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상형

  난 밝은 사람이 좋아요. 그냥 하염없이 밝은 사람, 이유없이 밝은 사람. 엉뚱해도 좋아요. 조금 실없진 않았으면 해요. 하지만 중요한건 스스로 밝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자아도취에 빠져 신나가 자기 이야기만 떠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거도 아니고, 언제나 밝게 웃을 수 있는, 나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발랄하고 샤방해도 괜찮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로 큰웃음을 주면 좋아요. 말과 표정과 생각은 무거워도, 갑자기 모든것을 툴툴 털어버리고 가볍게 다시 밝아질 수 있는 그런 푸르름을 잃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난 진지한 사람도 좋아요. 밝은 표정속에 깊은 자아를 가진 사람이면 좋겠어요. 인생의 쓴맛을 안다는 티가 팍팍 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고민속에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이 자아에 심어들어간 사람이면 좋겠어요. 언제나 자기 인생에는 속깊은 철학자가 되고, 세상의 문제에는 근심어린 논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됨을 찾기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 남들이 즉흥적이고 탐욕적인것만을 찾더라도, 그 속에서 좀 더 담담하게, 혹은 치열하게 내면을 이해하고 고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푸르르고 마는 잡초들과는 달리 곧게 뻗은 심지 굵은 줄기를 가진 나무같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의 영혼을 들여다 봐 줄 수 있는 눈을 가지면 좋겠어요. 궂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 나 자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 나의 뿌리에서 부터 나의 모든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어요.

  물론 이쁘면 더 좋아요.


2. 단점

  난 단점이 많은 사람이에요. 일단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요. 꼭 중요한 순간에는 어긋난 선택을 하고 말죠. 절대 물러서기 싫다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멍하니 있다가 시간에 빼앗기기도 해요. 언제나 동굴속에 들어가 내 마음속 폭풍이 잠재워질때까지 이리저리 휘둘리죠. 그러다가 비가 그쳐서 잠깐 기어나와 보면 내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어요. 그러면 나는 또 한번 허탈함에 절벽앞에 앉아 고개를 까딱까딱 숙이죠. 참으로 슬픈 일이에요.

  난 눈치도 참 없어요. 모든 일을 내 기준으로 사고하는데 익숙해 있어요. 상황에 맞게 눈치를 본다는 건 상대방의 기분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익숙치가 않아요. 이제는 파악하는거도 조금씩 할 수 있겠는데, 행하는 것이 그렇게 되지 않아요. 내가 원하면 먼저 해야해요. 그 때문에 상대를 기분좋게 하는데에 매우 서툴러요. 웃기는건 어렵지 않은데 기분을 좋게 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으로 안되는 것들이 많아요. 이런것들은 정말이지 100번 센스 있다가도 한번에 날려먹어버릴 큰 문제에요.

  솔직한것을 좋아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 때문에 이리저리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난 이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나조차도 이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경우에요. 자기 마음조차 못다스리게 되었으니 어떻게 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어요. 큰일이에요 큰일.

  하지만 난 걱정하지는 않아요. 난 무엇을 하든 평균이상 하겠다고 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결국 난 평균을 넘고, 또 자신있게 시작하겠죠. 하지만 분명 내 눈앞에 놓여있는 여러가지 장애물들은 나를 정신없이 흔들어놓기 마련이죠. 덕분에 많이 성장하지 못했고, 아직 평균을 넘는데도 실패했어요.


3. 변명

  그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시작 단추부터 잘못 되었던 거죠. 난 세상과 너무 멀리 살아왔어요. 소설책에서나 볼법 한 생각들 때문에, 나의 일상은 소설책에서나 나올법한 일상이 되어 버렸어요. (하지만 그리 재미는 없는 소설일꺼에요. 분명히) 하지만 영화도 혼자 찍는게 아니듯 나도 세상속에서 나 혼자의 일상만을 찍을 순 없어요. 트루먼쇼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 다시 노력중이에요. 정말 끝까지 개같이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 나서야 소설책을 던져버릴 수 있었어요. 소설책은 나중에 쓰면 되요. 그때까지는 그냥 만화책 처럼 살아갈꺼에요. 내가 아무리 진지하고 심각해봤자 어짜피 만화책은 잼있다는건 변함없는 진리에요. 나는 그 진리를 애써 감추고 소설책만 봐왔던 거죠. 책은 그렇게 읽어도 사람은 그렇게 읽을 수 없어요. 일단 만화책 표지를 짚어 들겠어요. 그 속이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눈이 좋기 때문에 그정도는 미리 식별할 수 있어요.

  조금 서툴고 어색하지만
  조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성장하기 위해선 필요한 여유니까요

  그 여유를 찾을때 까지
  포스트잇에 꼭꼭 써 놓으세요
by 태방 2008. 7. 12. 04:23

  절망의 골짜기에는 바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절망의 골짜기에서는 스스로 올라오지 않으면 박차고 갈 바닥도 없다. 내버려진 인생의 내버려진 좌절들은 사람을 바닥이 없는 절망으로 내밀어 버린다. 그리고 그 절망은 갈수록 깊이를 깊게 가져간다. 반사신경이 멈춰버리고, 나는 팔을 뻗어야할 절벽의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보내 버린다. 이제는 벽에 긇힌 상처들이 굳은살이 되어 가는 시기. 굳은살 속의 흐르는 뜨거운 피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흐르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흐른다고 느끼지 않는데 무슨 소용인가. 찔러서 피 한방울 안나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꺼라 생각했지만, 끝도없는 좌절의 골짜기는 나에게 강제적으로 주사바늘이 부러질 내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할 수 있는것이 이제 많지 않다. 100장의 카드중 90장이 뻥카라면 도박을 할 맛이 날까. 인생은 도박이라고 했다. 만가지 진실중 구천구백가지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이제 대강 100가지쯤 남은거 같다. 하나하나 내 속을 갉아먹어가는 식충이 같은 사실들은 내 진실을 흐르는지 안흐르는지도 모르는 핏속으로 꼭꼭 숨겨놓는다.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사람도, 투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도, 애초에 피가 흐르지 않는 사람도 모두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죽지도 않고, 치료를 받지도 않으며, 피가 모두 떨어지지도 않았다.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심장이 뛰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병들어 내게 남아있는 젖살은 이제 다 사라져가는 듯 하다. 말은 열정을 외치고 행동은 수정을 담는다. 목에 핏대 세우고 스물 넷의 마음을 담아내는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렇다고 평범하게 70억분의 1이 되어 소소한 기쁨들로 채워나가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은 더더욱이나 없다.
  여전히 나는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그래도 내가 아직 건강한 피가 흐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을 한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꿈속에서 나는 처절하게 눈물을 흘린다. 일상의 소소한 슬픔들, 내가 잃어버린 구천구백가지의 진실들이 하루하루 내 마음속에서 밟힌다. 포스트잇 떨어지듯 그렇게 바닥에 내동댕이 친 마음의 조각들은 손을 뻗어버리지도 못한채 더럽혀져 간다. 하지만 이 병실에서는 그게 정상이다. 말못하는 짐승일뿐인 나는 떨어져 가는 진실들을 애써 숨긴채 굳은살 벗겨내는데 열중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조금은 웃을 수 있는 안정을 찾기 위해서, 나는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 도전의 용기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행복의 여유가 더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화전민의 버려진 땅이 아닌 거름이 두둑한 비옥한 토양이 되고 싶기 때문에.

by 태방 2008. 7. 5. 02:23
경향신문 1면‘GG광고’에 담긴 숨은 사연은...
광고국 관계자 “<조선> 광고 사정 힘들긴 힘든 모양”
입력 :2008-07-01 13:58:00  
▲ 6월 27일 경향신문 1면 하단의 스타크래프트 팬까페 PGR21 의견광고 
지난 27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에는 스타크래프트 팬사이트인 'PGR21'이 낸 "국민 지지(支持)를 받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당장 GG를 치십시오"라는 제목의 대통령 비판 의견광고가 실렸다.

