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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어린 금융자본에 고삐 채우기: 주주이익 한정 인정제
2007-05-02ㅣ프레데릭 로르동

르몽드 디플로마띠그에 실린 <광기어린 금융자본에 고삐 채우기: 주주이익 한정 인정제>를 소개합니다. 번역문은 매일노동뉴스 번역문(2007.4.25)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아래 글은 보고서에 대한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의 소개글입니다.(편집자)



- 김병권 / 새사연 연구센터장



한미FTA 저지투쟁을 계기로 반신자유주의 저항이 국민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의 일이다.

여전히 추상 수준인 반신자유주의 구호


그러나 아직 반신자유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반대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반신자유주의 요구가 구체적이고 절박한 구호라기보다는 다소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구호로 들리는 이유다.


반신자유주의 요구는 대략 “비정규직 해소”, “사회 양극화 해결”, “외국투기자본 규제”, “무분별한 민영화와 시장화 중단”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노동유연화나 사회 양극화, 자본의 투기화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지 그 “원인”은 아니다. 원인에 대한 분석과 그것의 제거 없이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만을 치유하려는 것은 근원적 처방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한계 또한 뚜렷하다.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핵심은 브레이크 없는 주주 이익실현 요구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의 구체적 모습은 이른바 주주자본주의로 표현되고 있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의 “정치적 대안을 위한 제안 : 광기어린 금융자본에 고삐 채우기 - 주주이익 한정 인정제”는 그 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권력에 대해 “한계를 두지 않고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커져버린 이 집단은 바로 주주금융자본”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주주의 제한 없는 이익 극대화 요구가 어떻게 기업에 투영되고, 노동자와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설명한다.


“주주들의 치부 욕망은 경영진의 자리보전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고, 다시 이 욕망을 높은 생산실적으로 전환하라는 명령이 회사의 조직 피라미드 최정상에서 위계구조를 따라 거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래로 내려와 피라미드 최하단에 있는 노동자까지 전달되며, 심지어 피라미드를 넘어 회사의 모든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전달된다. 모두들 각자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고, 이익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끌어올려서’, 주주들에게 바치는 공물로 내놓아야 한다.”


그는 이렇게 작동되고 있는 주주들의 이익 실현요구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어느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예증한다. 그의 주장을 이어가 보자. “90년대 말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주주들은 15%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요구했고, 이것은 곧 ‘규준’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주주들에게 20%, 나아가 25%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약속하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6년 <더 이코노미스트>는 골드만삭스가 40%라는 기록적인 자기자본 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주주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의 제한선


그렇다면 기업에서 주주가 주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권리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현재의 무제한적인 주주의 개입을 일정한 선에서 제어하고 주주자본주의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데릭 로르동은 주주 이익의 상한성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경제적 부가가치 이론에 따르면 이 ‘자본비용’은 무위험자산의 이자율과 위험 프리미엄의 합으로 계산된다. 이때 기준이 되는 무위험자산은 보통 3개월 만기 미재무성 채권이다....무위험자산 이자율과 위험프리미엄을 더한 수치라면 요즘 같은 경우엔 5%나 6%정도인데, 오늘날 적용되는 20%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고려할 때, 이는 그 자체로 훨씬 합리적인 수치이다.”


즉, 무위험자산 이자율과 위험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이 주주가 주식에 투자하여 얻어야 할 표준 상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이러한 예시가 합당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와 같이 브레이크 없는 주주의 이익실현 욕구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점, 그리고 이런 식의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 신자유주의의 결과인 비정규직 양산과 사회양극화, 투자부진 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주주의 권리 남용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동의구조를 만드는 문제다. 그럴 때만이 신자유주의의 병폐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길이 열린다.


주주자본주의를 통제할 해법에 대하여


그렇다면 주주의 이익범위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한함으로써 주주자본주의를 통제할 실질적 해법은 무엇인가? 프레데릭 로르동은 법적 장치를 동원할 것을 제안한다.


“금융의 브레이크 없는 욕망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규정에 따라, 그리고 강압적으로 금융의 이윤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금융이 기업과 해당 기업의 노동자들, 그리고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마지막 한 방울의 기름까지 쥐어짜도록 추동하는 유인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힘에는 힘으로 맞서야 하는 법이며, 자본의 힘에는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 법의 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는 주주가 적정 이익수준을 넘는 총주주가치 수익률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여 사회적으로 환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주주이익한정인정제도(SLAM: Shareholder Limited Authorized Margin)’라고 이름 붙였다.


무위험자산 이자율과 위험 프리미엄을 넘는 주주의 이익을 ‘세금’이라는 방법을 통해 환수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인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단지 주주의 초과이익 환수뿐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는, 그리고 주주행동주의라고 불리는) 주주의 각종 기업 경영압력과 간섭행위는 어떻게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지는 또한 별개의 중요한 문제다.


법적인 장치를 통해 주주의 권리를 재정의하는 한편, 주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와 사회의 요구가 반영되도록 하는 기업 경영시스템을 역시 법적인 장치를 통해 만드는 방향으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공공주식회사법’과 같은 법적 틀을 통해, 주주의 권리는 물론, 노동자의 경영참여 권리와 기업경영시스템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자본이 떠날 것이라는 공포와 환상


기존의 무제한적인 주주 권리에 대해 법적이든 정치적이든 제한을 가하려 할 때 자본이 기업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와 공포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프레데릭 로르동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명료하면서도 자신 있게 주장한다. 그는 “주주금융이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 지낼 경우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사실 주주독재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모든 폐해를 차치하더라도 ‘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해주는 주식시장’이라는 테제가 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 되어버린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금융천국이라는 미국에서 배당금과 주식 바이백(BuyBack)이 새로 투입되는 자본총액을 초과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결국 오늘날 기업의 자금조달에서 주식시장의 순 기여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식시장과 주식시장을 놀이터삼아 상주하는 투자자들은 진정한 자금조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신주발행보다는 2차 시장(이미 발행된 주식 유통시장)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거래를 더욱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사회가 아니라) 주주 권력에게 모든 자유를 준 것은 무분별과 이익 욕구에 갇힌 소수 엘리트들”이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고 보면, 주주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다수 대중이 다수의 이익 실현을 위한 대안 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다시 모색해야 한다. 

by 태방 2007. 5. 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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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원래 그런 건 못하거든요"
[머니투데이 2007-05-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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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석우 칼럼니스트][[류석우의 태클코칭]고질병을 부숴라]

☞태클편지 : 저 원래 그런 건 못하거든요…?

사람 성격이라는 게 참 바뀌기가 힘든 것 아닌가요?

대부분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밝고 활발한 사람들에게나 먹힐만한 이야기를 하던데, 정말 저처럼 원래부터 성격이 내성적인데다가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라는 건가요….

이번에 저희 회사에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영업팀이 새로 꾸려지게 되었거든요. 각 부서 당 2명씩 차출이 되었는데 그만 제가 뽑혀버린 겁니다.

제가 자신 없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제 원래 성격이 어떤지 판단도 안 해보시고 무작정 그런 일을 맡기다니…. 전 아직까지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못하고 살았던 스타일입니다.

누가 앞에 나가서 장기자랑이라도 할라치면 제가 더 민망해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숫기도 없고요. 그런데 영업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붙임성도 없고 낯가림증도 심한 저보고 정말 회사를 말아먹으라는 얘긴지, 진짜 사표 써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제 성격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게 싫어서 좀 변화해 보려고 자기계발 카페에도 가입하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의 제 스타일이 있는지라 좀 힘드네요.

저처럼 원래부터 소심한 인종들은 정말 남들보다 앞서기 힘든 건가요? 성격과 정말 안 맞는 이런 일을 맡았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죠?

<태클넘기 : ‘원래병’을 부숴라>

틀림없이 그 병에 걸리신 게로군요. 저 역시 예전에 심하게 앓았던 병이기도 해서 낯설지가 않아요. 저도 그 병을 치료하는데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아주 각오하셔야겠어요.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이 병은 너무도 흔해서 당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걸렸거나 그 병의 인자를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자기가 이 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말이죠. 궁금하시죠? 바로 ‘원래병’이라는 겁니다.

‘변화’와 상극관계

혹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원래’라는 말을 얼마나 쓰는지 알고 있나요? 제게 보낸 편지만 하더라도 그 짧은 글에 ‘원래’라는 표현이 네 번이나 있었답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조금만 엿들어 봐도 쉽게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나는 원래 그래, 나는 원래 이런 걸 싫어해, 나는 원래 저런 것을 좋아해, 나는 원래 그런 건 잘 안 해, 나는 원래 그런 성격이야, 원래, 원래, 원래….”

이처럼 ‘원래병’ 바이러스는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있어요. 그렇게 유명해서 그런지 ‘원래병’은 다른 별명도 많이 가지고 있죠. ‘고정관념’이 대표적이고, ‘고집’, ‘아집’으로도 가끔 불립니다. 또, ‘구태의연’이라는 형용사로도 표현이 되며, 이 병에 심하게 걸린 사람의 성격을 ‘폐쇄’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로 몰아세우기도 하죠.

그런데 이 ‘원래병’과 경계선을 이루며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녀석이 있어요. 바로 ‘변화’라고 하는 녀석인데, 이 ‘변화’와 ‘원래병’은 서로 상극관계라고 할 수 있죠. 둘 간의 싸움에서는 이 ‘원래병’이란 녀석이 단연 우세합니다.

‘변화’는 이 ‘원래병’에게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만날 당하기만 해요. 그래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웬만큼 힘이 센 ‘변화’를 대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원래병’을 이기지 못한답니다. 그냥 그렇게 ‘원래’대로 살아가죠.

‘나’는 내 방식의 결정체이다

아무리 이 병이 흔하다 할지라도, 비전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특별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죠. 즉, ‘원래병’과 상극인 ‘변화’라는 녀석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세계적인 성공학자 위르겐 휠러는 이런 말을 했어요. “이제까지 해온 그대로를 한다면 이제까지 살아온 그대로로 살아갈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꿈꿀 때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생각합니다. 곧 그것이 비전이자 목표이고, 꿈이며 희망이죠.

그런데 사람들이 쉽게 가지는 착각 중의 하나가 이제껏 해왔던 대로 하면서 변화된 미래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저는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자신을 한번 냉철하게 분석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의 나의 모습, 그러니까 내가 현재 처한 모든 상황은 이제껏 내가 세상에 태어나 현재까지 사고하고 행동하며, 말해 왔던 모든 것의 ‘결정체’에요. 그 누가 만들어 준 것도 아니요, 그 누가 대신 그려준 것도 아닌 철저하게 내가 그린 그림이란 뜻이죠. 그런데 이제까지의 그림과는 다른 그림을 원하면서 이제껏 그려왔던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패턴 자체를 바꿔라

더 심각한 문제는 예전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새롭게 변화된 방식인양 착각을 한다는데 있답니다. 그러니까 그리는 방식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 물감의 농도만을 살짝 바꿨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죠.

저도 처절하게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초보 강사시절, 스스로 제 강의를 녹음해서 분석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저는 그 문제점들로 인해 제 강의가 점점 청중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고, 비로소 변화를 시도하기로 마음먹었죠.

강의내용을 바꿔보려고도 노력했고, 재미있는 멘트를 삽입시켜 청중들을 웃겨보려고도 했어요. 또, 멋진 말들로 강의의 품격을 높이려고 강의록도 보강시켰구요. 그렇게 스스로는 변화했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강의를 했어요.

