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nogari9/100035903105

친구 하나가 어제 생일이었다

생일 축하를 해주려고 말을 걸었는데 우울하단다

생일날 우울한건 참을수 없다는 신조가 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우울을 해결해 주기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나도 보면 알겠지만 많이 우울했었다

그친구도 나와 같은 시기를 겪오 있다고 느껴졌다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지금의 시기

무언가 같은 고민속에서 우울해 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건가?


하고 싶은건 많고 꿈꾸는것도 많고

패기와 열정을 먹고 살며 겁도 없이 부딫치면서

노력과 경험 속에서 나 자신의 무한한 영광과 발전을 꿈꾸며

한발한발 멋지게 세상으로 전진을 하고 싶었던 20대의 삶

그 삶을 유지하기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온 치열한 대학생활


그 대학생활이 끝나갈 무렵

사회라는 커다란 바다가 우리 앞에 나타나고

노력으로 안되는게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경험으로 공부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지친다는것을 알아가고

내가 이길 수 없는 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내가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내가 생각하던 인생

내가 꿈꾸던 인생

내가 소망하던 인생

힘들어도 좀만 참고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믿음 속에서

그 인생의 가이드 라인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나가고 있을때 쯤


안되는것도 있다는 진리를 알게 된 이후부터

그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답답함을 동반한 알수없는 우울함

멋모르는 하룻강아지때는

짜증나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대뜸 화를 내기도 하고

우울하고 슬픈일이 있으면 대뜸 울어대기도 하고

이러면서 커가는거다 성장하는거다 인생의 성장통이다 자위하며

어찌어찌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현실의 커다란 벽 앞에서

내가 이루지 못한 꿈들이 점점 휴지통에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

그게 서러워서 그게 슬퍼서

재활용도 못하는 내 꿈들을 보면 답답해서 내 인생이 불쌍해서

그렇게 누구 탓도 하지 못하고 우울함에 한껏 빠져 비실비실 대는

내나이 스물셋, 친구나이 스물셋

서글픈 가슴들


그래도 나이빨이 조금은 있는가

우울함에도 끝이 있음을 알고

이제는 술마시고 음악듣고 책 읽고 친구를 만나면서

진통제 맞으며 우울함을 이겨내는거도 제법 잘해내고

그러다가 정신 차려서 다시 똑바로 일어서는 법도 알고는 있으니

사춘기 방황하던 청소년기 시절보다야 이겨내는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뭐 조금 힘들긴 힘들지

우울함이 익숙해지기는 정말 힘들다

그 슬픔 이겨내는 간절한 도움의 손길 하나 정도면

그래도 인생살기 좀 덜 퍽퍽해 지기는 하지


넌 내가 힘이 되주마

나도 너의 힘이 필요해



비 오는 창가에 보며

동동주에 파전이라는 끝내주는 진통제가 떠오르는 밤에

by 태방 2007. 3. 3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