그러나 그 날짜, 한겨레를 제외한 주요일간지 1면 하단에는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이제는 경제를 생각할 때입니다"라는 의견광고가 실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만 이 경제단체의 의견광고가 빠졌다. 경향신문에 전경련의 광고가 빠지고 스타크래프트 팬까페의 의견광고가 실린 것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이 광고가 나가기 전날인 26일, 광고비를 십시일반한 PGR21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그간의 광고진행에 관한 경과글이 닉네임 '분수'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분수'는 경향신문 광고가 나가기로 한 바로 그 지면에 경제5단체의 의견광고가 접수되었고, 그 가격차이가 무려 5배가 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PGR21의 의견광고 추진팀은 다른 날짜로 광고를 옮기거나, 지면을 3면으로 바꾸는 등의 문제를 경향신문 광고국 측과 긴밀히 논의했다. 그들은 경향신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이미 공지가 나갔고, 다른 팬까페 등에도 광고가 되었다. 우리 의견대신 전경련 광고가 나간다면 허탈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곡절 끝에 경향신문은 오후 6시쯤, 5배의 가격차이를 감수하고 PGR21의 광고를 1면에 그대로 싣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PGR21 사이트 댓글에는 환호성이 올랐고, 경향신문의 용기있는 결정에 대한 칭찬이 수십건 올라오기도 했다.

"승리의 경향.... 리플 캡춰해서 보내드리면 경제적 타격으로 우울해하실지 모를 (경향광고국) 담당자분들에게 힘이 되겠는데요...", "언론학 학도로써 경향의 선택이 얼마나 힘든 선택이었고 얼마나 훌륭한 언론의 모습인지 더욱 절절히 깨닫고 있습니다" 등의 댓글로 경향신문의 결정을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경향 의견광고에 숨겨진 이 이야기의 또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전하고 있다.

경제단체 광고와 PGR21 광고의 5배 가격차이는 "경총이 제시한 가격"과의 차이가 아니라 "경향이 부른 가격"과 5배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경향 측은 당연히 '늘 부르던 정가' 그대로를 부르고, 경제단체 측에서는 '그 가격은 조선일보 광고가랑 똑같지 않느냐?'면서 "가격할인"을 시도했다는 것.

경제단체가 흥정을 제시한 가격표를 받아든 경향신문 광고국은 "그 가격이면 굳이 1면에 실을 이유가 없다"고 배짱있게 PGR21과의 의리를 지키게 되었던 것.

경향 광고국 담당자는 "우리는 그냥 평소대로 가격을 불렀다. 아마 조선일보 측에서 가격을 다운 시킨 것 같다. 그쪽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라고 말했다.

하승주 기자
by 태방 2008. 7. 1. 17:13

'비폭력' 일깨운 사제단, "이명박도 사랑한다"

다시 그들이었다. 국가권력이나 금권에 의해 마땅히 지켜져야 할 가치가 왜곡될 때, 그들은 거리에 서 있었다. 지학순 주교에서부터 김용철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하는 양심의 목소리가 태동될 때에도 그들은 자리를 함께 했다.

 

2008년 6월 30일 저녁, 그들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미국산 쇠고기'로부터 촉발된 촛불시위가 전경의 군홧발에 의해 상상을 초월한 과잉폭력진압 속에서 피를 흘리자 서울시청 광장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달을 조금 넘긴 사이, 시계가 순식간에 20~30년 전으로 돌아가버린 지금, 어쩌면 우리는 1987년의 그들을 기억하며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사제단은 저녁 7시 30분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의 종교행사였지만, 이 행사는 반드시 천주교인만의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리에 앉아 촛불을 들고 그들의 미사를 경청했으며, 신부와 스님이 손을 맞잡으며 거꾸로 돌려진 시계를 걱정하며 시대를 걱정했다. 종교의 화합, 그리고 시민의 화합, 종교를 초월해 뜻을 모으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연출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경찰과 대비돼 더욱 빛난 아름다움

 

이 아름다움은, 경찰의 변함없는 대처와 대비돼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경찰은 또다시 전경버스로 시청 앞 광장을 봉쇄했으며, 미사 이전에 전경과 약간의 실랑이를 벌인 시민을 "시민이 전경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강제연행했다가 항의가 이어지자 "경미한 폭행이었다"는 조금은 우스운 해명과 함께 풀어줬다.

 

1시간 가량 이어진 행진이 끝난 이후에도 정복경찰을 동원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려다가 사제단 신부들의 간곡한 호소에 호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슬그머니 머쓱하게 철수했다.

 

수십년 넘게 단련된 양심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시민들이 그에 호응하면서, 경찰의 과잉대처는 오히려 개그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비폭력'의 힘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는 시민들에게 '간곡한 호소'를 남겼다.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이 전경과 대치하다가 피를 흘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염려한 것 같았다. 밤 10시를 넘기면서 시민들에게 '귀가'를 호소했으며, "국민들에게 힘이 될 때까지 사제단이 단식기도회를 계속하겠다"는 선언도 남겼다.

 

나로서는, 이 선언이 가질 힘을 유추해보려고 노력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졌으며, 그 영향력에 걸맞은 실천을 끊임없이 보여줬던 사제단이 시청 광장에 '계속' 남는 것만으로도 그 상징은 클 것 같았다. 그들은, '비폭력'이 가진 힘을 시위참가자와 경찰 모두에게 진실되게 보여줄 것이다. 안그래도 컸던 사제단의 존재, 더욱 크게 보였다.

 

미사 도중에도 사제단은 '사랑'을 이야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사랑하자고 주문했으며, '경찰 형제'에게도 사랑과 애정을 보낸다고 했다.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했"지만,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신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은 것 같았다. 원수마저도 사랑하라고 했다던가? 진실된 목소리에, 시위참가자들도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자신의 힘과 교만을 탄식하면서도 자신에게 '사랑'을 주문하는, 신을 섬기는 자 본연의 목소리를 말하며 그 자세를 지킨 사제단으로부터 무엇을 느꼈을까? 참고로 오는 3일에는 개신교인들의 기도회가 예정돼 있다. 아마, 그들도 '힘'과 '교만'에 빠진 누군가를 탄식하며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할 것이다.

 

행진 후의 작은 축제들

 

행진 후의 시청 앞 광장은 말 그대로 '평화 속 작은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잔디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신부들을 찾아가 웃음꽃을 피우며 "힘내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 시민들, 사제단의 자문 변호사로서 모습을 드러낸 김용철 변호사에게 사인을 받고자 하는 시민들, 촛불을 모으며 작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시민들, 현장을 뜨지 않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과 토론을 나누는 시민들, 시민과 종교인, 그리고 정치인까지 어우러진 작은 축제의 모습이었다.

 

진정으로 기다려왔던,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그동안 이어진 대치 속에서 피를 흘리며 싸워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봐왔던 나로서는, 그 작은 평화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대하지 못하다가 눈으로 보면 그 소중함에 눈물마저 나는 경우를 살면서 종종 겪는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그 축제 속에서, 인터뷰를 시도하고자 하는 기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 대열엔 나도 포함돼 있다. 다음은, 김인국 신부가 기자들과의 즉석 인터뷰에서 남긴 이야기들이다.

 

-오늘 이 자리(시청 앞 광장)에서 미사를 진행한 취지는 어디에 있나?

"시민들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소통 장애'가 무서운 그림자를 불러왔다. 시민들은 짓밟힌 자존감 속에서 감정이 격앙돼 있다. 시민들과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무서운 그림자에 호소하고자 한다.