그러나 청중들의 평가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한참을 슬럼프에 빠져야 했죠. 그러던 중 어느 책에선가 “변화를 시도하려면 뿌리부터 바꿔라.”라는 문구를 보게 됐어요. 순간, 제가 뿌리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잔기술’만을 변화시켜 새로운 결과를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다시 강의패턴 자체를 바꾸려고 시도했어요.

처음엔 그 ‘원래병’이란 녀석 때문에 정말 힘들더라고요. 말투, 제스처, 표정 하나하나에 병균이 침투하여 저의 변화를 가로막았죠. 정말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어요.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군요. 저는 결국 변화를 이루어냈고 그때부터 제 강연은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내게 되었답니다. 이것이 바로 ‘원래병’이란 병마와 싸운 저의 첫 번째 ‘병상일기’에요.

당신도 원래병에 걸려있는 자신을 심각한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원래라는 것이 과연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도 있구요. 행동으로 노력하기도 전에 먼저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야.”라는 생각부터 하고 있으니 좀처럼 변화되지 않는 거예요.

성공자들이 태어난 마을

유명한 성공자들이 여러 명 출생했다고 하여 유명해진 마을이 있어요. 한 기자가 도대체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취재를 하러갔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선 기자는 이 마을이 맞는지 물어보려고 걸어오는 어떤 노인을 붙잡고 물어보았어요.

“할아버지 이 마을이 유명한 성공자들이 많이 태어났다는 그 마을, 맞나요?”

할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오, 이 마을에서는 그저 갓난아기들만 태어날 뿐이라오.” 그래요. 원래부터 성공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저 똑같은 갓난아이였을 뿐이죠.

또,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을 보세요. 과연 그들이 원래부터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까요? 일본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몸이 허약했고, 배운 것이 없어 중졸학력밖에는 되지 않았으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것이 바로 자신의 성공비결이라고 했어요.

또, 현재 한국을 빛내고 있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박지성을 보자구요.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가 어디죠? 바로 발이에요. 그런데 그는 평발이라고 해요. 조금만 뛰더라도 피로를 느낀다는, 그래서 군대도 면제된다는 평발이라구요. 그에게 ‘원래’라는 단어를 적용한다면 과연 축구를 해야 옳았을까요?

그래요. 변화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그 ‘원래’라는 생각부터 지워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한번 변화를 시도해보세요. 그랬는데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의 ‘뿌리’를 한번쯤 의심해 보시구요. ‘잔기술’만을 변화시키려하지는 않았는지 말이에요.

관록이 쌓일수록 경계하라

이 ‘원래병’은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더 기승을 부린답니다. 연륜이 쌓이게 되면 ‘축척된 경험’이라는 녀석이 이 ‘원래병’의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 뒤에서 버텨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웬만해서는 변화를 인정하려하지 않는 구태의연함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에요. 특히 부모자식간 ‘세대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의 경우, 축적된 경험과 변화된 현실사이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때 변화된 현실감각 없이 자식들의 행동만을 탓하며 ‘원래’를 강조하게 되면, 급변하는 시대에 환영받지 못할 폐품관념의 소유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요. 물론 너무 지나치다 싶은 부분은 자제시켜야 마땅하겠지만 말이죠.

세계적인 기업 GE의 잭 웰치는 “1등과 2등 분야를 남기고 모조리 팔아 없애라.”라고 했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역시 “자식과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했구요. 한 기업의 역사와 전통을 뒤흔들 수 있는 그 ‘변화의식’이야말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오늘날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꼭 명심해야해요. 당신 몸속에는 지금 ‘원래병’이 시퍼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그 병은 어느 때고 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그러니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면 오늘부터 ‘원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우고 변화를 시도해보세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병’의 심장부인 뿌리부터 공략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구요.

변화는 변화 없이 결코 변화되지 않아요. “변화하며 살자구요!”

류석우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by 태방 2007. 5.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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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한국의 지성 ‘금서’가 키웠다
[경향신문 2007-04-29 18:12]    

◇ 국내서적

지식인들이 뽑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국·내외 저술은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이른바 ‘금서목록’에 올랐던 책들이 주류였다. ‘해방전후사의 인식’(23명)과 ‘자본론’(18명), ‘전환시대의 논리’(15명)는 대표적인 금서였으며 ‘태백산맥’(10명)은 불과 2년 전까지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찰에 계류돼 있었다. 79년 10·26 사태를 열흘 앞두고 한길사에서 출간됐던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은 70~80년대 대학생들에게 한국현대사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준 교과서였다.

송건호·오익환·백기완·진덕규 등이 참여해 ▲해방의 민족사적 의미 ▲분단의 배경과 과정 ▲친일파 문제를 다뤘다. 대다수 응답자들이 “대학시절 지하 이념서클의 의식화 교재로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이 책 내용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발간 당시는 상식이 불온하던 시절이었다.

김언호(한길사 사장)는 “애초 송건호 선생과 책을 기획할 때는 ‘한 5000권 나가려나’ 예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까지 40여만권이 나간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책에 실린 생각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였어요. 진덕규, 임종국 같은 필자들도 대부분 이데올로기와 관계 없는 분들이었죠. 그런 책인데도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은 1차적으로 독자들이, 즉 시대가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땐 정말 대단했어요. 10·26이 터져 책이 판금될 때까지 열흘 만에 4000권이 나갔으니…. 판금됐다고 그 책을 안 읽었겠어요. 판금시키면 오히려 복사본이 더 많이 나돌던 때였죠.”

해전사가 한국현대사를 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해 줬다면,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1974)는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깨우쳐 준 책이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으로 드러난 미국 대외정책의 추악한 본질을 폭로하고, 중국사회주의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다. 냉전 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았던 대학생 김동춘(성공회대 교수)으로 하여금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줬으며 김세균(서울대 교수)이 “밤 새워 읽었고, 그 후에도 읽고 또 읽었던” 그 책이다.

이 책은 리영희(한양대 전 교수)의 ‘우상과 이성’(2명)과 함께 “사회과학도로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깨우쳐 준 고마운 책”(신광영 중앙대 교수)으로 기억되고 있다. 신광영은 “이 저술로 인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이 가능함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조정래(소설가)의 ‘태백산맥’에 대해 이광일(성공회대 교수)은 “지식인 사회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준 책은 태백산맥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봉(비봉출판사 대표)은 “195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던 냉전의 족쇄를 깨는 데 일조했다”고 평했다. 조효제(성공회대 교수)는 “소련에는 소비에트 체제에 대항한 우파-전통주의적 휴머니스트 반체제 작가로서 보편성을 획득한 솔제니친이 있다면, 한국에는 권위주의 체제에 대항한 좌파-민족주의적 휴머니스트 반체제 작가로서의 보편성을 획득한 조정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복거일(소설가·미래문화포럼 대표)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태백산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장집(고려대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2002)는 2000년대에 나온 책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임지현(한양대 교수)의 ‘민족주의는 반역이다’(3명), 임지현·권혁범·박노자·임은실 등이 함께 쓴 ‘우리 안의 파시즘’(2명)은 민족주의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문제 제기였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 해외서적

한국 사회에 영향을 준 해외 저술로 가장 많은 지식인들이 꼽은 ‘자본론’(18명)은 1980년대 후반 과학적인 변혁이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 첫 한글 번역본이 나온 87~89년 이전에도 일본어 번역본 등의 형태로 은밀하게 유통됐지만 본격적으로 학생들 손에 쥐어진 것은 87년과 89년 강신준(동아대 교수)과 김수행(서울대 교수)이 잇달아 번역본을 내면서부터이다. 고병권(수유+너머 대표)은 “87년 이후 첫 10년간이 지식사회가 마르크스주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면, 그 후 10년간은 마르크스주의에 회의하거나 그것을 전환시키려 시도했던 과정이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87년 민주화 직후 서울대 교수 김수행을 통해 자본론 1~3권을 번역해낸 박기봉(비봉출판사 대표)은 “자본론은 지금도 해마다 1000여권씩 나가는 스테디셀러”라며 “다만 책의 결론에만 줄 치는 운동권식 독법보다는 그런 결론이 도출되는 논리를 따라가는 자본론 읽기가 더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81년 미국에서 출간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6명)은 번역도 되기 전에 널리 읽히며 냉전체제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 현대사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 중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하종문(한신대 교수)은 “우리를 옥죄어 온 냉전체제를 뒤집어보게 해 준 의미를 높이 살만하다”고 했다. 김원(서강대 연구교수)은 “냉전적 시각, 빈약한 사회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한국현대사 해석을 하던 한국학계에 ‘지적인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8명)은 98년 서울대 교수인 한상진·박찬욱에 의해 번역돼 한국 사회에 ‘실용주의’와 ‘중도론’뿐만 아니라 ‘사회적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됐다. 조효제(성공회대 교수)는 “‘이데올로기의 종언’이 얘기되며 대안적 진보이념을 갈구하던 시점에 소개돼 큰 영향을 미쳤다. 진보진영은 공개적으로는 기든스를 비판하면서, 자기 방에서는 몰래 정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책이 소개된 90년대 후반을 거쳐 최근 와서 대안적 진보이념으로 사회국가, 사회투자 국가, 사회서비스 국가, 사회연대 국가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거의 모두 기든스식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종의 ‘거명되지 않는 영향력, ‘스텔스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조효제는 “푸코의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저술은 권력과 담론에 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줬다”면서 “한국에 소개된 시점이 한국적 문제의식의 지형에 맞지 않았음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설적”이라고 지적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로마인 이야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대중 서적들이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대중사회 수준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소설, 성공학 번역서들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전영평(대구대 교수)은 “지식인 집단보다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라는 측면으로 파악한다면 해리포터가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제민·김종목·장관순기자〉 

by 태방 2007. 4. 29. 23:38
http://blog.naver.com/nogari9/100036606868

[인터뷰] '반FTA 국민경제비서관' 정태인
 

 

한미 FTA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나이가 몇 있다. 체결 책임자인 김현종, 김종훈 수석은 열흘 동안 집에도 못 갔다고 한다. 그러나 월급도 안 나오는 곳에서 그에 못지 않게 바쁜 남자가 있으니, 정태인 씨다. 청와대 내에서 비서관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일선에서 관여한 이력 때문에, 참여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한미 FTA  저격수로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인물.

 

탄탄한 전문적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내에서의 FTA 실무 경험으로 인해 그의 논리는 빈틈없이 예리하다. 100분 토론에서 송영길이 기피할 정도로 찬성론자들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를 나오기 전 그의 직책은 국민경제비서관이었다. 현재 공식적인 직책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요즘 그의 활동을 보면 ‘반 FTA 국민경제비서관’이라는 직함을 명실상부하게 수행하는 듯하다. 바로 그를 이너뷰했다. 본지에서는 논설우원 직빵맨과 신짱이 출동했으며, 이너뷰는 광화문의 모 카페에서 약 2시간 가량 이루어졌다.


 

한미 FTA 추진 배경


 


직빵맨(이하 논): 그간 반 FTA  최일선에서 활약하시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시겠습니다

 

정태인(이하 정): 하하..뭐 예상하신대로..

 

논: 이전부터도 바쁘셨겠지만, FTA 타결 직후라서 인터뷰, 강연, 토론 등이 쇄도하실 텐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정: 20일전부터 술을 끊었습니다.

 

논: 유일한 건강 대책인가보군요..하하.

 

정: 허허..

 

논: 노무현 당선 직후 인수위에서부터 참여하셨죠?

