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멍하니 앉아있는다
밥을 먹어도 책을 읽어도
결국은 멍하니 앉아있는다
전화를 해도 게임을 해도
결국은 멍하니 앉아있는다
그 어떠한 활동을 해도 변화하는것이 없다
나는 나대로 남겨져 있고
나를 제외한 다른것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나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커다란 것들도 별거 아닌거처럼 느껴지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사소한 것들마저 대단한것마냥 느껴진다
작은 티끌하나 날아가도 심장을 뺏긴 기분이다
변화하는 모든것들이 내 가치를 떨어트리는것 같으며
세상은 나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하다
그 와중에도 자존심을 상하기 싫어서 였을까
그 티끌하나 잡기 위해서 손가락을 까딱하는것 조차 하지 않는다
이불에 파뭍힌채 꿈이라도 한번 꿀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2010년 종이 울리고
나는 바닥에 앉아 2009년을 보내며 생각했다
이런 내가 될거였으면 내가 보낸 스물다섯해는 무엇이었을까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으면 왜 그렇게 길게 써내려 갔을까
곰곰히, 그렇게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무엇때문에 그렇게 힘들고 힘들고 힘들었는가
가장 화려한 마지막 한달에 가장 쓸쓸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가장 여유가 넘치는 휴가에 가장 무기력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그 기분 탓인가
내몸에 남아있는 기운 하나 남김없이 사라져 의욕을 잃고
미약해진 심신을 따라 고스란히 드러난 나의 흠결들은 되살아 난다
잇츠미, 쎄뚜, 복잡하지 않아야 할것들을 난 다시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그 소용돌이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재연해 낸다
몇년이고 그 늪을 탈출하기 위해서 노력한 시간들을 모두 돌려 보내고
바보같이 말이다
이제는 끝을 찾아 나설 것도 아닌거라는걸 안다
자본과도 같은거다. 버는건 버는거도 쓰는건 쓰는거다
빚쟁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것은
과연 이 빚을 다 갚을 날이 올꺼냐는 것이다
잘된 케이스만 눈에 띌뿐 파산난 사람들도 주변에 많다는걸 생각해 보면
그렇게 희망적으로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아닌거 다 안다
게다가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쳤고, 기댈곳도 없고,
내 배는 술조차 들이키지 못하게 구멍이 곳곳에 뚫려있다 어이구
10대에서 20대에 들어서는 문턱에 우울증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스물여섯의 문앞에 그 친구가 다시 나에게 인사하고 있다
난 저놈을 받아들일것인가 내칠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왜냐면 결국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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