 

-그동안 '폭력시위' 논란이 유발된 적이 있었다.

"'폭력'에 대해서는 시민들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시민들은 애초에 비폭력 기조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정부에서 폭력을 유도한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공안기관의 강경기조도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이 아니라 기관장들의 '과잉'이라고 믿고 있다. 그속에서 촛불에 담긴 시민들의 마음을 지킬 필요가 있는 듯하다."

 

-특정 보수언론에도 목소리를 내세웠는데?

"우리 사회의 진실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그 특정 보수언론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입장을 변화시킨다. 후안무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책회의 측은 '이명박 퇴진' 구호를 내걸고 있다.

"글쎄, 대책회의는 대책회의고, 우리는 우리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도 사랑한다. 그가 국민적 기대가 부응하는 바를 실현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여기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요즘 들어 안면을 트고 가끔씩 인사를 나누는 <문화일보>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문화일보>의 논조가 깊게 스며든 질문이라, 나로서는 김인국 신부의 발언을 받아적는 와중에도, 그 <문화일보> 기자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언론에 소속된 기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그 다음으로 주목받은 인사가 있다면, 김용철 변호사일 것이다. 사인 요청이 잇따르자 다소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를 질리도록 했던 경험이 깊게 묻어져 있다. 무엇을 묻든 즉답을 피했으며, 철저하게 원론만 이야기했다.

 

-이 자리엔 어떻게 오셨나.

"사제단의 자문 변호사가 3명이다. 그중 하나가 나(김용철 변호사)다. 사제단의 자문 변호사로서 신부님들과 함께 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촛불집회에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 자리에는 신부님들이 오시면서 자문 변호사로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나왔다."

 

-삼성....

"아아,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말자. 재판중인 사건인데…."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꼈다. 민감한 부분이라 섣불리 말할 수 없었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본 김용철 변호사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수많은 언론 인터뷰를 보면서 단련된 흔적이 역력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소개했을 때의 김용철 변호사의 반응도 재미있다.

 

"어? 거기, 아무나 다 기자잖아?"

 

웃으면서 시도했던 내 반박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목걸이로 차고 있던 명함을 들어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에이, 이 명함은 아무나 안줘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은,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거나 3개월간 메인노출기사 5개 이상 작성한 시민기자가 발급대상이다.

 

'사제단'의 등장, 본질을 일깨우다

 

촛불시위가 애초에 내건 명분은 '비폭력'이었다. 하지만, 이야기하자면 2박 3일은 충분히 소비될 그 과정들을 통해 폭력이 오가면서 전경과 시민들이 피를 흘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제단의 등장과 간곡한 호소 덕분에 '본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제단의 등장으로써,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명분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가톨릭 신부'라는 신분도 정부가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특이점이 있다. 사제단의 등장은 시위참가자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함께 그런 보호벽을 제공해줬다.

 

'본질'의 싸움이다. 사제단의 등장으로써, "촛불시위 진압을 공세적으로 바꿀 것"이라던 경찰의 방침은 상당부분 명분을 잃었다. 현장에서만 봐도, 시청 앞 광장을 빈틈없이 포위했던 전경버스도 두세대 가량만 남겨두고 철수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시민 중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질긴 놈이 이기는 것"이라고. 그렇다. 나는 거기에 한마디 더 보태고 싶다. "질기게 명분을 지키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1980년대식 진압방식을 동원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천명한 것 자체에서 명분싸움에서 지고 있다.

 

그런 진압으로 사람들이 기가 죽어 시위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렇게 대치하고도 아직도 본질을 모르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느낄 따름이다. '본질'을 다시 깨달은 촛불시위, 또다른 국면을 맞이할 7월은 그렇게 새로 다가왔다.

 

[알림] 사진 및 동영상은 집에서 곧장 업데이트하겠습니다. 광화문 인근 PC방인데, 오류가 계속 뜨는군요.



출처 : http://blog.daum.net/ctzxp/11973567

by 태방 2008. 7. 1. 08:49

창밖은 눈이 내리고
나는 눅눅한 창고에 앉아
조용히 땅바닥을 뒤척인다

2007년 11월 24일
나도모르게 열린 문틈 사이로
진주가 또로로 굴러 들어오다

2007년 12월 6일
문이 열리고
빛이 스며들다
하지만 난 그 빛을 느끼지 못한다
언제나 그렇듯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2008년 2월 4일
창문앞의 지나가는 사람에게
마지막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신경쓰이지 않는다

2007년 2월 21일
2007년 3월 6일
진주알이 한알씩 더 굴러 들어오다

2008년 3월 14일
눈이 그치고
창문으로 총알 한방이 들어왔다
맞아도 죽지 않을 곳에 맞았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상처를 치료한다

2008년 3월 25일
진주의 주인인듯한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상처를 치료해준다
작은 풀잎 한장이 상처를 금새 낫게 한다
그 사람이 돌아가자 이제서야
문이 열려있고, 빛이 들어오고 있음을 알게된다

2008년 3월 31일
그 사람을 찾아
창고속에서 계속 내 상처를 치유해주기를 원한다
문을 열고 나가 상처를 치유해준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2008년 4월 5일
무릎이 너무 아파 견딜수가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나를 잊은듯 하다

2008년 4월 11일
상처에 붙어있는 풀잎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나 그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2008년 4월 25일
다시 총알이 날아올까 겁먹기 시작한다

2008년 5월 1일
나를 부랑자 취급한 경찰들이
나를 구치소로 끌고간다

2008년 5월 21일
내가 찾고있던 사람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버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2008년 5월 29일
구치소를 나온다

2008년 6월 30일 오늘
창고로 돌아왔을때는
남아있던 진주알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팠던 상처들은 거의다 나은듯 하다
그동안 소중하게 지켜왔던
상자속 보물들은 잠시 좌물쇠를 잠궈두고
모포 한장을 걸친채 문 밖을 나선다
눈을 맞으며 정신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다
그 사람이 이곳에 돌아오게 되면
다시 창고의 보물을 열어
아름다운 진주를 담아두기 위해

by 태방 2008. 7. 1. 00:48
감당할 수 없는 무한함의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진정 원하는 사랑을 먼저 찾지 않고
맘에 드는것만 고르려 할까

살을 빼기 위해 감자튀김은 쓰레기통에 버릴 줄 알면서
가시가 박혀있는 쵸코릿 봉지는 평생 마음에 안고 살아갈까

던져버리지 못하는 그 한줄기 미묘한 혈관은
심장으로 이어져 우리의 마음을 숨쉬게 한다
하지만 그 혈관은 우리의 영혼의 심장을 꺼버리게도 한다
정말, 이해할수 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의문
왜 인간은 그러해야만 할까

그 의문의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의문의 문 넘어서는
모두가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 모두의 행복이 있다
그저 그렇게 지내고 만나고 놀며 즐기는
그것이 곧 행복이 되는 그러한 곳이 있다

그 두 곳은 작은 창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은 문으로 들어가 볼 생각은 안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창문속 너머의 새로운 곳의 사랑을 바라보곤 한다
그곳에는 사랑으로 함께 되는 진정한 행복이 숨어 있다
그 행복은 짧지도 않고, 일회성도 아닌
두뇌속의 호르몬 분비에 의지하지 않아도 영원할 수 있는
영혼이 느끼는 사랑이다
하지만 심장으로 느끼는 사랑의 시작은
그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렇게 다시 돌아서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그렇게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문에 서서 너머로 넘어올 생각을 안한다