 

정: 네. 처음 당선된 다음 날, 그러니까 벌써 5년전 이니까 ‘젊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하하..그 당시 40대 초반의 학자들을 7명 불렀어요. 기분 되게 좋았죠. 

 

논: 누구였죠?

 

정: 유시민, 나, 유종일, 장하원, 서동만, 정해구 등이었습니다. 거기서 바로 한 얘기가 뭐였냐면, "여러분이 인수위 구성하셔야 됩니다..."

 

논: 노 대통령께서?

 

정: 네. 근데 실제 구성은 당선 직후와 비교하면 확 달라졌죠. 인수위 자체부터가... 그 자리에서 나하고 유시민은 안 간다고 그랬죠. 우린 방송으로 돌아간다고 그랬고... 나머지 학자들은 갈 뜻은 있던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서동만과 나하고만 들어가게 된거죠. 아마 당료들의 견제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유종일, 장하원과 같이 강경파로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배제를 하다 보니까, 경제 파트가 없어졌잖아요. 경제가 3명이었는데... 유시민까지 치면 4명이고요. 근데 둘(유종일, 장하원)을 배제하다 보니까, 사람이 없잖아요. 교수들은 대충 채우는데, 그래서 나를 거기다가 끼워 넣은 거예요.

 

논: 그러니까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이른바, 개혁적 인선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거군요.

 

정: 거기서부터, 처음부터 잘 못됐지만... 하여튼 인수위 들어갔고, 그 다음에 청와대로 갔죠.

 

논: 그 때 이제 막 들어갔을 때 어떤 포부랄까, 조선 건국할 때 정도전처럼 어떤 개혁적 이상을 가진 포부는 좀 있지 않았습니까?

 

정: 하하 난 그렇게 정도전처럼 야심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논: 정치적 야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하는 그런 포부나 기대 정도는 있지 않았나요?

 

정: 이미 그 인수위 구성됐을 때, 사림파가 패배했다 당료들한테... 뭐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미 패배를 가볍게 한번 하고, 그래서 쉽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청와대로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보다 한 달 이상 늦게 들어가게 됐어요. 재경부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하여튼 뭐 제가 그 때는 ‘동북아 위원회’ 비서관으로 갔으니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한미 FTA와 정 반대에 있는 그림)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국내는 뭐 이정우 선생이나, 이동걸 박사가 담당이었던 거였고, 기억은 안 나는데, 뭐 다 쓸어버리고 새롭게 어떻게 해보겠다.. 이런 거창한 계획이나 구상을 야심차게 갖고 있지는 않았죠. 재경부나, 조중동의 견제도 굉장히 심하게도 받고 있었고..

 

논: 근데 그 직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에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신자유주의 궤도에 많이 올려 있었잖아요. 아무래도 이런 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수정이랄지, 그런 문제의식은 강하게 갖고 있지 않았었나요?

 

정: 이정우 선생이 그때는 가장 막강한 자리에 있긴 했죠. 정책실장 위치에 있었으니... 이정우 선생이랑 저는 북구 유럽형 모델을 추구하고 있었어요. 저는 사실 외곽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경제 정책에 관여할 위치는 아니었고요. 동북아 위원회라고 해서 청와대 내부에 있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정우 선생이 정책 입안이나 추진하기에도 좀 곤란한 여건이었어요. 사람이 가면 자기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하는데, 정책실 라인에는 이미 재경부 관료나 당료들이 쫙 포진해 있었거든요. 그런 상황에 이정우 선생만 툭 떨어진 꼴이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보니 제가 위원회에서 뜻 맞는 박사들 열 명 정도와 같이 일하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는 저한테 시켰어요. 그러니까 청와대 밖에 있는 위원회에 시킨거죠. 그러다보니까, 동북아 위원회 일 절반, 정책실 일 절반 이렇게 나눠서 하다시피 했던거죠. 아무튼 이정우 선생이랑 저는 네덜란드나 스웨덴 쪽 모형을 여기다가 접합시켜 한다. 그런 의견을 이야기했죠.

 

신짱(이하 신): 시계를 좀 빨리 돌려서 좀 급하게 얘기하자면, 그런 인수위 초기 시절의 경제 개혁 모델이 이렇게 느닷없이 FTA로 급변했는데, 그렇다면 일종의 파워게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건가요?

 

정: 그렇죠 밀린거죠. 또 한편으로 초기에 개혁적인 것들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조건이 있었어요. 카드문제라든가, 소비자 신용 문제 때문에 경제 위기가 눈앞에 닥친 상황이었거든요. 이동걸 박사는 그걸 처리하는데 바쁠 수밖에 없었고... 초기에 그렇게 못하고 나서 경제위기론이 조중동에서 강화되니까 권오규, 이광재, 정만호 등의 각료 관료 386의 결합이 느닷없이 ‘2만불론’을 들고 나온거에요.  한 일년쯤 지나면서 우리하고 대립이 됐죠,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대립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탄핵 사건 일어났고, 그러나 그게 한번 꺽이니까 이게 걷잡을 수 없이 저 짤리고, 이정우 선생 그만 두고 그 다음에 대연정 왔고, 그리고 한미 FTA...

 

나중에 알게 됐지만, 대연정 직후에 한미 FTA 결심이 된 거잖아요, 2005년 9월에. 그 흐름은, 전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초기에 시도하려고 했지만, 뭐 경제 위기설이라던가 또는 초기 화물연대 이런 것들, 사실 기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폭발한 이런 사건들이 잘 처리가 안 되면서 실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스웨덴 모델이든 뭐든,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 기본 조건이었거든요. 그런 정책이 어느 정도 완성된게 2004년 말이었어요. 대통령이 양극화에 초점을 맞추었던 때였죠. 그 당시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서 두 개의 보고서가 올라왔죠. 재경부 KDI팀이 만들고, 저와 이정우 선생님이랑 두개의 보고서를 만들었어요. 근데 결국은 대통령이 KDI쪽, 즉 성장론에 입각한 양극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걸 받아들인 것이죠. 제가 5월달에 짤리고 이정우 선생이 7월달에 그만두었으니까. 초기에 성장론 갖고 한번 대립했고, 양극화 해법으로 또 한 번 대립했고, 그리고 5월, 7월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제거 됐죠. 그런 다음에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내세웠던 거죠.

 

대연정은 어떻게 이야기하면, 뭔가 하려고 할 때 마다 다 발목이 잡히니까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하고자 할 수 있는 것 중에 좀 개혁적인 걸 해보자라는 뜻이었다고 좋은 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게 여지없이 무너져버리니까 실망이 굉장히 큰 상태에서 받아들인 게 ‘외부쇼크’에 의한 내부개혁론이거든요. 한미 FTA는요. (나중에 확인했지만) 이광재의원이 이미 2004년 12월에 주장을 했고요. 그런 생각이 안에 있다가, 김현종이 ‘한미 FTA 다 됐다. 몇 가지만 들어주면 된다’ 이렇게 하니까 덜컥 그 쪽으로 옮겨 갔던 거 같습니다. 최근까지의 상황을 보면 점점 그거에 대해서 반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노대통령) 자기의 신념이 더 강화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찬성하는 논리를 가져다주는 시장 만능론으로 스스로 무장해 버리는 것 같아요.

 

최근에 (노대통령이) 발언하는 거를 보면, 속류시장 만능론이죠. 가장 위험한... 내용을 잘 모르면서 시장이 다 해결할거란 거라던가, 또는 노동자, 농민들의 이기주의가 문제다. 그거에 대해서 온정주의적 태도는 객관이 아니다. 라는 식의 발언을 막 하게 되고...


 

 신: 그 말씀 하시니까 생각나는 게, 그 속에서 정태인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인수위 초기부터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성장론에 제동을 걸고 다른 쪽의 다양한 생각을 한다는 일관성이 있으신 건데, 그러면 청와대에 있을 당시에 구체적인 역할이랄까요. 정태인 선생님의 약력을 볼 때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이라고 나오는데요. 그 직책에서 실제로 역할이 무엇인지.. 일반인들로서는 좀 궁금해지는데요.

 

논: 동북아 위원회를 거친 후에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옮기셨죠?

 

정:  ‘동북아’란 것은 굉장히 먼 미래고 따라서 이 정부 임기 내에서 성과를 얻는 건 불가능하죠. 대체로 이론이나 인력 개발하고 이렇게 가게 되는데 대통령은 아무래도 뭔가 사업을 원했지만... 그러나 실제로 동북아 위원회나, 국민경제비서관에 있을 때의 역할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은 동북아위원회에 있을 때도 제가 새만금도 했고, 스크린쿼터도 봤고, 이정우 선생한테 떨어지는 중요한 일은 제가 손발이었기 때문에 제가 동북아위에 있는 박사들이랑 함께 같이 처리를 했거든요. 다르지는 않지만, 국민경제비서관이라는 직책자체는 좀 미묘한 면이 있어요. 사실은 청와대나 행정부에서 자기 영역 밖을 건드리면 굉장히 문제가 됩니다. 근데 ‘국민경제’ 그 이름자체는 우리가 경제에 다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초기에 내가 너무 많이 건드려서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되긴 했는데... 굳이 그걸 세력문제로 보자면은, 밀어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저 쪽 입장(김병준 정책실장 등)에서 보면, 더 위험해 진거죠. 제가 바로 옆으로 가버렸으니까...하하..

 

논: 포지션으로 비유하자면, 리베로같이 전천후 역할을 했다는 거네요?

 

정: 그러니까 모든 정책을 내가 다 건드릴 수 있는 발언권을 일단 가질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에(물론 보좌관이 자기 마음대로 했지만) 어쨌든 그거는 껄끄러운 거죠. 처음에 제가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그러니까, 헌법기관인 자문회의로 갈 때 김병준 쪽에서는 비서관 신분을 떼버리고 사무차장, 그냥 관료로서 지내게 하려고 했어요.  물론 대통령한테 얘기해 가지고 비서관으로 간 건데, 근데 뭐 기간이 2월에서 5월까지 이렇게 석 달 밖에 안됐거든요. 당시 한일 FTA를 대통령이 지시를 했고 한일 FTA를 재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걸 검토하는 게 삼개월동안 할 수 있었던 일의 다였어요.

 

신: 노대통령에게 일종의 개인 경제가정교사, 그런 역할 하신적은 없습니까?

 

정: 아니에요. 그러니까 후보도 아닌 시절에는 그런 것도 했죠. 아무도 없었으니까. 근데 대통령 당선 이후 초기의 생각은 이랬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은 내각을 두 개 갖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재경부 쪽 내각, 이정우 선생 쪽으로 있는 동북아위원회... 이렇게 두 개의 균형을 맞춘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양쪽을 계속 대립시키면서 양쪽 의견을 들었다라는 점에서는 형식적인 균형을 취했죠. 그것도 사실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대통령이 전문가가 아닌 한 어떻게 그걸 판단하겠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나중에  저하고 이정우 선생이 나가면서 균형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그 자리를 완전히 재경부가 채웠죠. 2005년 9월 이후에는 청와대 내 경제비서관은 전부 재경부 출신이었어요. 지금 아마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한명도 없으니까 완벽하게 재경부 논리대로 가고 있는 거죠.

 

 

논: 평소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유시민 장관하고는 지금도 막역한 사이지요?

 

정: 네

 

논: 그리고 어떻게 뭐 경제적 관점이라든지 이런 것도 예전부터 같이 공유하고 있지는 않았습니까?

 

정: 다르죠.

 

논: 아 달랐나요?

