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류석우 칼럼니스트][[류석우의 태클코칭]고질병을 부숴라]
☞태클편지 : 저 원래 그런 건 못하거든요…?
사람 성격이라는 게 참 바뀌기가 힘든 것 아닌가요?
대부분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밝고 활발한 사람들에게나 먹힐만한 이야기를 하던데, 정말 저처럼 원래부터 성격이 내성적인데다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라는 건가요….
이번에 저희 회사에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영업팀이 새로 꾸려지게 되었거든요. 각 부서 당 2명씩 차출이 되었는데 그만 제가 뽑혀버린 겁니다.
제가 자신 없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제 원래 성격이 어떤지 판단도 안 해보시고 무작정 그런 일을 맡기다니…. 전 아직까지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못하고 살았던 스타일입니다.
누가 앞에 나가서 장기자랑이라도 할라치면 제가 더 민망해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숫기도 없고요. 그런데 영업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붙임성도 없고 낯가림증도 심한 저보고 정말 회사를 말아먹으라는 얘긴지, 진짜 사표 써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제 성격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싫어서 좀 변화해 보려고 자기계발 카페에도 가입하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의 제 스타일이 있는지라 좀 힘드네요.
저처럼 원래부터 소심한 인종들은 정말 남들보다 앞서기 힘든 건가요? 성격과 정말 안 맞는 이런 일을 맡았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죠?
<태클넘기 : ‘원래병’을 부숴라>
틀림없이 그 병에 걸리신 게로군요. 저 역시 예전에 심하게 앓았던 병이기도 해서 낯설지가 않아요. 저도 그 병을 치료하는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아주 각오하셔야겠어요.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이 병은 너무도 흔해서 당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걸렸거나 그 병의 인자를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자기가 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말이죠. 궁금하시죠? 바로 ‘원래병’이라는 겁니다.
‘변화’와 상극관계
혹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원래’라는 말을 얼마나 쓰는지 알고 있나요? 제게 보낸 편지만 하더라도 그 짧은 글에 ‘원래’라는 표현이 네 번이나 있었답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조금만 엿들어 봐도 쉽게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나는 원래 그래, 나는 원래 이런 걸 싫어해, 나는 원래 저런 것을 좋아해, 나는 원래 그런 건 잘 안 해,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야, 원래, 원래, 원래….”
이처럼 ‘원래병’ 바이러스는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있어요. 그렇게 유명해서 그런지 ‘원래병’은 다른 별명도 많이 가지고 있죠. ‘고정관념’이 대표적이고, ‘고집’, ‘아집’으로도 가끔 불립니다. 또, ‘구태의연’이라는 형용사로도 표현이 되며, 이 병에 심하게 걸린 사람의 성격을 ‘폐쇄’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로 몰아세우기도 하죠.
그런데 이 ‘원래병’과 경계선을 이루며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녀석이 있어요. 바로 ‘변화’라고 하는 녀석인데, 이 ‘변화’와 ‘원래병’은 서로 상극관계라고 할 수 있죠. 둘 간의 싸움에서는 이 ‘원래병’이란 녀석이 단연 우세합니다.
‘변화’는 이 ‘원래병’에게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만날 당하기만 해요. 그래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웬만큼 힘이 센 ‘변화’를 대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원래병’을 이기지 못한답니다. 그냥 그렇게 ‘원래’대로 살아가죠.
‘나’는 내 방식의 결정체이다
아무리 이 병이 흔하다 할지라도, 비전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특별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죠. 즉, ‘원래병’과 상극인 ‘변화’라는 녀석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세계적인 성공학자 위르겐 휠러는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까지 해온 그대로를 한다면 이제까지 살아온 그대로로 살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꿈꿀 때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생각합니다. 곧 그것이 비전이자 목표이고, 꿈이며 희망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쉽게 가지는 착각 중의 하나가 이제껏 해왔던 대로 하면서 변화된 미래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저는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자신을 한번 냉철하게 분석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의 나의 모습, 그러니까 내가 현재 처한 모든 상황은 이제껏 내가 세상에 태어나 현재까지 사고하고 행동하며, 말해 왔던 모든 것의 ‘결정체’에요. 그 누가 만들어 준 것도 아니요, 그 누가 대신 그려준 것도 아닌 철저하게 내가 그린 그림이란 뜻이죠. 그런데 이제까지의 그림과는 다른 그림을 원하면서 이제껏 그려왔던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패턴 자체를 바꿔라
더 심각한 문제는 예전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새롭게 변화된 방식인양 착각을 한다는데 있답니다. 그러니까 그리는 방식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 물감의 농도만을 살짝 바꿨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죠.