나는 처음부터 문 너머 창문속의 세상에 갇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5년간 갖혀있는 미숙아는
그 속에서 창문너머 세상을 바라보며
저곳은 행복에 가득찬 세상이라 상상하며
그렇게 계속 머리를 땅바닥에 짓찧고 있었다
한번이라도 저 문이 열리기를 기도하며
열리지 않는 창문으로 계속 소리만 치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드디어 문지방 앞에 서 있다
너무나 갈망하던 창문밖의 세상을
나 스스로 찾아가기 위해 나섰다
내가 있던 골방이 슬픈 기다림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창문너머 있던 세상이 언제나 축복으로 가득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완벽의 사랑은 없다 할지라도,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
나는 문턱에 서서 사람들에게 소리를 친다
창문너머를 궁금해 하던 사람들에게,
좀더 멋진 문턱너머 세상의 사람인 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렇게 나는 행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잠깐 이기적일 것이고
잠깐 욕심도 낼 것이며
잠깐 실수를 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난 이 방을 탈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비록 문을 넘기 직전
가까스로 찾아낸 진주를 잃어버렸지만
그것에 미련을 두지는 않기로 했다
조급해 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조개는 비록 굳게 입을 다물었지만
영원한 아름다움은 기다림으로 여물어
진주로 다시 태어나게 될것임을 난 믿고 있다

그때까지 난
문턱에 서서 세상에서 물어오는
행복의 공기를 마음껏 쐬고 있을 작정이다
by 태방 2008. 6. 24. 00:56
오래도 참아온거 같다
끝이 없을것 같던 길이 보이는것 같다

과거의 수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니 머리보다는 심장을 많이 스쳐 지나갔던것 같다
그렇게도 간절히 찾아다니던 영혼의 쉼터들
그렇게도 숨막히게 참아왔던 기다림의 시간들
그때마다 나를 옥죄어오던 아련한 슬픔들
한순간 한순간 환희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통의 감정들
견디기 힘들정도로 나를 괴롭혀 오다가도
이제는 그 마음들이 하나둘씩 익숙해져 올 때쯤

드디어 나는 끝을 보는것 같다

이야기는 끝났다
영원히 순수해야한다고 생각했던 바보같은 믿음의 이야기
느끼고 깨달으며 끝까지 갈 수 있을것 같었던 착각의 이야기
퍼주고 퍼주는 만큼 다시 가득 샘솟았던 나의 마음의 이야기

모든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그런 내가 되었다

난 결국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누가 그랬다
내가 말하는 세상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틀린것은 아니라고
아니 나는 단 한순간도 내가 틀리다고 생각한 적 없다
지금도 난 절대적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난 행복하고 싶다
행복을 위해 나 자신을 새롭게 찾아가는것 뿐이다
언제나 나는 본연의 나로 돌아올 것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칠 수 있는
치우침없이 더 크게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나서야
행복은 복권처럼 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난 사랑해야 한다, 난 행복해야 한다
그 끝까지 나를 몰아가기 위해 나는 새롭게 떠나야 한다
힘들어 하고 어려워 하고 복잡해 하는 나를 버리고
자연스럽고 편하고 행복해 하는 나를 찾아야 한다

마음만은, 소중함만은 절대 잃지 않을 것이다
상상할수 없었던, 영원할것만 같았던 내 잃어버린 행복은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내가 곧 그 마음이 되기를 항상 기도하면서
나는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가슴 시렸던 수많은 시간들
바보 같았던 수많은 결정들
놓쳐 버렸던 수많은 기회들
미처 몰랐던 수많은 생각들
모두가 새로운 시작으로 들어올 준비가 되어있다
모든 과거들은 술한잔에 털어 버릴 수 있는 강한 심장을 가지고
하얗게 순수했던 백지를 꺼낸지 몇년 만에
나는 마음속의 새로운 연습장을 새로이 꺼낸다
잠시 덮어놓는 순수했던 백지에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이제 행복을 느끼며 또다른 연습을 시작한다
by 태방 2008. 6. 22. 01:08
http://media.daum.net/politics/assembly/view.html?cateid=1018&newsid=20080619110916429&cp=yonhap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비반납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중이라는 연합뉴스 기사가 있네요.
명분상 좋은 일입니다. 일 하지 않았으니 국민의 세금으로 받는 세비를 받지 않겠다라..
하지만 국회 돌아가는 실정을 알게 되면 세비반납이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의원들은 의원회관에 수명의 보좌관과 비서관을 두고 있으며, 한달간 다양한 의원활동을 합니다.
국회에 등원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가장 본연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국회에 있는 시간보다는
국회 밖에서의 일이 더 많은것도 사실이구요
(어떤 국회의원은 보통 6시에 출근해서 밤 12시에 퇴근을 하는데 하루종일 국회에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활동을 위해서는 일정양의 자금확보는 필수입니다.
식비며, 차량유지비며, 의원 사무실 유지비와 직원들의 임금(국회에 둘수있는 보좌관 비서관의 수는
실제 국회의원의 업무를 보는데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이며, 그 외의 직원들은 세비로 임금을 충당합니다)
그 많은 활동의 자금을 많은 의원들이 세비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사실상 타수입이 없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직접 생활비로 갖게 되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의원들은 대부분(정말 대부분이!) 개인자산도 많고, 세비 없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형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비를 반납하더라도 의원활동은 물론, 가족의 생활비 충당에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선진한국당 등 야당의 의원들은 많은 수가 세비를 통해
생활비와 의원활동비를 충당하고 있으며, 세비가 없다면 당장 의원활동에 지장이 오는것이 당연합니다.
장외투쟁을 하고 있고, 현재 국회에 등원을 하지 않더라도, 국회 내에서의 입법업무를 제외한
다른 업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고, 기본적인 국회의원활동유지 및 생활비가 필요한 야당의원들에게
한나라당의원들은 그럴싸한 명분을 가지고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야권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마 세비 반납을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 및 장외투쟁의 명분을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이러한 제 생각이 너무 오바스러운가요?
by 태방 2008. 6. 19. 14:50

훌륭한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구름이에게

 

■ <검은 세력>의 형성

 

구름아

낼 모레면 쉰 줄로 접어드는 내가 왜 굳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뒤에 숨은 아주 악랄한 집단과 싸워야 한다니까

넌 이명박 정권 뒤에 숨은 그 사악한 세력의 실체를 알고 싶다고 그랬지.

왜 촛불시위대와 경찰이 티격태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넌 알고 싶다고 그랬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그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자.

긴 이야기가 될 거란다.

하지만 마음을 충분히 가다듬고 쓴 사람도 좀 생각해서 부디 끝까지 읽어주렴.

이들을 편의상 <검은 세력>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들의 뿌리를 찾자면 저 1910년 우리가 왜놈한테 주권을 빼앗기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단다.

 

■ <검은 세력>의 성장

 

안중근 의사가 주권 침탈 원흉 이등박문 가슴에 총알을 박아 꺼꾸러뜨리고,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한 원수를 갚는다고 일본군 장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여고생이던 유관순 열사가 끝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지가 갈가리 토막나 죽어가는가 하면,

이름 없는 독립군 병사가 광야에서 까마귀 늑대 밥으로 무수히 널브러져 죽어갈 때란다.

 

구름아

이때부터 이네 <검은 세력>은 우리나라를 강점한 왜놈들한테 빌붙기 시작한단다.

처음엔 구멍가게 수준이었지.

하지만 이 구멍가게가 성장해 오늘의 삼성이 되고 현대가 되는 거란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냐고? 아직 21살이라 잘 이해할 수 없다고?

그럴 테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건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을 테니깐.

오늘날 글로벌 그룹을 지향하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재벌인 삼성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구멍가게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니.

하지만 거대한 몸집인 격투기 선수 최홍만도 갓 태어났을 무렵에 그저 주먹만한 한 줌 어린애에 불과했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게다.

 

구름아

자 그럼 네가 이 구멍가게 쥔장이라고 하자.