 

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노대통령이 그랬어요, ‘유시민씨는 자유주의자고 정태인씨는 좌파죠?’ 그러더라구요, 하하...그 정도 차이가 있어요.

 

논: 그래요?

 

정: 시민이가 훨씬 저보다 자유주의죠. 그래도 유시민이 추구했던 건 독일식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유럽형에 대한 거는 강했죠.

 

논: 유시민 장관이야 워낙 유명한 노무현과 정치적 한 몸이긴 하지만...어쨌든 예전의 언행이나 저술 등을 보면, 분명 한미 FTA의 위험성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기본적인 분별력은 갖추었을 것이라 짐작은 하거든요? 재경부같은 무대뽀 친미주의자는 아닌거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내각에서 나름 한미 FTA에 대해 제어하는 역할 같은 건 하지 않았을까요?

 

정: (곤혹스러운듯) 시민이 이야긴 하지 맙시다. 시민이는 이라크 파병도 자기 소신은 반대지만 결국 뭐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으로 갔으니까. 자기의 사명이 대통령과 끝까지 가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한미 FTA의 문제를 알아도 얘길 안했을 거예요. 실지로 보건복지부장관이 되서 한 일을 보면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적인 거예요.

 

논: 저도 사실 유시민 장관의 대중적인 경제학 저서들을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요. 최근에 들어와서 대통령의 행적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것을 보면, 이걸 뭘로 봐야겠습니까? 변절이라 이름붙일 수 있나요?

 

정: 유시민 이야기는 이 이야기만 할게요. 이념과 정책 사이에는 거리가 먼데, 이념을 정책화 하는 노력을, 정말 집요하게 그 이론을 파고들고, 정책화 할 능력도 있고, 집요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기존의 정부에 있었던 그런 정책들에 많이 따라갑니다. 시행하기 편하고, 많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성과를 낼 수 그런 정책들이죠. 유시민 장관이 제가 보기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서 한 일은, 국민연금을 자기가 원래 생각했던 대로 끌고 가려고 노력했던 게 자기 생각이고 나머지는 그냥 이제 추진해왔던 대로 가도록 그만그만 체크만 하는, 그랬을 거에요. 국민 연금에 생명을 다 거니까, 실제로 중요한 일이고... 내가 보기에 유시민장관이 추진한 국민연금은 그렇게 썩 나쁜 안은 아니에요.  나머지는 그냥 정부가 해 왔던 대로 추진해 왔던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이죠.

 

세계화, 신자유주의 한미FTA

 

 

논: 본격적으로 한미 FTA와 관련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거의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정: 굳이 이야기하자면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이라는 거는 뭐 자본주의 역사와 같이 했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건 80년대 이후의 정책기조를 나타내는 거니까 구분은 되지만, 지금은 같이 쓰죠. 신자유주의라는 게 민영화, 규제완화라는 건데 그것이 금융국제화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두 개의 현상을 다 포함하는 겁니다

 

논: 그게 이제 신자유주의가 미국에서 발원을 해서 전 세계적으로 갔는데, 유럽도...

 

정: 영향을 받았죠.

 

논: 네. 물론 남미의 다른 움직임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이렇듯 신자유주의는 대세처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확산은 정말 어떤 대안은 없는지, 신자유주의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 이외에는 근본적 대안은 없습니까?

 

정: 금융국제화라고 하는 거는 지금 대세죠. 이미 주식시장이라는 직접 금융시장을 중요한 자본조달, 자본의 흐름이라고 인정을 했기 때문에 대센데... 이제 그러면 그것에 대한 전 세계적 통제, 전 세계 시민의 삶과 연결되는... 그런 규제 장치가 거기에 따라야 하는데..... 과거의 국민국가시대의 가령 포드주의라던가 이런 식의 안정된 체제처럼 만들어져야 할 텐데 지금 그런게 없잖아요. IMF라는 건 금융을 통제하는 기관이라기 보단 그걸 밀어주는 기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금융자본의 우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당분간은 그렇게 갈 것 같습니다. 왜냐면 세계적인 규제라고 하는 게 기껏해야 토빈세정도의 정책 아이디어 수준에서 나오고 있는 정도입니다.

 

어쨌든 금융국제화가 전 세계적으로 관철되고 있지만 문제는 그 때문에 여러 가지로 삶의 질이 악화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식으로라도 규제가 필요하긴 합니다. (지역주의의)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EU나 중남미 움직임도 그 하나의 예로 볼 수 있죠. 또 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도 그런 맥락일겁니다. 그러니까 세계정부 이전의 과도적 형태라고 볼 수 있죠. 단선적으로 세계정부를 추진할 수는 없으니까... 그 보완적 형태로서의 지역주의라는 건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 한미 FTA는 그런 맥락에서 보면은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지역주의를 가로막고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아미티지 보고서에 바로 나타났고 그 미국 전략의 교두보가 한미 FTA죠. 우리 쪽에서 한미 FTA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점들을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거 같고 그냥 즉흥적으로 한 거죠.

 

논: 한미 FTA 추진하는 사람들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작년인가요, 시사저널에서 노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분석한 글이 있습니다. 노대통령이 여러 기회를 통해 극찬을 했다는 배기찬씨의 저서 [코리아 다시 생존에 기로에 서다]라는 책인데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이 비슷해지는 30년 후에는 우리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텐데 그때까지 미국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서 신뢰를 쌓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대략 이런 논리의 일환으로 노대통령이 급속히 ‘친미’로 선회하고 한미 FTA를 체결하려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건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이야기 한 것뿐이지... 난 그 논리가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 않습니다. 일단 먼저 결정을 했어요. 이건 해야 되겠다. 이건 아마도 제일 큰 내 업적으로 만든다였어요. 굉장히 큰 정책이었기 때문에...

논: 근데 배기찬씨의 그 책을 보면요 전반적 기조가 아까 정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시아 '지역주의'를 오히려 더 강조하고있는 듯한데.. 한미 FTA는 그 지역주의를 해체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고 했잖습니까?

 

정: 그 친구의 논리는 대체로 미국 편승론이죠.

 

논: 그러니까 오히려 편승을 해서, 다시 말해 요즘 송영길 의원이 입버릇처럼 얘기한 원교근공 그런 논리로 지역 내에서의 힘의 균형을 이루자는...

 

정: 허허.. 지금이 봉건시댄가 원교근공이라는 얘긴데...

 

논: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인데 한미 FTA가 아시아 지역주의를 해체한다면 그건 좀 모순된 거 아닙니까?

 

정: 네. 그러니까 그 과정은 내가 짐작하기론 대통령이 먼저 정책적인 결정을 했지만, 이론적 명분이나 합리화 부분이 아직 덜 나왔을 때 배기찬씨가 그걸 내니까 그것으로 포장된 거죠. 해양 세력 대 대륙세력이라는 대립구도 그런 내용은 배기찬이 옛날부터 이야기했던 지론이거든요. 사실 일본에서 베껴온 그런 얘긴 거예요. 일본 애들이 그거 만들어 가지고 자기들이 올라가야 된다는 논리였다구요. 그니까 아직은 중국이 약하니까, 그리고 앞으로 중국이 세지면 그걸 견제해야 된다고 하는...

 

논: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 쪽으로 관성적으로 기울어지니까 그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으로 실력을 키우고 중국으로 휩쓸리는 방향을 나름대로 견제를 해야 한다....그런 내용인거죠.

 

정: 네. 그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중국위협론과 배기찬 이야기(해양국가론)가 결합이 된 거에요. 그래서 더 신념을 갖게 됐고,  그 이후에 더 극단적으로 가서 진보를 때리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본인의 신념이 미화됐고, 지금은 약간 좀 이상하죠. 누구랑 논쟁해도 이길 수 있다, 이런 정도까지 자기 신념이 강화됐기 때문에...

 

논: 중국 얘기가 나와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한미 FTA 추친 동기 중에 가장 강력한 근거가 이른바 중국-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이론' 아닙니까? 그 얘기 들으면 살짝 긴장되긴 하거든요? 하하..

 

정: 하하...사실 샌드위치가 아닌 나라가 어딨습니까? 가령 5위면은 4위와 6위 사이의 샌드위치고 10위면 9위와 11위 사이의 샌드위치죠. 물론 지금 우리 상황에 보면 중국이 워낙 빨리 전 부분에서 성장하고 큰 나라이기 때문에 좀 특징적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후진국 중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여태까지 일본밖에 없어요. 전 세계적으로. 그만큼 올라가는 게 어렵다는 얘기거든요.

 

중국은 지금 경제성장은 많이 됐지만 사회와 경제 성장 사이의 마찰이 아직 터지지 않은 상태에요. 은폐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터져나오면 성장률이 확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조업에서 이렇게 빨리 따라가도 끝에 가서는 확 이렇게 뚫고 나가기, 즉 추월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논: 어떤 점에서?

 

정: 내가 자주 예를 드는 게 있어요. 94년 내가 버클리에 가 있을 때, 실리콘 밸리에는 상설 전시관이 있어요. 거기에는 물론 가전도 있는데, 그 때 소니하고 삼성이 나란히 있었어요. TV로요. 근데 보기로는 전혀 차이가 없어요. 그리고 제가 볼 때도 그 때 이미 품질 차이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그 때 삼성 가격은 소니의 반이었어요. 삼성 TV가격이 소니 가격이 되는데 10년 걸렸어요. 그게 인지도... 그러니까 싸구려라고 하는 인식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거든요. 중국산은 뭐 누구나 싸구려라고 생각하고 '싼 맛에 산다'라는 건데, 그것이 고급으로 인정받는 데는 굉장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통령한테 2월 26일날 들어가서 한미 FTA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대통령의 첫 질문이 그거였어요. "중국이 한국을 따라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이건 중국 위협론이 굉장히 대통령을 사로잡고, ‘난 그것 때문에 한미 FTA를 한다’라고 적어도 그 때는 확신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내가 "최소한 10년 걸립니다" 했더니, '아니다 훨씬 빠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어떤 과정에서 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입력이 되어 있더군요. 나중에 배기찬이 만났더니, 아 청와대에서 3년이라고 본 다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진짜 말도 안 되는 무식한 놈들이라 내가 그랬어요. 3년이면 이제 다 됐어요. 2005년 2월에 한 얘기니까

 

논: 하기야 뭐 50점 짜리가 70~80점되기는 금방인데 90점 이상에서 올라가기는 참 어렵긴 하죠...하하....

 

정: 우린 아직도 일본 제품을 못 따라 가고 있어요. 가격까지 집어넣은 품질 경쟁력이라고 하면은 제조업에서 중국이 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품질만 놓고서 보면 아직까지 기술수준에서 많이 떨어져 있거든요. 물론 빨리 쫓아갑니다. 우리가 일본 쫓아간 것보다 빨리 쫓아가는 걸 인정을 해야되요. 왜냐면 중국에 초국적 기업이 들어가서 막 기술이 전파되고 있거든요. 근데 내가 보기엔 이것도 끝났어요. 시장과 기술을 바꾼다는 이 중국 전략은 이제 거의 끝이 났어요. 요소비용이 올라갔고 중국 스스로도 그런 방식으로 더 이상 못 간다라고 판단을 하고 있는 거 같고...

 

신: 결론적으로 보면 샌드위치 이론, 중국 위협론이 지나치게 과장됐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정: 네, 일단 2010년 2011년경에는 중국이 위기가 오고, 그건 우리의 위기도 될 거에요. 중국이 성장하는 게 우리한테 그렇게 위협이 아니에요. 오히려 중국의 위기가 우리의 위기지 그러니까 시각이 거꾸로 되어있는 거예요. 허허..

