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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 > 일다 2006-10-30 02:39

뉴스 : 생각의 변화, 삶의 변화
생각의 변화, 삶의 변화
[일다 2006-10-30 02:39]
대학에 입학한 뒤로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너는 참 변한 게 없구나”, “그대로네!”라는 말들을 한다. 그럴 때면 가만히 웃으면서 “내면은 많이 변했어!”라고 대답한다. 멋지게 변할 거야, 달라질 거야! 라며 다짐하듯 말하고는 끝에 꼭 “나중에…”라고 변명하듯 덧붙이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변하고 있다.’

어렸을 적에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대통령, 우주조종사, 피아니스트, 화가, 발레리나 등을 대며 그저 멋있어 보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러니까 매우 허무맹랑한 단어들을 자랑스럽게 쏟아내곤 했다. 말해 놓고도 내가 뭘 하고 싶다는 건지 몰랐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선생님께서는 그런 나의 대답에 꽤나 만족해하시는 눈치였다. 나도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인생은 따로 돌아갔다. 공부를 해야지, 대학에 가야지, 이걸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라는 핑계들을 갖다 붙이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허망한 꿈을 마음으로 좇고,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좌절하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넋두리를 늘어놓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더는 그러지 말자,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인생의 한철을 대부분 어떤 직업에 대한 준비시기로 보내기엔 한 번뿐인 내 삶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에 가서는 고등학교를 준비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을, 대학에서는 취업을, 그렇게 빙빙 돌다 문득 속아 산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렇지만 하소연할 곳은 없어지는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평소 흠모하던 곳에 가보고 싶으면 정말 가는 거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혹은 걸어서. 변화는 지금 내가 떼는 한 걸음을 시작으로 이뤄진다.

또 한 가지 삶의 변화를 위해 내가 하고 있는 것은 TV를 끄는 일이다. 대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늘렸다. 일방적으로 전송되는 전파에 온 생각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생기는 대상에 대한 자료는 직접 선택해서 찾아본다. 그리고 더 많이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친구들과 그런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고민하던 일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일이라도 무엇인가 한다. 1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혼자서 생각하기로 결심을 하고 나서, 가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곤 했다. 그 동안 다른 사람의 생각, 다른 사람의 취향에 길들여져 ‘나’의 생각은 없고, 그 때문에 단순한 일상어 수준에서 반복되는 단어들 말고는 내 자신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제는 교수님 한 분과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을 일이 있었다. 그 친구가 대화 중에 교수님께 “교수님은 꿈이 뭐에요?”라고 여쭈었다. “응, 나는 책을 꼭 쓰고 싶어, 세 권 정도.” 답변을 들으니 사뭇 진지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기분 좋은 꿈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현재 꿈꾸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현실에 발을 딛고 꾸는 그들의 꿈은, 내가 어렸을 때 뱉던 공허한 단어들과 어떻게 다를까? 나이가 들어서도 누군가 내게 ‘꿈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줄까? 적어도 나 스스로, 사회적 나이에 상관 없이 내 꿈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꿈꾸고, 걷고, 질문하고, 변화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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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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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방 2007. 1. 17.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