또 당시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전체를 <민족세력 + 어중간한 세력 + 반민족세력>이란 도식으로 나누어 보기로 하자.

자 너라면 구멍가게를 커다랗게 키우기 위해 누구를 주력 소비자로 택할 테냐?

물론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진 두 번 째 <어중간한 세력>이어야 할 테지.

자 그럼 다음 이네 <어중간한 세력>에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누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해야 유리할까?

 

■ <검은 세력>의 자본력과 권력의 결탁

 

구름아

나도 작긴 하지만 10년이 넘어라 사업을 하는 사람인 건 너도 익히 알지?

그 무렵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의 관리를 받을 때였단다.

정부에서 10여년 넘게 가격을 묶어 놓고 그 가격만 받아라 하는 상품이 있었거든.

근데 그 가격만 받아서는 건물 임대료 관리비는 물론 직원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이었어.

어쩔 수 없이 그 이상의 가격을 받고 상품을 팔밖에 방법이 없었어.

그래 때마다 나오는 감사에 때마다 걸리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지.

뭐 그래야 일 년에 한번 맞는 소나기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넘어가곤 했으니깐.

 

구름아 이 정도라면 이제 얼핏 눈치 챘을까?

 

한번은 감사 받은 지 얼마 안 지나 또 감사반이 닥쳤길래 버럭 소리를 쳤단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웬 놈의 감사는 맨마다 나오냐? 너들 맘대로 해라.

욱한 마음에 이러고 장부를 감사반 앞에 툭 던져놓고 밖으로 나와 버렸단다.

그래서 결과가 어땠냐구?

하하하 영업정지 45일이었단다. 영업장 폐쇄 아닌 것에 위안을 삼으라고 하더구나.

그래 결김에 다시 대들었지. 차라리 속 시원하게 영업장을 폐쇄하라고.

그러면 영업장 신고 다시 내서 내일부터라도 다시 영업하겠다고. 그랬더니 왈,

―그냥 영업은 해라. 다만 하루 정도 우리가 연락하고 확인 나올 테니 그 날 사진 찍을 한 몇 분 동안만 문 닫고 영업정지 처분장 현관에 붙여두라. 그리고 계속 영업해도 모른 척 할테니.

지들도 미안했던지 이러더구나.

 

구름아 이제 완전히 눈치를 챘겠지?

구멍가게 쥔장인 네가 네 사업을 키우려면 누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매번 오는 소나기를 가랑비나 이슬비로 바꾸는 힘은 또 무얼까?

이걸 세상에서는 정경유착이라고 부른단다.

정치 권력과 상업 자본의 결탁이라 할 수 있겠지.

너도 이제 돈을 만져보면 익히 알겠지만

사람이라는 게 돈을 벌고자 할 때는 소비자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거고

그렇게 번 돈을 쓸 때는 돈 받을 사람 앞에서 목에 한사코 힘주고 당당히 쓰는 법이란다.

 

■ <검은 세력>의 강고한 고착화

 

구름아

이렇듯 구멍가게 쥔장의 돈을 받아는 관리는 한없이 작아지고

돈을 주는 구멍가게 쥔장의 목소리는 날로 커질밖에 없는 거란다.

오간 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준 사람이 설령 무리한 요구를 할지라도,

받은 사람은 요구대로 들어줄밖에 딴 도리가 없는 거란다,

이렇듯 상황의 역전이 일어날 때 온갖 검은 이권과 부정을 저지를 수 있고

이래야 빠른 속도로 가게가 회사로, 회사가 그룹으로 또 커가는 거란다.

이네의 이런 학습 효과는 향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50여년을 이어이어 간단다.

이 이야기는 뒤에 또다시 언급하기로 하자.

물론 모든 사업자가 이랬다는 건 아니다.

게중에는 민족주의에 기대 정직과 품질로 빼어난 성과를 이룬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 이야기 또한 오늘의 주제에서는 벗어나는 거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자.

 

■ <검은 세력>의 몸집 불리기 1

 

구름아

앞서 3·1 독립만세에 대해 잠깐 말한 거 기억 나냐?

어린 여학생부터 호호 백발까지 철철 피 뿌려 이 강토를 빨갛게 빨갛게 온통 적시고 나자

비로소 이 땅에 민주의 여린 싹이 아직 꽁꽁 언 땅을 뚫고 돋기를 시작한단다.

그 피의 대가 중 하나만 들자. 그게 무엇일까?

바로 왜놈총독부가 지레 뜨끔할 탓 비로소 우리겨레말글로 만든 신문의 창간을 허용한단다.

이 때 구멍가게 쥔장 출신 <미스터 방>이 등장한단다.

이 <미스터 방>은 작가 채만식의 동명 소설이기도 한단다.

상황이나 내용은 좀 다르지만 시대 풍자란 점에서

또 이런 부류 인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구나.

이 미스터 방께서 그거 돈 좀 되겠다 싶어 창간한 신문에 바로 <조선일보>란다.

이런 신문이니 차후 어떤 길을 걸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테니 그 이야기는 생략하자꾸나.

 

또 하나 구름아

이참에 민족 진영에서도 신문 창간을 요청해서 왜놈 총독의 윤허(?)를 받아 낸단다.

그렇건만 신문사 하나를 만든다는 게 개나 소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란다.

무엇보다도 돈이 없으니 문제였단다. 하지만 우리 겨레가 어떤 사람들이냐?

이런 일에 눈에 불 켜고 달려들어 너나없이 지갑 여는 순박한 인정의 겨레

심지어 저 멀리 남의 나라 불행에도 차마 외면 못하고 지갑 여는 겨레가 아니겠냐?

이렇게 십시일반 창간한 신문이 <동아일보>고 설립자는 인촌 김성수란 분(?)이었다.

고려대학교까지 설립한 이 분은 나중에 이승만 정권에서 초대 부통령까지 지낸 아주 훌륭한 분(?)이셨지만,

 

근데 구름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글쎄다 이분께서 이런 일을 손수 하셨단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통쾌하게 우승을 거두었을 때

우리 겨레는 모두가 환호를 했다는 거쯤 너두 알겠지.

근데 이분 신문사 몇몇 기자분이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단 일장기를 단번에 지워버리는

그런 불경(?)을 서슴없이 저질러 온 겨레의 가슴을 아주 그렇게 시원하게 해 주고,

별 저항도 없이 스스로 잡혀가는 일이 벌어진단다

근데 글쎄 이분께서 그 용감무쌍 동아일보 기자분들을 단박 깡그리 해고해 버린단다

역시나 구멍가게 쥔장은 누구의 눈치를 보고 어떤 행동거지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너무도 똑똑하게 보여주신 이분께서

후닥닥 날름 먹어치운 이후 동아일보의 행보도 이쯤 짐작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때 삼성을 일군 구멍가게 쥔장 출신 미스터리도 이 두 분을 본받아 신문업에 진출한단다.

이 신문이 중앙일보니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 <검은 세력>의 몸집 불리기 2

 

구름아

근데 이만 구멍가게 쥔장 정도로야 아직 <검은 세력>이라고 부르기엔 좀 거창한 감이 있구나.

그럼 또 누가 있을까?

지난 총선을 한번 되돌아보자꾸나.

국회의원 선거에 어울리지도 않고 될 수도 없는 뉴타운 공약이 한나라당에 싹쓸이 의석을 준거 기억나지?

이렇듯 나 지금 배고픈데 무언가 먹을 콩이나 좀 없을까 왜놈 주위를 알찐거리는

쓸개 빠진 인간이 서서히 나대기 시작을 했더란다.

그래 왜놈들은 이 인간들 중 쓸모 엔간한 자들을 뽑아 앞잡이로 쓰기 시작했더란다.