 

경쟁력 강화론의 허와 실

 

 

 

논: 국민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시장개방논자들의 논리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시장개방은 불가피하다라는 얘기입니다. 또 '이마트, 코끼리 밥통같은 거 봐라, 그 경쟁과 도전에서 우리는 많이 이겨왔다' 등등... 대통령 담화문이나, 찬성론자들의 광고에서 보면 이런 '승리론적 관점'으로 우리에게 근사한 자신감을 막 불러일으켜주거든요. 이런 어필이 얼마나 근거가 있습니까?

 

정: 우리가 가진 신화 중의 하나가 중국이 따라온다는 것도 있지만 제조업이 우리가 미국보다 강하다고 하는 신화도 또 엉터립니다. 제조업 역시 미국이 최고에요. 평균노동, 물적노동 생산성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40퍼센트 밖에 안 됩니다, 일본이 한 80퍼센트. 근데 우린 이상하게 일본이 우리보다 제조업이 강하다는 건 다 인정해요, 근데 우리가 미국보다 제조업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잘못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의 취약 지구가 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기계 부품, 석유 화학, 정밀 화학 이런 데거든요. 그건 뭐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있는 섬유나 자동차나 반도체에서도 고급제품은 다 미국이에요, 철강도. 근데 철강 같은 취약 지구는 우리가 그럴만한 대표적인 대기업과 연관된 생산체계라던가 R&D(연구 개발)체계가 없기 때문에 한미 FTA로 인해서 훨씬 더 타격을 받을 거거든요. 오히려 더 그 제조업 쪽은 범용으로 특화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요. 그러니까 최종재는 우리가 고급품을 생산하지만 중간 부분에서 범용으로 특화를 해버릴 가능성이 높고, 그거는 바로 중국과 경쟁하게 되는 부분이죠. 찬성론자들의 얘기가 미국은 서비스, 우리는 제조업이 비교우위 특화 부분인데 제조업쪽을 좀 더 따지고 보면, 미국은 첨단분야 특화이고, 우리는 범용 분야 특화입니다. 근데 이 범용 부분은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분야거든요. 그러니까 중국 추격 따돌리자는 한미 FTA가 오히려 중국과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드는 꼴로 되어버린거죠.

 

논: 그런데 언론에서 보면 자동차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 같은 지역의 몰락 장면도 나오고 그런 모습들 보면 이제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제 자동차 산업이 막 무너진 거 아니냐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또 무역적자가 또 엄청나지 않습니까? 미국은 이제 제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서비스나 금융 이런 걸로 먹고 사는 나라다 이렇게 해서...

 

정: 물론 비교우위로 보면 서비스, R&D 그리고 고급 제조업 이렇게 돼 있죠. 그러니까 고용의 문제가 당연히 발생하는 시스템이다.

 

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이런거죠?

 

정: 네. 여전히 R&D(연구개발 체계)가 살아있기 때문에 첨단 분야는 절대로 안놔요.

 

논: 그러면은 솔직히 이런 의문이 들어요. 경제적 약자층이나, 시민단체 등이 주로 한미 FTA를 격렬하게 반대합니다. 또 그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미 FTA가 체결하게 되면 농업은 물론이거니와 특화되지 않는 분야의 제조업 쪽 업체 예컨대 제약 같은 분야 말이죠..

 

정: 제약도 정밀화학이거든요. 그쪽 화학계통하고 기계계통...

 

논: 그러니까 지난번에 한미 FTA 찬성 단체들의 통 광고 보셨죠? 사용자 단체들이 다 이름 올려져 있거든요?

 

정: 찬성하죠.

 

논: 네 전부 그 단체들은 한미 FTA 전부 다 환영하거든요. 근데 어떻게 보면은 내가 제약 산업의 사장이라면 택시 기사분보다 더 격렬하게 항의하고 결사반대로 나갈 것 같거든요. 근데 어떻게 그 사람들은 다 조용하고 오히려 찬성 쪽에 이름을 걸고 있죠?

 

정: 하하하.. 여전히 우리나라의 국가 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한 거죠. 내가 현대 같으면 한미 FTA에 대해서 별로 뭐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걔들이 걱정하는 거는 혼다나 도요타가 수입되는 거에요. 근데 지금은 괜찮은 것이, 혼다나 도요타가 미국에서 팔기도 바쁘거든요. 워낙 인기가 있어서, 지금 미국에서 소나타 굉장히 고전합니다. 그래서 내가 한미 FTA에서 그야말로 안정적 시장을 확보하면 관세 8퍼센트 이것저것 빠지면 10퍼센트 가격 인하의 요인이 생기거든요. 그럼 서부지역에 혼다가 라인 깔아가지고 수출하면 어떡할거냐, 그건 아직 시간이 걸린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지, 가장 특혜를 볼 업종인 현대자동차마저도 별로 얻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정부 엉터리 추진, 졸속 추진의 예가 픽업을 수출하면 된다라는 말을 한 거였어요. 초기에 그랬죠. 근데 픽업은 우리가 생산 한대도 안한다. 그게 알려졌어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 한미 FTA 맺으면 픽업 라인을 깔 것이다 그랬거든요. 현대가 그랬다고 그리고 지금 신문에도 나요, 중장기적으로 깔 수도 있다라고..

 

논: 어떤 전경련 간부는 5년 안에 깔 기업이 있다, 이렇게 말하던데요?

 

정: 기아가 아마 뭐 그런 이야기를 했나 모양인데 그래서 물어봤더니 '아 이건 정부가 하라는 거 하는데 뭐 얘기하는 거야 뭘 못 하냐' 이러더라구요. 근데 문제가 뭐냐면 우리나라는 수요가 없어요. 픽업은 미국에서 승용차처럼 타고 다니잖아요. 근데 우리는 그 수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생산을 오랫동안 안 했고, 그래서 그 기술이 없어요. 근데 자동차는 대표적인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 생산을 늘리면서 학습에 의해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산업이거든요. 일단 라인깔고 초기 나온 거 가지고 좀 저가로 국내 수요를 맞추면서 생산이 양산 체제로  바뀌면서 기술이 올라가고 품질이 올라가면 그 때 수출을 할 수 있는 이런 거거든요.

 

논: 그럼 그 픽업 같은 경우에는 미국 시장에만 있습니까 아니면 중국에나 다른 데는 없나요?

 

정: 다른 데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미국이 픽업과 대형 SUV를 특화를 했어요. 그게 미국 자동차가 다시 위기에 빠진 원인이에요. 대형차들이거든요.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우위가 있는 부분에 특화를 한거죠. 근데 오일 쇼크가 왔잖아요. 80년대 자동차 산업 위기와 모양이 똑같아요. 오일쇼크에 의해서 위기에 빠져버렸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 픽업을 생산해서 경쟁력을 가지는데 최소 10년 걸린다는 게 내 판단이고, 현대는 지금 하이브리드카에 투자를 해야되요. 그 다음에 렉서스급을 빨리 만들어서 소나타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 올려 놓는게 지금 초미의 과제에요. 현대가... 근데 최소한 10년 걸릴 장기 투자를 픽업라인에 한다? 허허.. 이건 말이 안되요.

 

신: 국내시장에서는 미국이랑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픽업 생산은..

 

정: 안 팔리니까…

 

신: 그러면 생산한다면 국내 시장은 포기하고 완전 수출용으로만 만드는 거네요? 

 

정: 픽업을 깐다면 미국에 가야죠. 픽업부품이 발달된 데는 미국이지 한국이 아닙니다.

 

농업생존의 길

 

논: 우석훈씨 블로그를 읽다보니 좀 인상적인 구절이 있던데요.. 거기 보니까 이번 한미 FTA를 바라보는 대중적 심리 중에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라는 이기적인 심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꼬집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농업이 죽어야 우리가 산다'라는 식 인거죠. 어차피 죽어가는 농업이고 그걸 희생해서 비교 우위에 있는 공업을 특화하면 다 좋지 않냐 하는 속류적 비교우위론인거 말이죠. 인터넷 글 보면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농업에 퍼붓는 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이참에 경쟁력 있는 것만 남기고 정리하자 이런 식의 이데올로기가 퍼져있더라구요. 또 그러면서 비싼 농산물에 대한 원망도 양념으로 치고요.

 

정: 소비자와 생산자를 가르는 전술을 지금 정부가 사용하고 있죠.

 

논: 그게 어느 정도 상당히 어필을 하고 있는 거죠.

 

정: 네 주부들 입장에서 보면 한우가 너무 비싸거든요. 이게 딱 같이 진열 돼 있는데 호주산의 세배거든요 한우가.

 

논: 아니 그러니까 소비적 후생 문제가 아니라 농업이라고 하는 산업을 우리가 버리고 좀 더 고부가가치의 그런 산업으로 나가야지만 우리나라가 비전이 있다... 뭐 이런 논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건 정부가 농업정책을 지금도 한미 FTA 대책으로 내세운 게 역시 규모화, 기계화거든요. 이게 30년 전부터 그랬어요.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그런 전략도 고집하고 있어요. 근데 미국 경작지가 우리가 100배입니다. 그리고 땅 비옥도도 높아요. 그러니까 농업은 뭐 그런 전략이라면 없어져요, 아무리 돈을 때려 부어도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전략 자체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전략을 완전히 바꿔서 농업을 살릴 생각을 해야 되는데, 그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중국제가 우릴 따라오니까 우리 임금 낮춰서 경쟁해야 된다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논: 그럼 규모의 영농이 대안이 아니라고 하면 어떤 게 있겠습니까?

 

정: 우리 소득에서 먹는 거에 쓰는 돈이 굉장히 적어요. 외식비가 들어가는, 남자들 술 뭐 이런 거에서 왕창 나가는 거 빼고 하하... 그걸 제외하면 식비로 들어가는 게 굉장히 적거든요. 두 배를 지불한다고 해도 '안전하다'라는 거만 믿을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미국산 농산물의 특징은 카길이나 타이슨푸드가 대량생산하는 거고, 유전자 변형도 하고,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우리가 전혀 모르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 말대로 과학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대단히 불안한 식품들인 건 틀림없거든요.

 

논: 지난 번 토론 때 보니까 송영길 의원이 미국소의 광우병이 사람들이 먹으면 당장 탈 날 정도로 위해한 거라면 그 몇 억의 미국 인구가 자국산 소고기를 어떻게 먹느냐. 이런 말을 하던데요.

 

정: 그거야 말로 웃기는 얘긴데, 영국에서도 그랬어요. 영국에서 광우병 발생 했을 때, 영국농림부 장관이 딸 데리고 나와서 시식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광우병 또 발생했어요. 그리고 자꾸 인간 광우병이 늘어나면서 결국은 막은 건데, 현재 발생 안 한 상태에서는 규제할 길이 없어요. 타이슨 푸드 같은 기업들이 너무나 힘이 강하기 때문에, 로비를 해서 의회를 장악하고 계속 미디어에서는 문제없다고 나가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죠.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저거 먹고 나 죽을 수 있다면, 그리고 이건 약도 없다면 누가 그걸 먹겠어요? 근데 광우병은 잠복기가 10년에서 20년이잖아요. 20년이에요. 지금 안 나타난 게 당연해요.

 

신: 예전에 뭐 DDT나 고엽제도 당시에는 당시 지식수준으로는 위험한지 아닌지 잘 몰랐죠. 몇 십 년 후에나 뭐...

