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2007-5-5 16:12]
미수다(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화마(話魔)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제목 때문일까? 워낙 수다를 떨어서?
미수다가 첫 방송을 탄 것은 지난 해 10월 7일 추석 특집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부터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과 설날 3개 지상파 방송사들이 앞다퉈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노래 등의 장기자랑을 시켜왔던 것은 거의 전통처럼 돼 있다. 미수다도 사실 그런 맥락에서 준비된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다만 출연자가 여자로만 구성됐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그런데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파일럿 프로그램(정규 편성을 하기 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임시로 편성한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이다. 미수다가 히트를 친 것은 단순히 외국의 미녀들이 말하는 한국의 문화나 풍속도 때문이 아니었다. 외국의 미녀들이 말하는 바로 한국 남성들 때문이었다.
특히 이 외국의 미녀들은 한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이다. 종잡을 수 없는 정서의 소유자인 한국의 다른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톡톡 튀는 기발한 생각을 털어놓으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게다가 이 발랄할 미녀들이 말하는 한국의 남성이라니, 남성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는 당연한 소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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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의 <미녀들의 수다> ⓒKBS |
그리고 미수다는 2006년 11월 26일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제작진은 추석 특집에서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 여러가지 애를 쓴 흔적이 프로그램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특히 어쩔 수 없는 비주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나 탑 스타일의 의상으로 외국의 미녀들을 치장시켰다. 또 단순히 백인에 국한 시키지 않고 황인종과 흑인까지 다양한 인종을 출연시켰고, 또 미국이나 일본 등 부자 나라는 물론 가까이 있는 중국과 멀리 유럽, 그리고 아랍과 인도 등 거의 전 세계 미녀들을 말라해 출연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수다가 관심을 끄는 것은 거침없이 내뱉는 미녀들의 수다다. 그야말로 수다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미녀들은 어눌하고 어색한 한국말을 구사하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고유의 예법을 무시하기도 하고, 거침없는 은어와 비속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과거 홍콩의 세계적인 영화배우 성룡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욕과 반말을 내뱉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 수 있다.
또 사회 풍속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미녀들은 가끔 일요일 오전 안방에서 듣기에 민망한 표현이나 경험담을 얘기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남성 연예인이나 사회자인 남희석에게 자기 나라 식의 평범한 애정 표현을 가해 출연자는 물론 시청자를 화들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미녀들의 돌출행동이라기 보다는 제작진의 의도다. 제작진이 시켜서 한 일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이 녹화방송임을 생각할 때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의도적인 편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방송 당일 인터넷을 달구는 문제(?)가 될 정도라면 제작진이 편집 당시에 그런 장면을 들어냈을텐데 제작진은 오히려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중복 편집을 통해 강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작진의 그런 의도가 ‘재밌는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21세기 사회 모든 면에 있어서 개방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정도의 돌출행동 또는 돌발 발언이 방송의 문제가 될 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는 70개가 넘는 케이블과 위성 채널이 그보다 훨씬 원색적이고 선정적이며 도발적인 화면을 안방에 쏟아놓고 있다. 그 정도 쯤은 편안한 아량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30일 방송에서는 출연자 중 소피아 리자의 허벅지가 노출된 일로 뒤늦게 인터넷이 시끄럽다. 과다 노출이라며 제작진을 비난하는 목소리 뿐 아니라 소피아 리자에 대해 비난하는 말들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소피아 리자의 속옷이나 신체의 특정한 부위가 노출된 것도 아니고, 또 어떤 누리꾼의 얘기처럼 그 보다 더 심한 채연 이효리 렉시 길건 서인영 등 섹시 여가수들의 자태가 청소년들의 주시청 프로그램에서도 화면을 가들 메우고 있다.
섹스를 형상화한 춤과 신음소리를 본뜬 효과음이 가요 프로그램을 도배하고 있고, 케이블을 틀면 대낮부터 살 냄새 가득한 베드신이 그대로 노출된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들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방의 시대 외국 미녀의 허벅지가 잠시 노출됐다고 해서 이를 비난하기에는 우리의 의식은 훨씬 열려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수다는 일요일 오전 시간에서 월요일 심야 시간으로 방송 시간대도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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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원 기자 |
문제는 어느 외국 미녀의 신체 어느 부위가 화면에 잡혔는지를 따질게 아니라, 이 외국의 미녀들이 대한민국 사회을 어떻게 보고 어떤 인식을 할 것인지를 그들의 말을 통해 숙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신촌의 술집과 카페, 홍대 앞과 압구정동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여기저기에 미수다의 미녀들이 한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노닥거리고 있다. 농촌으로 가도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에서 시집온 그 미녀들이 우리의 자식을 키우며 농사일을 하고 있다. 세계의 사람들 앞에 대한민국의 문이 열려있는 것이다.
그들을 봄에 있어 혹 우리의 흥미거리 때문에 그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일이 우리 스스로 막는 것이 더 중요하지,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신체 노출 때문에 요란을 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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