왜놈 순사 헌병 밀정으로 활약하며 독립운동가를 눈에 불을 키고 잡아들이면서

또 면사무소 읍사무소로 들어가 왜놈 배불리기에 앞장을 서면서 이만해도 여봐라 뻐기고 다니더란다.

사실 이네야말로 제일 불쌍한 사람들이란다.

정작 떡은 <검은 세력>이 다 먹는 건데 떡은커녕 떨어지는 콩고물 몇 부스러기에 눈멀어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시키는 대로 앞잡이 방패 노릇을 하며 짖어대고 물라면 물고

하지만 사실 이네는 별 무서울 게 없는 세력이어서 무시하여도 별 상관은 없단다.

이들을 완전히 <검은 세력>은 아니고 왜놈 도구 정도니 그냥 검은 <점박이> 정도라 부르기로 하자.

 

■ <검은 세력>의 몸집 불리기 3

 

구름아 그럼 정작 무서운 자들은 누굴까 궁금하겠구나.

이제까지 말한 <검은 세력>이야 그 실체가 확연히 보이는 편이란다.

그럼 보이지 않아 더 무서운 그들은 누군지 이 궁금증을 좀 풀어보자꾸나.

우선 구멍가게 쥔장으로 돈깨나 만지기 시작한 분들께서 제일 신경을 써서 한 일이 무얼까?

그래 맞다. 바로 자식 교육이란다. 부에 걸맞는 명예는 곧 출세가 아니겠냐?

이네는 자식이 아직 어리건 말건 아랑곳없이 어려서부터 일본어몰빵교육 시키고

앞다퉈 왜놈 나라로 유학을 보내기 시작하더란다.

예고 지금이고 돈의 힘은 막강해서 마침내 이네 자제 중 판검사도 나오고

고위 경찰이나 공무원 고위 간부는 물론 고급 군인도 나오게 된단다.

그리고 자진해서 왜놈총독부 앞잡이가 되어 왜놈 이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단다.

왜?

왜놈의 이익이 곧 자기의 이익으로 직접 이어지니까지.

이래 이런 자들이 민족주의 독립운동가에게는 <비적(匪賊―도적만도 못한 도적이란 뜻)> 딱지 붙이고

또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엔 <빨갱이> 딱지를 붙여

패고 죽이고 패고 죽이고 이러면 곧잘 그 공으로 승진에 승진을 이룩하면서

원숭이 주제에 지가 치타인줄 모르고 타잔이나 된 양

부에 명예마저 차근차근 쌓아가더란 이야기지.

 

구름아 아직 끝이 아니란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이네는 일껏 사재를 털어 선뜻 학교를 세우기도 한단다.

물론 모든 학교가 다 이런 것은 아니란다. 게중에는 양심 세력이 세운 학교도 많다만.

근데 이 학교 이사장에 이사 비롯한 재단 거개가 족벌 체제라

혈연 지연 학연으로 교장 교사를 뽑고 일체 외부 간섭을 차단하는 담을 두른단다.

그리고 왜놈 천황을 한없이 떠받드는 황국신민 교육에 앞장을 선단다.

단군을 역사가 아닌 신화로 깎아내리고, 우리말 대신 왜놈 말을 상용하고

우리 젊은이가 징용 정신대로가 봉사를 해야 옳다고 가르쳤단다.

 

■ <검은 세력>의 생존 전략

구름아

이 보이지 않게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 숨은 거대한(?) 이네를 우리는 <검은 세력>이라 부르는 거란다.

 

헌데 구름아

꽃은 피어 십일 넘게 붉지 못 한다는 말이 있는거 알지?

덜컥 해방이 닥치니 이네는 쩔쩔 매고 두려워할 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이때 미국박사 구세주 <미스터 리>가 나타나더란다.

독립군 총지휘관으로 임시정부 주석으로 이봉창 윤봉길 의사를 보내 폭탄테러(?)는 물론 오사마 빈 라덴 뺨치는 활약을 보이신 김구 선생이 대통령 되면 앞날이 없다고 여겼단다.

그래서 이네 모두는 수단과 방법을 다해 이승만 구워삶기에 여념이 없었단다.

 

구름아

매 이기는 장사 없듯 돈 이기는 장사도 흔치 않은 법이거든.

이렇듯 돈 이기는 장사를 흔히 <대쪽>이라 부른단다.

하면 오늘날 진정한 <대쪽>이 있는 건지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 아닐까?

어떻든 이 냄새 구린 돈의 끝없는 지원에 힘입어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고

왜놈 앞잡이 대청소는 이냥 물건너 가고 만단다.

헌데 권력을 잡긴 했지만 이네 여기서 <검은 세력>은 잠시 고민에 빠지고 만단다.

<검은 세력>의 존재 이유가 빨갱이 비적 소탕인데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으로 빨갱이는 죄 3·8 선 이북 땅으로 가버렸으니.

그러자 이네는 <비적> 출신이자 이승만에 반대하는 자들을 싸잡아

반 민주주의자로 몰고 곧 <빨갱이>로 규정해 때려 잡기 시작한단다.

머리 속에 빨간 물 쬐끔 들었다고 싸잡아 <빨갱이>로 몰다니

북한에 있는 진짜 빨갱이(?)가 보면 배를 잡고 웃을 일이지만 어쩌겠냐 구름아.

1990년대까지도 백주 대낮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졌던 일이니.

 

■ <검은 세력>의 기득권

 

구름아

이런 자들을 우리는 앞서 이른 대로 이명박 뒤에 숨은 <검은 세력>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조중동이라고도 부르는 거다.(뒤에 붙는 짜잘한 찌꺼기는 키워주는 감이 있으니 생략하자.)

뉴라이트라고도 부르는 거다.

사립학교 족벌이라고도 부르는 거다.

재벌 권력이라고도 부르는 거다.

 

박정희의 강남 택지 개발로 이들은 이미 단맛을 짭짤하게 보았다.

평당 30원에 사들인 땅을 300만원에 그것도 한 1만평을 팔았을 때 그들이 느낄 희열을,

사흘 굶어 동네 구멍가게에서 우유 하나 훔쳐도 감옥을 가는데

아무리 탈세를 하고 비자금을 몰래 만들어도 감옥조차 안 갈 때 그들이 느낄 희열을

생각해 보렴, 구름아.

난 퍽이나 끔찍하구나.

 

일 년이면 십여 차례씩 교수와 교사라는 직책을 주는 대가로 몰래 수천씩 돈을 받을 때

교복 업자 급식 업자 참고서 업자 건설 업자 교구 업자 수학여행 업자한테 수백 수천씩을 리베이트로 받을 때,

수업료 빼돌리고, 보충수업비 착복하고, 학무모한테 학교발전기금 걷어 쓱싹할 때,

어떤 누구 눈치도 살필 필요 없이 이네는 당당하게 받아 챙겼다.

이런 저런 리베이트 대가로 보유 자산을 훨씬 초과하는 은행 돈을 내 돈인 양 대출 받아

문어발 확장하면서도 큰소리만 땅땅쳤다.

 

구름아

사립학교법이라는 무언지 아냐?

사립학교 이사회를 구성할 때 학교 바깥 인사를 일정수 이상을 채워야만 하는 법이란다.

눈치 빠른 너니깐 이러면 사학 재벌은 무지하게 불편할 거라는 건 안 봐도 알겠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내내 이 사립학교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학교 자율화>란 선물을 덥썩 안긴다.

이네가 얼마나 펄쩍 뛰면서 좋아했을지 알겠냐 구름아?

 

금산분리법이 무언지 알겠냐 구름아?