 

정: 미국에도 광우병 발생한 지 얼마 안됐어요. 소의 광우병이 아니라 인간 광우병이 발생하는 거는 20년이 걸려요. 그러니까 괜찮다 괜찮다 하는 거지, 그거는 책임질 수 없는 얘기죠. 그건 유전자 변형 농산물도 마찬가지죠. 아까 얘기 계속 하면은, 그런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게 된다면 비싸도 사먹을 거예요. 그게 가능한 것이 농협이 그 역할을 할 수가 있어요. 농협이 전국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전산망이 다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농협이 지금처럼 고리대금업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품질 인증기관이 되고 도농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어야 해요. 전산망이 다 되어 있으면 이건 분명히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품질 인증에서 농협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 도시민들이 믿고 그 다음에 신선도, 안정성 등에 대해 농협이 품질인증을 할 정도로 통계 등을 통해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리고 농촌을 관광 쪽으로 돌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에요. 농업이 없는 농촌관광이란 불가능 합니다. 사람이 안 살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해요. 정주 공간으로써 농촌을 만들려면 일단 농업을 살려야 돼요.

 

신: 다른 맥락인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농업을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얼만큼 팔고 비싸게 먹고 그런 개념보다도 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령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식량 안보니 뭐 그런 얘기도 하지만은, 실질적인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진보 진영 쪽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주장을 이야기한다면은...

 

정: 식량안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는 맞는데, 지금은 논쟁의 구도라는게  경제에 갇혀 있거든요. 근데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신: 경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겁니까?

 

정: 네. 충분해요.

 

논: 식량 안보론 얘기 나오면 산업론자들은 코웃음 치던데...

 

정: 네. 코웃음 치죠... 코웃음 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거죠. 농업, 건강에 대한 거는 예방 조치를 취해야 되는 거고, 가장 위험할 때를 대비해야 되는 거거든요. 에너지하고 식량이 그래요. 그걸 시장에서 언제나 공급할 수 있으리라 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언제나 부드럽게 시장이 움직일 거라고 하는 믿음 속에서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가령 우리가 신선도나 안전성 측면으로 접근해서 농업을 개편했을 때, 곡물이 문제가 된다면 그러면 저기 예컨대 하바로브스크나 중앙아시아 쪽에서 이동한 한국인들이 많은 데,(러시아는 우리가 들어오길 바래요, 중국이 자꾸 밀고 들어오기 때문에) 거기 땅 많고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면 되요. 곡물은. 우리가 이미 생산하지  않게 된 곡물은.

 

논: 말씀하신 농업의 개선방향으로 본다면 일본 쪽에서는 어떻습니까?

 

정: 일본은 원예농 비슷합니다. 농가의 소득에서 농업소득 거의 없고, 원예농과 비슷하고, 그냥 지키는 거죠. 우리한테도 개방 안 하려고 그러죠. 개방하면 한국에 의해서도 눌린다라고...

 

논: 한국 생산비가 훨씬 싸니까.

 

정: 네 땅값이나 임금이 더 싸니까. 기술은 아마 비슷할거고.

 

소비자 후생론의 허와 실

 

 

 

논: 아까도 잠깐 얘기 나오다 말았지만...또 한편으로 찬성론자의 이야기 중에 어필하는 것은 소비자 후생이거든요. 조선일보 보니까 웃기는 칼럼 하나 있던데 국민의 소원이 소고기를 마음껏 먹는 것이라고 선동하던데요. 어쨌든 관세 안 물리면 가격은 싸지니까..

 

정: 그러니까 처음에는 수출해서 이익을 본다고 하다가 그게 아닌 걸로 드러나니까 그게 소비자후생으로 바뀐 건데, 소비자후생이 정말로 중요한 거라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다 개방해버리면 소비자 후생이 갑자기 높아집니다. 제일 싼 물건이 다 들어올 거 아니에요.

 

논: 하긴 관세 문제는 아니지만 IMF 때 물건 엄청 쌌죠. 하하하..

 

정: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일본을 본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절이 가장 좋았어요. 하하... 디플레이션 계속 일어났고 가격이 굉장히 다운 됐으니까... 문제는 소비자 후생이 소득으로 연결되는 거에 달려있다는 거죠. 소득이란 건 생산에서 옵니다 분명히. 생산이 소비되고, 투자와 생산이 소비로 연결되어 오는 건데, 우리나라의 생산과 투자가 없어지면 소비가 떨어져서 소비자 후생이... 가격이 떨어져서 소비자후생이 늘어날 조건은 됐는데, 소득이 떨어져서 오히려 그 소비자 후생도 이용 못하게 돼 버리는 결과가 오죠.

 

논: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립되는 이론도 사실 문제 아닙니까?

 

정: 소비자 후생이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쳐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하는 거니까, 그 이야기를 생략해버리는 거죠. 거시적인 어떤 관점을 생략하고 하는 얘기에요. 두 번째는 경쟁효과를 이야기합니다. 수입품이 들어오거나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경쟁을 하면 좋아질 거다, 근데 경쟁 역효과라는 것도 있거든요. 경쟁할 수 있으면 좋아지는데 분명히, 경쟁을 못하는 부분은 독점이 되어버려요. 그럼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죠.

 

의약품을 개방했으니 약값이 올라간다는 거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제약기업하고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거든요, 오히려 미국 기업의 독점을 강화시켜 주는 거거든요. 개방이 경쟁강화 뿐만 아니라 독점 강화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거거든요. 생산성 격차가 크면 독점 강화로 연결되요. 그럼 독점가격이니까 올라가고 소비자 후생의 저하로 연결되요. 그러면 꼼꼼하게 산업산업마다 일일이 따져가지고 독점 강화로 가는 부분하고 경쟁강화로 가는 부분이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낮아지냐를 보고나서 이야기 해야지, 전체를 이야기하려면. 근데 경쟁강화로 갈 부분이라는 것이 우리 대기업들이 하는 부분일 거예요. 나머지는 독점 강화로 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러면 양극화죠. 소득이 정체되거나, 제가 보기엔 약간... 한미 FTA가 소득에는 그렇게 영향을 못 미쳐요. 그러니까 (CGE 모델은 별로 믿을 게 못되지만) 하여튼 민주노동당 우리 팀에서 CGE 돌려보니까 0.22퍼센트 나왔어요. 10년내지 20년동안 GDP 0.22퍼센트, 그러니까 일 년당 0.02퍼센트 증가한다. 한미 FTA 효과가 그렇다는 거죠. 아무 효과가 없고 그건, 세계은행이나 OECD 보고서도 마일드(mild)한 영향을 미친다. FTA라고 하는 것이 '미미한' 또는 '온건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결론이 난 이야기에요.

 

논: 소득이나 생산적인 면에서 그렇게 미미한 영향을 얻는 대신에 거기에 따른 피해랄까 그런 것은 어떻습니까? 

 

정: GDP라는 것은 생산인 동시에 소득이니까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문제는 그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양극화 돼서 분배는 악화될 거다라는 거죠.

 

논: 양극화는 산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면도 있지 않습니까?

 

정: 물론 과거부터 일어났죠. 적어도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는 대체로 94년, 95년부터입니다. 그 시점이라고 하는 거는 김영삼씨가 자본시장 본격적으로 개방하면서, 그 이전에도 이데올로기적으로 개방의 이데올로기가 있었지만, 실제로 경제자체가 전면적 개방, 즉 선택적 개방이 아니라 전면적 개방으로 바뀐 건 94년부터예요. 그 때부터 심화됐고, 외환위기 때 극단적으로 벌어졌고, 한미 FTA는 그 양극화를 제도화 하는 거예요. 반영구적으로 제도화 하는 거죠.

 

논: 근데 거기서 이야기하는 거는, 양극화를 중국시장이 우리 같이 저부가가치 산업을 이제 먹고 들어가니까...

 

정: 이거죠, 중국과 FTA를 하면 양극화가 진행되지만 미국과 FTA를 하면 양극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거죠? 그 논리적인 기초는 헥셔-오린 정리예요, 비교우위론이에요. 헥셔-오린 정리에 의해서 우리나라가 저부가가치 산업을 특화를 하면, 저부가가치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저부가가치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양극화는 해소된다, 이거잖아요.

 

 

일단 단순하게 비교우위론이 관철되는 것은 아니고, 현실에서. 그리고 그거를 그대로 받아들인 다면은 정부정책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는 거에요. 우리나라가 범용제품, 저부가가치 특화화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에요. 그러면 원래 목표는 뭐에요, 한미 FTA를 통해서 첨단화하고 경제를 선진화 한다는 거죠. 근데 거꾸로 우리는 자기모순에 빠진거죠. 범용에 빠져서 중국하고 경쟁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론 그렇게 되진 않아요. 부분마다 달라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살아남는 분야는 계속 커질 것이고, 밑에 부분은 사실상 없어지는 거죠.

 

이미 비교우위론이 여러 가지로 반박이 됐잖아요. 경쟁 우위이론이라던가 전략적 무역이론으로 반박이 됐는데, 비교이론이 그런 힘으로는 작용이 되는데, 실제 현실은 안 그렇거든요. 현실에서 실제로 안 그렇게 되는 이론이 뭘까가 경쟁 우위 이론이고 그리고 그 다음에 전략적 무역이론이에요. 이런 이론적 발전을 완전히 무시하고 리카도로 돌아가가지고 양극화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허허허.. 리카도는 비교 이론 그거잖아요, 전 세계가 다 똑같아진다는 거.... 임금도 수렴하고 말이죠. 하하.. 그걸 가지고 양극화를 부인하면은 정말 천박한 거지. 시장이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이야기 동어반복 한거죠. 그걸 한덕수? 하버드 대학교 박사가 이야기한 걸 보면 정말 한심해서... 허허허.. 그걸 대통령이 또 다시 반복하고... 우리 경제학 수준은 정말 천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지금..

 

신: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강자들의 보호무역이다. 이런 말도 그런 맥락인가요?

 

정: 그건 뭐 스티글리츠.. 같은 사람의 저서에서, 정확히 나오는 거죠.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평등한가?

 

논: 이번에 한미 FTA에서 또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인데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지 않습니까? 

 

정: 아까 내가 맨 처음 이야기한게 금융 국제화를 통제할 수 있는 세계정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관철은 된다. 그러나 지역주의로 갈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투자자-국가소송제라는 게 뭐냐면, 그런 국제화가 되면서 초국적 기업의 이익이 관철이 되는데... 그걸 유일하게 통제하는 것이 국민국가에요. 그 국민국가의 권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투자자-국가소송제에요. 그러니까 국민국가의 사법체계 를 무시하는 거죠.

 

논: 그런데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도 그것으로 인해서 보호가 되고 예컨대 송영길 의원이 그 사안 나오면 자동응답기처럼 중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호텔업자가 쫓겨난 예를 들던데요..

 

정: 그 자체가 아주 단순한 사고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근대 경제학의 세계이기도 한데, 모든 건 평등하다, 교환은 평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가 싫으면 교환 안 하면 되는 거니까, 평등하다, 시장은 평등하다는 그 논린데, 실제로 세상은 평등합니까? 불평등합니다. 권력관계가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형식적으론 평등한 계약을 맺었어도, 사실은 불평등, 이게 노자관계가 그 대표적인 예에요. 나라와 나라 관계도 마찬가지에요. 형식적으론 평등해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미국기업도 이용하고 우리기업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권력 관계가 있어요. 힘이 달라요. 한국 기업이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을까요?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느냐라는 건 권력관계입니다. 여태까지 미국 정부는 한 번도 안 졌어요.