저도 처절하게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초보 강사시절, 스스로 제 강의를 녹음해서 분석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저는 그 문제점들로 인해 제 강의가 점점 청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고, 비로소 변화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죠.
강의내용을 바꿔보려고도 노력했고, 재미있는 멘트를 삽입시켜 청중들을 웃겨보려고도 했어요. 또, 멋진 말들로 강의의 품격을 높이려고 강의록도 보강시켰구요. 그렇게 스스로는 변화했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강의를 했어요.
그러나 청중들의 평가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한참을 슬럼프에 빠져야 했죠. 그러던 중 어느 책에선가 “변화를 시도하려면 뿌리부터 바꿔라.”라는 문구를 보게 됐어요. 순간, 제가 뿌리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잔기술’만을 변화시켜 새로운 결과를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다시 강의패턴 자체를 바꾸려고 시도했어요.
처음엔 그 ‘원래병’이란 녀석 때문에 정말 힘들더라고요. 말투, 제스처, 표정 하나하나에 병균이 침투하여 저의 변화를 가로막았죠. 정말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어요.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군요. 저는 결국 변화를 이루어냈고 그때부터 제 강연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내게 되었답니다. 이것이 바로 ‘원래병’이란 병마와 싸운 저의 첫 번째 ‘병상일기’에요.
당신도 원래병에 걸려있는 자신을 심각한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원래라는 것이 과연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구요. 행동으로 노력하기도 전에 먼저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야.”라는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좀처럼 변화되지 않는 거예요.
성공자들이 태어난 마을
유명한 성공자들이 여러 명 출생했다고 하여 유명해진 마을이 있어요. 한 기자가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취재를 하러갔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선 기자는 이 마을이 맞는지 물어보려고 걸어오는 어떤 노인을 붙잡고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 이 마을이 유명한 성공자들이 많이 태어났다는 그 마을, 맞나요?”
할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오, 이 마을에서는 그저 갓난아기들만 태어날 뿐이라오.” 그래요. 원래부터 성공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저 똑같은 갓난아이였을 뿐이죠.
또,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을 보세요. 과연 그들이 원래부터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까요?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몸이 허약했고, 배운 것이 없어 중졸학력밖에는 되지 않았으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것이 바로 자신의 성공비결이라고 했어요.
또, 현재 한국을 빛내고 있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을 보자구요.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가 어디죠? 바로 발이에요. 그런데 그는 평발이라고 해요. 조금만 뛰더라도 피로를 느낀다는, 그래서 군대도 면제된다는 평발이라구요. 그에게 ‘원래’라는 단어를 적용한다면 과연 축구를 해야 옳았을까요?
그래요.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그 ‘원래’라는 생각부터 지워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번 변화를 시도해보세요. 그랬는데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뿌리’를 한번쯤 의심해 보시구요. ‘잔기술’만을 변화시키려하지는 않았는지 말이에요.
관록이 쌓일수록 경계하라
이 ‘원래병’은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더 기승을 부린답니다. 연륜이 쌓이게 되면 ‘축척된 경험’이라는 녀석이 이 ‘원래병’의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 뒤에서 버텨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웬만해서는 변화를 인정하려하지 않는 구태의연함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에요. 특히 부모자식간 ‘세대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의 경우, 축적된 경험과 변화된 현실사이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때 변화된 현실감각 없이 자식들의 행동만을 탓하며 ‘원래’를 강조하게 되면, 급변하는 시대에 환영받지 못할 폐품관념의 소유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요. 물론 너무 지나치다 싶은 부분은 자제시켜야 마땅하겠지만 말이죠.
세계적인 기업 GE의 잭 웰치는 “1등과 2등 분야를 남기고 모조리 팔아 없애라.”라고 했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역시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했구요. 한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뒤흔들 수 있는 그 ‘변화의식’이야말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오늘날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꼭 명심해야해요. 당신 몸속에는 지금 ‘원래병’이 시퍼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그 병은 어느 때고 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그러니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면 오늘부터 ‘원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우고 변화를 시도해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병’의 심장부인 뿌리부터 공략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구요.
변화는 변화 없이 결코 변화되지 않아요. “변화하며 살자구요!”
류석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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