일정 자본금 이상을 가진 기업의 은행 설립을 막는 법이란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삼성이 만약 은행에 진출한다면 그 폐해가 얼마나 클지

그래서 그걸 막자는 법인데 역시나 이명박 정부 출범하자마자 금산분리 완화라는 선물을 안기더구나.

 

출자총액 제한이 뭔지도 말하고 넘어가야겠구나 구름아!

<갑>이란 회사가 <을>이란 회사에 출자를 해서 자본금을 늘린 다음 다시 <병>이란 회사에 출자를 하고

그러면 갑에 지배 자본을 투자한 재벌 총수가 나머지 회사에 투자를 안했음에도

나머지 <을>이나 <병>까지 지배를 할 수 있는 거란다.

근데 이걸 못하게 막는 게 출자 총액 제한이란다.

헌데 이명박 정부 출범하자마자 이를 완화하겠다고 아주 보란 듯이 선언을 하더구나.

 

■ <검은 세력>이 잃어버린 10년

 

구름아, 이네가 말한 잃어버린 10년이 바로 이런 거란다.

 

구름아

이제 가난한 사람이 어째서 늘 가난한지 알겠니?

노력하지 않아서 게을러서 생각이 불건전해서 그렇다고 왜놈 총독부는 우리를 그렇게 닦달했단다.

그러니 문명국인 지네가 야만국인 우리 겨레를 가르쳐야 한다고.

이네 또한 이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입버릇처럼 말하는구나.

그래서 새마을 운동이 필요하다고, 삼청교육대가 필요하다고 입에 게거품을 무는구나 아주.

과연 그 시절 우리가 게을러서 못 살았을까?

또는 생각에 빨간 물이 들어서 못 살았을까?

돈이 돈을 벌기 때문 아닐까?

그렇지 않니, 구름아? 땀과 노력이 돈을 버는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란다.

 

구름아

그렇다고 이네가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란다.

 

4·19 혁명이 와 또 위기를 맞건만 이네는 박정희란 구원투수를 등판시킨다.

80년 서울의 봄이 와 또 위기를 맞건만 이네는 광주를 피로 짓밟고 전두환을 투입한다.

87년 6월 항쟁으로 또한번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자 이네는 당시 민주화 진영을 김대중 김영삼 진영으로 분열을 유도한다.

이 작전이 주효해 노태우가 대통령 당선을 먹자 이네는 안도한다.

이어 수십년 민주화 운동가였던 김영삼마저 포섭해 변절하도록해 5년을 연장한다.

 

하지만 구름아

이어 들어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이네는 좌절한다.

이에 작심하고 재산 불리기에 나서는 거란다.

농민이 아니면 살 수 없는 농지를 농민으로 위장 전입해서 사들이고

권력의 단맛을 아쉬워하며 몫 좋은 건물 아파트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그럴 때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 보유세를 만드는 거란다.

일정액 이상 고액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지.

또 과다한 토지 보유, 과다한 건물 보유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까지.

게다가 일제 잔재까지 대청소하겠다고 진상조사위를 만들었지.

여기에 일제 앞잡이 인명사전까지 만들었을 정도니 어마 뜨거울밖에.

제 조상의 부끄러운 죄악이 만천하에 드러날세라

그러니 뉴라이트가 나서서 역사책을 새로 쓴답시고 일제시대가 문화혜택을 듬뿍 입은 축복의 시대라는 궤변에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 매도하면서까지 자기 변명에 급급했지.

그러면서 이 모두 문제를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란 권력 탈환뿐이란데 인식을 함께 했고 반드시 권력을 되찾아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을밖에

이런 까닭에 이네가 똘똘 뭉치게 되는 거란다.

조중동을 동원에 여론을 조작 선동하고, 경제 살리기로 현혹하고

뉴타운 개발로 눈속임하고 아주 총력을 기울여 되찾은 권력이 이 정권이란다.

 

■ 내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

 

구름아

이제 내가 왜 촛불을 들어야 하는지 알겠니?

50여년 넘게 끌어온 이 싸움을 이제는 아주 끝장을 내고 싶은 거란다.

다시는 이네가 준동할 수 없도록 박멸을 해 버려야 너희가 또 내 후손이 길이 평안하지 않겠냐?

 

구름아

좋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지?

그것도 알려 주마.

지난 촛불 시위 때 경찰이 방패로 찍고 군홧발로 까대고 곤봉으로 갈기고 물대포를 쏘고 그랬더니

매 맞은 전경도 있다며 맞불을 놓은 기억나지?

폭력 시위대(?)한테 맞았다고 동영상도 여럿 올라왔지?

봐라 시위대도 나쁘다. 경찰만 욕하지 마라. 아주 이렇게 대놓고 말하더구나.

 

하지만 구름아

여기서 만약 경찰이 방패도 군홧발도 곤봉도 물대포도 사용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촛불 든 시위대에 힘없이 밀려서 미는 대로 애매하게 엎어지고 다치고 그랬다면

또 일부 사람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경찰이 일방으로 맞기만 했다면

그러고도 물대포 한방 안 쏘고 평화 시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만 했더라면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그렇게 많은 촛불이 어찌 모일 수 있었겠니?

87년 6월 항쟁도 그랬고 80년 광주에서도

경찰이 시위대가 휘두른 폭력에 그저 막고 버티기만 했다면

과연 우리가 그 무렵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이게 네가 말한 좋은 경찰에 대한 나의 답이란다.

 

21살 구름아

긴 글 읽느라 수고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은 너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기껏 촛불을 드는 일이라니 무척 부끄럽구나.

제발 부탁한다 구름아,

투표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운 이번 일 절대로 잊지 말아 다오.

너희 세대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널 굳게 믿는다, 구름아.

<끝>

by 태방 2008. 6. 18. 15:43
http://blog.naver.com/nogari9/100051768754

금요일 저녁, 일주일 중 가장 마음이 안정을 찾는 시간. 회사 생활은 일 자체보단 그 외의 수많은 일들로 고달픈 일이 많다. 회사라는걸 처음고안한 사람은 참으로 비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어 냈다. 일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 일 말고 딴 일로 스트레스를 더 받아야 한다니, 내 참. 역시 인간이 만들어낸 것 치고 똑똑한 건 하나도 없다. 그저 이리저리 꿰맞춰 가면서 만들어낸 비효율의 산물들, 인간은 자연을 좀 본받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연을 본받아야 할 인간으로서, 나 역시 뻣뻣한 자연되기 놀이를 2주일째 진행중이다. 감기도 아닌것이 피로도 아닌 것이 한달넘게 떨어지지 않고 지긋지긋 괴롭힌다. 2주전에는 약이라도 먹었는데, 왠지 한달 넘게 인조밥알을 먹게 되면 자연을 거스르는거 같은 기분이 들어 병원도 안가고 기침만 콜록콜록 가래만 한 바가지를 뱉어내면서 허리라도 부러진 민들레마냥 맥없이 지내고 있다. 꼴에 꼴두기 정신은 있다고 씩씩한척 다니기 위해 발악좀 해 봤지만, 이제는 모든게 귀찮아 졌다. 아무도 말리지 않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으니 귀찮은 채로 마냥 넋을 빼놓고 한주한주를 보낸다. 그러다보니 한주가 미음마시듯 수루룩 넘어간다. 맥주 마시듯 시원하게 넘어가는 한주가 되기를 바라지만, 월요일 아침마다 부러진 형성층은 머리와 다리의 영양교환을 막아버리는 듯 하다. 속은 지저분한 책상만큼이나 하루 내내 더부룩하고, 머리는 보릿고개 곳간처럼 휑하니 비어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이 느려진 상태. 이럴때 컴퓨터는 포멧을 한다. 아 포멧. 좋다. 이놈자식 운영체제를 백업하고 다닐 CD는 어서 구한거냐. 있다면 나한테도 한 100만장쯤만 주면 좋겠다. 이런 상황이면 하루에 한장씩 써버려도 모자랄 지경. 끔직한 일상에 하루하루 스믈스믈 기어들어가고 있는 나를 보면, 진짜 이러다 죽지못해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이고 어머니, 아이고 아버지, 이 재미없는 세상을 어떻게 저보다 두배나 더 많이 사셨나요. 새벽에 출근하고 드러누워 계신 이불위의 어머니를 보고 있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프면 별 생각이 다 든다더니 힘도 없고 개념도 없는 답답한 내 머릿속은 여전히 헤롱헤롱이다.