 

가령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오염물질을 굉장히 많이 쓰는 공해산업이에요. 반도체를 계속 세척해야하기 때문에 화학 물질을 많이 써요.(그것을 문제 삼아 이천에 못간 것도 그것 때문인데) 미국이 환경규제가 약한 나라인데, 환경규제를 강화시켰다, 이건 투자자-국가소송제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정부정책에 의해서 이윤이 침해됐기 때문에. 근데 삼성이 미국 정부에 대해서 소송을 한다? 나는 안 할 거라고 봐요. 현명하다면.

 

근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투기자본은, 예컨대 론스타는 지금 한미 FTA에서 맺어지면 분명히 소송제기하고 론스타가 이깁니다. 이거는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이랑 같아요. 이건 정부가 약속을 했거든요. 메탈클래드건이 이거에요, 사실상 법적 권리를 갖고 있는 지방정부에요, 근데 중앙정부, 연방정부에서 약속을 해 줬거든요.

 

논: 매탈클래드사건이라면 멕시코 분지에서 매탈클래드 미국 회사의 폐기물 때문에 암 발생 같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그 때문에 지방정부가 허가를 취소했다가 거액의 배상을 물어준 사건이죠?

 

정: 네. 쓰레기, 암발생... 근데 시 정부에서 허가를 안 내준거거든요. 근데 연방정부는 약속하고 시 정부가 안 맺어 준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해서 메탈클래드가  이긴 겁니다.

 

논: 근데 우리 정부는 그것을 바로 멕시코가 질만해서 졌던 예로 들던데요.

 

정: 그러니까 연방정부가 약속하고 시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 라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그 기준으로 본다면) 다 걸려요. 내가 외자 유치를 2년동안 총괄하면서 담당해서 압니다.  론스타 마찬가지에요. 분명히 정부가 외환은행 처리하기 위해서 막 끌어들였거든요. 약속했다고. 근데 지금 약속한 걸 잘 들여다보니까 불법이에요.(근데 지금 적당히 덮으려고 하지만.) 근데 이 불법이라는 걸로 뭐 어떻게 하기 힘드니까 세금을 때리는 걸로 간 거 아니에요. 이건 적법이에요. 근데 이걸 투자자국가소송제로 하면 어떨지 몰라요. 특혜 준다고 약속한 걸 어긴 게 됐거든요. 메탈클래드랑 똑같아요, 구조가.

 

 

그런 힘의 불균등을 생각하지 않고, 우리 기업도 보호하는 거니까 똑같은 거다, 심지어 미국 투자한 우리 기업의 양과 한국이 투자한 미국 투자기업을 GDP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더 많이 투자했으니까 우리가 더 유리하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미국이라고 하는 미국 정부나 미국 기업의 힘을 무시한 처사고, 특히 한국에 들어온 미국 자본의 성격이 투기 자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 제도하고 마찰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무시한 처사고..

 

송영길이 요새 들고 나오는 중국 문제는, 아니 중국하고 미국하고 똑같은 걸 맺어야 된다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안돼요. 중국도 안 원할 거고, 그리고 우리도 일반적 원칙을 정할 때는 이런 초국적 기업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우리는 포기해야 돼요. 다른 나라와 협력을 하려면.

 

논: 근데 우리는 정부가 먼저 그 안을 들고 나왔잖습니까?

 

정: 그러니까 바보 같은 놈들이죠. 미국 거는 글로벌 스탠다드고 우리가 그걸 하면은 우리나라가 선진화 되고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막연하게.

 

논: 근데 다른 나라와 FTA를 맺었을 때도 다 그런 조항은 있다라고 얘기하잖아요.

 

정: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데 조항이 달라요 일단,

 

논: 미국과 맺는 조항과 다른 나라의 조항이 다르다고요?

 

정: 네. 일단 다른 나라와 맺은 조항에는 국내법 소진절차가 들어 있어요. 국내에서 먼저 소송을 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그쪽으로 가는... 그래도 독소조항은 독소조항인데.

 

논: 그럼 국내법은 삼심제니까 사심제나 마찬가지네요?

 

정: 그렇죠. 사심제죠. 근데 지금 미국과 맺은 건 단심제에요. 우리 법은 하나도 관여 못하는 단심제에요. 그 다음에 또 하나의 문제는 여태까지 맺은 나라는 아까 얘기한 세력관계에서 큰 문제가 없어요. 칠레가 우리나라에 와서 소송 얼마나 하겠어요. 싱가폴이 와서 또 소송을 얼마나 하겠어요. 그러나 미국은 달라요. 그리고 중국하고 할 때 그게 그렇게 필요한지. 그러니까 EU형으로 충분해요, G-to-G(정부 대 정부)거든요. 일단 문제가 있다면은 정부끼리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훨씬 중국하고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지.

 

송영길이 예로 든 그 우리나라 호텔이 있잖아요. 호텔이 감히 중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소송을 제기해? 물론 철수를 할 마음을 먹으면 할 수도 있죠, 그게 얼마나 큰 호텔들인지 모르겠는데 지면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죠, 10억원 가까이 들거든요. 그걸 하면서 한다? 그러니까 힘의 불평등, 나라마다의 특수성을 반영해서 FTA를 맺는 거지 미국형이 글로벌 스탠다드이기 때문에 이걸 다 발전시켜야 된다, 이건 미국 입장입니다.

 

논: 지금 그러니까.. 우리나라 관료들은 다 꿈속에서 살고있다는거나 마찬가지네요?

 

정: 이거에요, 한미 FTA 가장 강한 걸 맺었으니까 우린 이걸 들고 다른 나라를 공략한다. 황당하게도 자기가 미국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논: 근데 이제 ISD 거기서 지금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 정책 이런 것들, 공공정책 같은 경우는 많이 제외를 시켜서 무너질 일은 없을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습니까?

 

정: 그러니까 정부가 현재까지 밝혀진 ISD의 판결문을 보고 이야기하는 건데 판결문에는 환경이란 단어가 하나도 안 나와요. 그건 당연해요. 판결문은 투자챕터의 몇 가지 원칙을, 네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원칙을 어겼는지 안 어겼는지만 보는 거거든요. 메탈클래드 그 판결문을 보면 우리는 그 멕시코의 환경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돼 있어요. 그 정책이 왜 세워졌는지는, 그거와 관계없이 그냥 정책이 있었다. 그 정책이 투자챕터의 원칙을 어겼는지 안 어겼는지. 때로는 다른 챕터도 봅니다. 다른 챕터에 있는 것들도, 정부조달이라던가 이런 것도 봐요. 그러니까 환경에 대한 언급도 안 나오지만 실지로 1/3이 환경 관련된 판결이었어요. 그러니까 내국민대우 위반이라던가 극단적으로 '최소 기준' 위반이라던가 이런 게 환경정책에 나타나면은 이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런 거만 안 하면 된다라는 건 맞아요.

 

그러나 '최소 기준'이라는 게 뭐냐면,(이게 앞으로 굉장히 문제가 될 텐데) 내국민 대우를 해서 국내 기업과 차별을 안 했다고 쳐요. 근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 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면 문제가 되요. 근데 미국 기업한테 국제적 기준이라고 하면 그건 미국 기준이에요. 미국은 환경규제가 굉장히 약한 나라에요. 문제가 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정부가 자꾸 미국이 한 것은 다 옳다고 이야기하고 미국 정부가 하나도 안 진거는 미국이 그만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 실제로 판결을 보면, 서로 판결이 어긋나는 것들이 많아요. 미국은 거의 비슷한 사안으로 승소했는데 캐나다 정부나 멕시코 정부는 진 것들도 있고 이 제도 자체가 법적 안정성이 없어요. 같은 제도를 양쪽에서 제소한 적도 있습니다. 같은 정책에 대해서. 근데 이게 투자자-국가소송제이기 때문에 가능해요. 기업도 가능하지만 거기 투자를 한 사람도 소송이 가능해요. 각각 따로 제소를 했어요.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거에요. 그래도 아무 문제없어요, 이 제도 하에서.

 

논: 그래서 이게 위헌문제가 제기 되잖아요.

 

정: 위헌이죠. 사법권 침해, 평등권 침해, 사회권 침해죠.

 

논: 만약에 이게 타결이 됐는데, 이걸 헌법 재판소에서 위헌소송 제기를?

 

정: 할거에요.

 

논: 만약 거기서 위헌 판결이 나면은 어떻게 됩니까?

 

정: 위헌 판결이 나면은 이제 골치 아파지죠. 왜냐하면, 법적으로는 형식적으로는 헌법이 더 상위에 있기 때문에 이거를 폐기를 하던가 수정을 해야 되는데, 실질적으로는 FTA가 헌법 위에 있는 상황이거든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래요. 캐나다도 캐나다 학자들이 'superior constitutional' 이란 표현을 쓰거든요. 초헌법적 상황이다 이런 말이죠. 그런데 한국 헌법재판소가 미국 편향이 있기 때문에.. 허허.. 또 어떻게 판결 내릴지 모르죠.

 

논: 캐나다에서 연방법원인가 거기서 합헌 판결이 났다고 그러던데요?

 

정: UPS 건이 어떻게 해결 되냐에 따라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논: 캐나다 법원에서도 제도를 인정했다 이렇게 보는데?

 

정: 뭐 했다면 할 수 있죠, 뭐. 그러나 그게 맞는 판결이라고는 볼 수 없죠. 나는 우리나라에서 이거 위헌 소송해 봐야 진다고 생각해요. 이거 겁나잖아요. 그리고 한미 FTA 전체를 뜯어 고치라는 이야기인데, 언제나 헌법 재판소는 정치적인 판단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

 

논: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훼손이 일어날까요?

 

정: 그러니까 부동산을 건교부가 갑자기 2006년 8월이 되서야 다시 들여다보고 부동산을 빼야된다 강력히 이야기하는 건, 조닝(zoning)이라는 게 다 문제가 되기 때문이에요. 투기지역설정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되요, 거기에 미국기업이 있었는데, 그들이 땅과 건물을 갖고 있었다, 투기지역설정을 안 했을 땐 가격이 올라갔을 텐데, 그것으로 인해서 재산상의 이익을 포기해야 되잖아요, 이건 투자자-국가소송제 대상이 됩니다. 그럼 그 정책을 아예 안 쓰게 되요. 그걸 chilling effect(의기소침 효과) 라고 해요. 이걸 의식하게 되면, 정당한 규제 정책을 못 쓰게 되요, 자꾸 축소가 되게 되요.

 

새로운 물질이 나타나면 장래의 위험 때문에 이것에 대한 사용 규제를 시켜야 되는데, 이걸 미국 기업이 하고 있다. 그러면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적미적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러니까 예방조치는 불가능해 지는 겁니다. 그래서 항상 ‘과학적으로’가 중요해요, 미국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느냐 가지고  모든 소송이 이루어지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가 지금 잘 알지 못하는 물질의 위험성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개성공단은 쾌거?

 

 

 

논: 국가 소송제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참 섬뜩한 제도네요. 개성공단 문제로 넘어가 볼까요? 역외가공무역이라는 표현으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이 점이 북한개방과 남북관계 진전에 결정적인 구실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기도 하고요. 또 이것 때문인지 이른바 일부 햇볕론자들이 한미 FTA를 찬성하는 명분이 되고 있죠. 물론 개성이라고 딱히 표현되지 않았지만, 역외가공무역이라고 하는데, 싱가포르나 다른 FTA 맺은 곳에서도 개성이라고 하지 않고 '역외가공무역'이라는 표현만 씁니까?

