그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이고 정성을 베푼다
하지만 사실 변하는건 없다
그들은 여전한 손님들이고
지루해지면 이내 이곳을 떠난다
방안의 즐거움에 취하다가도
이곳이 깊은곳임을 알면 햇빛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긴장을 늦추게 되면
중독이 금단증상을 일으키듯
더 큰 외로움이 나를 감싸안는다
체념하겠다는 의지도
더큰 외로움이 먹어버렸다
혼자가 되어가는 단계라고 하기엔
너무 내버려진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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