 

  원체 평생 신경만 쓰고 사는 성격. 태어나서 처음으로 줄여본 내 뱃살들이 미묘하게 불어가고 있는거도 신경쓰인다. 사놓은 책은 갈수록 쌓여가는데, 한장한장 넘기지 못하는 것이 신경쓰인다. 점심 반찬의 간이 맞는지 안맞는지, 이어폰 끼고 음악 듣다나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건 아닌지, 다음달 월급날까지 내 용돈이 충분한지, 내 참, 사람들 네이트온 대화명조차도 신경 쓰인다. 이런 성격에 머리를 비우고 다니니 몸이 안아플 수가 있나.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이라 하였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다리가 후달거릴 수 밖에. 사람의 마음이 편치 않을 때는 마음이 바닥에 내려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중에 떠있는 마음은 안절부절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이리기뚱 저리기뚱 신경쓴다고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펑펑 흘리는 눈물보다는 한숨 푹푹나오는 한심이 조금 더 위력이 강하다. 쉽게 감정표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건강하게 산다. 하지만 숨김이 많은 사람들은 잔병 치레가 잦고 마음의 병이 심하다. 말은 많지만 드러내는걸 꺼려하는 나같은 사람은 이렇게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미쳐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 백장의 글을 쓰고도 아직 남아있는 잔류생각들은 배수구에 막힌 머리카락처럼 꽉꽉 막혀서 내 혈관의 움직임을 막는거 같다. 고민동맥경화, 콜레스테롤 보다 더 위험한 놈이다. 그 고민이 변비처럼 꽉 막혀서 버티고 있으면 결국 나중에 밥이 꾹꾹 눌러대서 쑴뿡하고 변기로 나오기도 하지만, 요놈은 혈관에서 알짱되는 더러운 기름찌거기녀석과 같은 놈이다. 맨날 운동하고 식사량 조절하지 않으면 나을 방법이 없는 그런 녀석. 쇠약해진 체력은 팔다리를 무기력하게 하고, 쇠약해진 심력은 심장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의욕도, 정상적 사고도 막아버리는 심혈관의 고민동맥경화. 똑똑한 내 두뇌도 이럴때는 완전히 심지가 빠져버린다.

 

  아휴 아휴. 인간이 얼마나 유식한 반면 또 얼마나 무식한지는 나를 대조군으로 두면 연간 논문게제건수 10000건은 보장할 수 있겠다. 빠릿빠릿 와리가리 자랑스러운 내 유식한 두뇌는 바보같이 같은짓거리를 몇번이나 하고도 돌아오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이 있다고 생각 안하고 살았다만, 내 평생 못버리는 쓸데없는 버릇은 정월 대보름 더위사가라처럼 줘버렸음 좋겠다. 그렇게 심장에다 바늘을 들쑤셔 놓고도 마약같은 이놈의 혼란은 끝끝내 다시 주사바늘을 들게 한다. 얼마전 결심은 어디로 도망가버렸나 흔적을 찾기도 가물가물하다. 극한의 참을성으로 상황을 타파해보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지만 허사였다는건 인생의 역사가 고스란히 증명해주고 있다. 대강의 이론적 지식을 습득한 학자는 논문을 쓰고 더이상 덮어야 한다. 꼭 좀 안다는 놈들이 정치판에 들어와서 나라를 망치곤 한다. 내가 학자라면 차라리 낫겠다. 근데 난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실무자가 아닌가! 내 인생 연구만하고 덮어버릴 수는 없는 일, 알고 있으니 더 바보같다. 남들은 기술배워서 바로바로 써먹는데, 나란 인간은 아는거 아무것도 없이 어버버어버버 그렇게 뒹구루루 날로 먹으려 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평생 공부한놈은 공부한걸 벗어날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게 내 한계이고 버릇이다. 이놈의 쓸데없는 버릇. 인생을 연구만 하려고 들다가 가진 재산 몽땅 날려먹게 생겼다. 허생처럼 어디가서 모조리 매점매석할 돈이 있는것도 아니오, 그렇다고 나폴레옹처럼 칼들고 이리저리 산을 뛰어다닐 능력이 있는것도 아닌데, 가진거라곤 '김태현 인생개론' 개정판 한권 뿐이니 말이다. 허, 탄식만 나올뿐이로다.

 

  오뉴월에 감기가 걸린것도 모자란 판에, 오뉴월 혼자서 우박내리고 서리내리고 장마까지 내리면서 지내고 있다. 술한잔 하자고 말도 못하는데 어떤 말을 할겐가. 그런 갑바는 갔다 버린지 오래. 김태현 주특기 한숨 푹푹쉬기만 시전하지 않으면 다행인줄 알아라. 지멋대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흔들흔들 생 쇼는 다하고 왔으면서, 아직 3회도 안넘긴 야구장에 가서 무료입장 해달라고 떼쓰는 돈없는 백수 수준을 벗어나질 못한다. 마냥. 마냥 바보같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냥. 그냥 미친척하고 뛰어다니는 것도. 그래 다 좋다. 좋다 이거야. 하지만 24년째 초보자 딱지를 못뗀 이놈의 백정에게는 온통 무정하기밖에 하지 않느냐는 건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이거야. 하느님이 나를 좀 싫어한다는건 알겠어. 이해할께. 내가 전전생에 큰 죄를 지었는지, 아니면 지나가다 하느님 새끼발고락을 밟아서 기분이 나쁘신지 모르겠지만, 그래. 내가 좀 못났다는거 인정하겠다 이거야. 근데 이건 아니잖아. 난 아무것도 모른채 그대로 인데, 그 다음이 같아질리가 없다 이거야. 좋은 길로 가게되든, 나쁜길로 가게되든 결국 같은 길이라 이거야. 내가 그대로라면 길이라도 좀 바뀌면 좋지 않겠어? 나도 노력하고 있다고. 근데 좀 힘들단 말야. 몸도 아프고 맘도 좀 아파. 그래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어. 이러다보면 시간이 또 졸고있는 나를 깨우겠지. "야 벌써 기차 떠나갔어" 하느님은 부랴부랴 짐챙기는 나를 보고 기분나쁘게 큭큭거리며 썩소를 짓겠지. 아 놔. 환장하겠어. 뻔한 스토리, 뻔한 레파토리.

 

  응 알아 결국 이렇게 나를 만든건 나 자신이여. 근데 아직 '인생개론'밖에 못배워서 그래. 그래도 물이 100도에 끓는다는거만 알아도 라면 끓여먹을 수는 있잖아? 개론공부는 잘 해서 좀 괜찮다고. A+이야 A+. 범생 생활 10년 넘게하면, 뭘 해야 잘하는건지 단박에 알수가 있어. 난 '인생개론'과목에 집중을 했단 말야. 그니까 좀 괜찮다고. 그니까 제발 의욕이라도 생기게 한번쯤은 장학금도 팍팍 주고, 로또도 함 터트려 주고 그러란 말야. 가로세로전후좌우 재는거 다 필요 없으니까. 깔끔하게 한장만. 레드카펫 깔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행운이여 딱 한방에 내 예감대로만 움직여 줘라. 오키?

by 태방 2008. 6. 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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