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2007년 3월21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
▶ 출연 :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 지금까지의 한미FTA 협상결과를 평가한다면?
발전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만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을 절반씩 방문해서 협상하는 건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성취한 것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협력에서 격차가 크며, 이대로 가면 걱정스러운 상황이 온다는 것이 국민 대부분의 의견인 것 같다.
- 한미FTA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 때문에 반대하는 건가?
그렇다. 내가 당의장 재임 중에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미국이 정한 신속권한시한이 4월 초까지인데, 미국이 정한 시한에 구속돼선 안 된다. 둘째,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서 미국처럼 중간협상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토론하고 논쟁하고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을 높여준다. 셋째, 있을 수 있는 피해계층과 단체에게 먼저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세 가지가 다 잘 안 되고 있다.
- 국회비준 과정이 남아있는데?
국회비준은 예스냐 노냐만 결정한다. 구체적인 내용에 문제가 있더라도 고칠 수가 없다. 현재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재경부 관료들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뒷받침해야 하고 얻어내야 할 건 얻어내야 하는데, 협상에 쫓기면서 그것이 매우 약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며 매우 걱정된다.
-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한미FTA에 찬성하고 있는데?
좀 복잡하다. 내가 할 땐 신중하고 비판적이고 건설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정세균 당의장을 비롯해서 요즘 회의에서는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많은 것 같다.
- 그렇다면 예스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진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3%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민주정부 아니겠나. 그리고 정치인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 바뀔 수 있다는 건가?
그러길 간절히 바란다.
-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로 우리 농업을 구조조정하자. 농업이라는 건 시장 밖에 있어선 안 되는 존재"라고 말했는데?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경제생활 모두가 시장기반에 서야 한다. 하지만 시장기반에만 맡길 수는 없는 분야가 있다. 교육이나 보건의료, 과학이나 기술 등은 시장논리에만 맡기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농업도 우리의 생명산업이고 중요한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따라 구조조정도 될 수 있지만 공공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미국도 메이저 곡물회사들도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미국이 정한 TPA 시한에 맞춰서 타결되길 바라는 바람이 반영돼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을 하신 것 같다.
-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 반대론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정직하지 않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너무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일종의 욕설이고,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가 없다. 당신과 견해가 다르지만 정직하지 않다고 하면 정직함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건 참 난처하고 난감한 얘기다.
- 현재 단계에서 한미FTA 협상을 중단해야 할까?
협상의 동력은 좀 떨어질 것이다. 3월 30일까지 안 되면 시간에 쫓겨서 반짝 벼락시험공부를 하다가 아무래도 동력은 좀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TPA 시한에 맞춰 타결되면 아주 좋고, 그때까지 안 되면 불편한 길을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불편한 길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처음 취임했을 때 자주가 큰 문제로 제기됐었다. 전시작전권은 온전한 국가라면 되찾아와야 한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동맹국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의 진통이었다고 본다. 이제 경제 영역에서도 그래야 하는데, 한미FTA를 둘러싼 과정을 보면 경제 영역은 아주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 된다.
- "한미FTA를 서두르면 제2의 IMF가 올 수 있다"고 말했는데?
90년대 중반에 OECD 가입을 서둘렀던 김영삼 대통령과 문민정부 시절에 대통령과 관료들은 '만반의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개방이냐 쇄국이냐는 논조로 접근해왔고, 세계화시대에 외부적 충격을 통해 내부적 철밥통을 깨겠다고 했다. 그때는 IMF 위기가 올 거라는 예측을 못 했다. 준비가 완벽하다는 관료들의 얘기에 대해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참담하고 모욕적인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그걸 계기로 대한민국 시장경제의 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졌고, 국민 내에서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확대가 발생했고, 양극화가 겉잡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비정규직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이런 상황을 한미FTA 과정을 통해 극대화할 수도 있다. IMF 때는 빌린 돈을 갚으면 되는데, 한미FTA를 통해 후유증이 발생하면 돈 갚는 것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무를 수가 없다. 그러면 한미관계가 긴장되고 악화될 것이다.
- 손학규 전 지사가 탈당했는데?
손학규 전 지사는 결과적으로는 한나라당에서 쫓겨난 것이다.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한나라당이 권력을 다 잡은 것처럼 오만해졌다. 손학규 전 지사가 얘기한 것처럼 그 기운을 타고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시대의 유재들이 오만하게 되고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오만해지면 본질이 다 드러난다. 거기에서 합리적 보수를 지향했던 손학규 전 지사의 정치실험이 좌절되고 실패한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이 겉으로는 경선 룰과 관련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학규 전 지사가 쫓겨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국민이 부드럽게 감싸 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손학규 전 지사와 나는 절친한 친구이고, 재야민주운동을 함께 한 동지였다. 그런데 중요한 역사적 고비에서 선택을 달리했다. 우선 손학규 전 지사는 민자당에 참여했고, 나는 정통야당인 민주당에 참여했다. 정권교체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발전의 전환점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80년 신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나는 국민 속으로 갔고, 손학규 전 지사는 공부하러 영국으로 갔다. 이런 역사적 차이가 있다. 그리고 손학규 전 지사는 합리적 보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적인 차이를 넘어서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함께 하는 게 가능한지는 서로 토론하고 논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낡은 한국정치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는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함께 하기 힘들다?
힘들기도 하고, 국민도 낯설어할 것이다
- 범여권 통합신당은 잘 되고 있나?
정세균 당의장 얘기에 따르면 노력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의 격려 속에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된 이후에 안정화된 것을 넘어서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지지자와 당원들 사이에서 있다는 것도 지도부가 유념하길 바란다.
- 열린우리당과 끝까지 갈 건가?
내가 당의장 때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신당을 결의했다. 나는 이 방향으로 가겠다. 낡은 정치세력인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대통합신당을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 지금은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대의와 원칙을 따라야 하며, 그래야만 반한나라당 전선을 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 길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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