 

정: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분명히 '개성'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개성 등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물건이 한국을 통해서 수출될 경우 한국 산으로 인정한다. 이렇게요.

 

논: 아, 그렇군요. 근데 개성공단 문제가 한미 FTA로 들어가면서 남북관계의 질적인 발전에 돌파구의 역할을 한다는 일부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문제 틀이 완전히 잘 못 됐어요, 왜냐면은 한-싱가폴 FTA에 분명히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전역을 다 한국산으로 인정한다, 그렇게 되어 있어요, 개성공단이 처음에 FTA에 들어간 것은 제가 주장을 해서 김현종 본부장이 그걸 집어넣었고, 내가 싱가폴 대사를 만나 설득을 했어요.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성공단을 한미FTA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안 거는 싱가폴 때부터예요. 그 다음에 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의 FTA)때도 관철됐어요. 지금 문안은 완전히 축소된 거에요. 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많이 붙었잖아요.

 

위원회를 만들어서 북핵문제가 해결이 되고, 노동 문제 이런 걸 다 보겠다는 거 아니에요. 과거에는 그냥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건데 이게 완전히 축소 됐고, 사실은 북미관계가 완전히 풀려버리기 전까지는 인정 안 해 주겠다 이 이야기거든요. 이건 축소에요, 성과가 아니라 기존성과를 축소시킨 거예요. 사실상 곤란하게 만든 거예요. 이게 어떻게 되나 봅시다. 다른 나라와 우리가 FTA를 맺을 때 개성 공단을 넣고 싶다라고 한다면 그 이전에 아마 미국이 없었으면, 사례가 적고, EFTA하고 싱가폴이 완벽하게 열어줬기 때문에, 그게 사례니까 그걸 조금 줄이거나 어떻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게 규준이 됩니다, 미국 규정이. 미국을 따라간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내가 초기에 개성을 아예 빼버려라 의제에서, 그게 차라리 우리에게 남는 일이다, 이랬어요. 빼버리면 한미FTA에는 규정이 없으니까 여전히 싱가폴이나 EFTA가 레퍼런스(reference), 즉 참조가 되는데, 이제는 미국이 참조가 됩니다. 기준이 되요. 굉장히 불리한 일을 해 놓고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떠드는 것은 정말 적반하장입니다. 심지어 이 문안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을 거에요. 거기까지 의심이 가요, 지금 떠드는 걸 보면.

 

신: 정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한-미 FTA 때 개성공단이 들어간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정: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먹잇감이었어요. 다른 나라한테는 개성에서 생산되는게 어느 정도나 된다고, 이런 정도만 따지겠지만, 미국은 이건 먹이감이죠. 이걸 가지고 뭐든지 얻어낼 수 있는, 즉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얻어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맨 처음부터 제기 안 하는 게 더 옳았다고 전 생각해요. 결과를 보더라도 우리가 얻어왔던 성과를 대폭 축소시켰고 미래에도 축소시킬 얘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한 협상이에요.

 

한미 FTA의 미래와 대안

 

논: 한미 FTA로 우리나라 노동환경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 노동문제, 환경문제는 그냥 받아들여도 돼요. 다만 그 기준을 제대로 ILO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미국의 노동환경이라는 게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ILO수준으로 높이고 그걸 양쪽 국가가 철저하게 통제를 한다면 그건 좋다고 생각해요. 원래 그게 어떻게 들어가 있냐면, 부시가 나프타를 추진하다가 클린턴으로 바뀌었어요. 사인한 사람은 클린턴이에요. 클린턴이 사인하는 조건으로 노동환경 챕터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어요. 캐나다와 특히 멕시코의 노동환경 운동가들은 참 환영했죠. 그랬는데 그 GAO라고 그걸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구가 일 년 만에 무력화 되어가지고 이건 있으나 없으나 마나한 제도가 되었어요. 이 노동환경은 양날의 칼인데 미국입장에서 미국 제조업 입장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어요, 노동환경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은 아동노동이나 이런 걸 못하게 해서 상대방 임금을 상당수준 높여서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려고 하는 그런 측면도 있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거하고는 관계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환경은 더 강화시키고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하자, 그렇게 해도 아무 문제없어요.

 

논: 지금 우리나라 경제체제를 볼때, 대략 70~80% 정도?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급속도로 경제체제의 미국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한미 FTA를 체결하면 그런 경제체제에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빠져나올 방법은 없어지는 겁니까?

 

정: 네 없죠. 한미 FTA를 파기하지 않는 한. 점점 미국 제도를 더 많이 받아들이고, 아마 이렇게 될 거에요. 초기에 몇 개 받아들인 게 아마 미스매치(miss match)가 될 거에요. 불일치가 되어 가지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거예요. 김영삼이 세계화 했을 때 우리가 자본시장 개방해서 단기자본을 들여와서 장기 투자를 하면서 미스매치가 일어나 가지고 외환위기가 빠졌잖아요. 상황이 좋을 때야 계속 대출 연장을 해주겠지만, 상황이, 가령 말레이시아나 이런 데 막 나빠지니까 이제 대출 연장을 안 해주고 그런 것이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잖아요. 그런 미스매치가 많이 일어날 거예요.

 

미스매치가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이제 정부의 논리도 확실해요.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 더욱더 미국형으로 바꿔야 된다. 뭐 재경부의 신념입니다. 이미 다 공공서비스 민영화계획 다 갖고 있어요. 그 때 제도가 완전히 미국화 될 것이고 점점 강화가 되지 그게 역전될 가능성은 없고, 역전시키는 것은 바로 걸려요. 그것이 만약 투자자의 권리를 건드리면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걸릴 것이고,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제도를 돌려놓을 수 없어요. 렛칫 조항에 의해서 개방화, 민영화 쪽으로만 가게 되어있지, 거꾸로 공공성의 강화 이런 건 불가능해요.

 

논: 근데 노대통령 담화문에서 보면은, 농업, 제약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서 도대체 어떤 피해가 있는지 반FTA론자들 중에 제대로 말해준 사람 없다고 하던데요?

 

정: 그러니까 정말 큰 문제이죠. 대통령한테 아무 보고도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죠. 아까도 이야기한 제조업에...

 

논: 아니, 노대통령 본인이 직접 반대론자들에게 물어봐도 뚜렷하게 답해준다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잖아요.

 

정: 그러니까 인터넷 신문 기자들한테 물어봤죠.

 

논: 네? 하하하하... 정말 그럴까요?

 

정: 그럼 누구한테 물어봤겠어요? 아니면 찬성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봤겠죠. 반대하는 사람이 노대통령하고 토론한 적이 있어요? 경제학자하고? 아무도 없어요.

 

논: 청와대에서 정말 없었을까요?

 

정: 아무도 없어요.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옛날에 PD수첩 이런 데에서 정치인하고 일대일 토론해서 좋다고 이런 이야기도 했대요, PD수첩에 따르면. 그러나 이정우 선생한테 질문한 적도 없고, 저한테 질문한 적도 없고...

 

논: 지금 보수언론들은 모두 미친듯이 FTA를 환호하고 있습니다. 뭐,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선호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데, 이데올로기적인 측면 말고... 이번 한미 FTA가 그런 보수언론들에게 어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득은 있습니까?

 

정: 일단은 뭐 신념이겠죠. '시장이 바뀌면 잘 될 것이다 미국하고...' 뭐 이런.. 또 우리가 (미국과) 긴밀해 져야 된다는 생각도 원래부터 그들의 신념이고.. 그리고 직접적인 이익은 중앙이나 조선은 방송을 생각할 수 있겠죠. 언젠가 방송 민영화가 되면 방송을 먹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겠죠.

 

논: 지금은 방송과 신문의 겸업은 불가능하죠?

 

정: 근데 미국이 진출하려고 하면은 예컨대, 조선-워너 MBC, 또는 조선-워너 KBS2 이런게 생길 수 있겠죠. 이렇게 되는데, 그거 분명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한미 FTA는 삼성 등 재벌과 조중동, 그리고 재경부라고 하는 우리나라 지배세력을 강화시켜주는, 돌이킬 수 없는 지배세력으로 만드는 그런 국제 협정이에요. 찬성을 할 수 밖에 없죠.

 

논: 요즘 몇 해 전부터 소장학자 중에 주목받는 분이 있잖습니까.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요. 며칠 전 한겨레21에서도 새삼 그의 주장을 논쟁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북구 스웨덴형 모델이라는 진보적 체제를 지향하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비판적으로 여겨왔던 재벌체제의 긍정성을 인정하자...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그러니까 장하준 교수의 얘기 대부분 동의하는데, 몇 가지는 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중앙 은행이라던가 재벌에 관한 이런 것들입니다. 유럽의 논쟁 구도가 그렇기 때문에 그래요. 바로 한국에 대입할 수는 없어요.

 

논: 그럼 산업정책과 재벌 체제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성장을 했고, 또 앞으로 상당기간은 그 전략은 유효하다.... 이런 내용은 어떻게 보시는지? 물론 그 분도 그런 관점에서 이번 한미 FTA도 상당히 비판하긴 하는데요.

 

정: 그러니까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라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고, IMF다, 세계화다, 한미 FTA다 이런 거에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잘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장교수 주장대로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그런 역사, 이론을 가리킨 거지 한국적 계급 구도 속에서의 선택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 이런 거는 할 수가 없죠. 이미 영국 간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런 분야에서 좀 차이를 둘 수 있죠.

 

논: 국내에 있는 같은 입장인 정승일 교수도 그런 주장을 많이 하는데요...

 

정: 예컨대 스웨덴 형을 지금 꿈꿀 수 있어요. 삼성에서 발렌베리를 연구했잖아요, 근데 삼성하고 발렌베리? 하하하.. 너무나 다르죠, 그 차이를 인정을 해야지..

 

논: 근데 노자 대타협을 하자, 재벌의 세습체제 인정하는 대신에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식으로...

 

정: 타협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죠.

 

논: 그러면은 산업정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70년대 같은 경우는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라던가, 80년대 같은 경우에는 정밀 기계, 전자-정보통신같은 고부가가치 공업 육성 등과 같은 산업정책이 있었잖아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산업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 지금 국제 규범 속에서 가능한 정책 중에 미국, WTO에서 인정하는 정책은 산업클러스터 정책이에요.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클러스터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클러스터 정책을 국가 균형정책으로 생각하고 한 것이 문제죠. 그리고 위에서 동시에 한꺼번에 여러 개의 클러스터를 형성시키려 하는 정책이... 뭐 그래도 저는 평가는 하지만 그다지 성공할 거 같지는 않아요.

 

산업클러스터: 비슷한 업종이면서도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일정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대학과 연구소·기업·기관 등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곳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논: 김대중 정권 때 벤처 육성 정책이 있잖습니까? 물론 IT 거품같은 부작용도 있긴 했지만, 그런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거는 벤처가 잘 클 수 있는 금융환경이라던가 이런 걸 조성하고 벤처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제공은 그건 뭐 산업 정책이라기보다는 뭐 국가가 언제나 할 일이니까, 해야 될 일이고, 그건 뭐 지금도 진행이 되고 있고....

 

신: FTA 타결되고서, 찬성론자들의 담론은 국민들에게 아주 쉽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거 같거든요. 가령, 개방으로 먹고산다, 3만불 선진국이다, 경쟁력 강화다...근데 반대의 논리는 이런 담론 싸움에서 좀 밀리는거 같아요. 너무 많은 설명이 따라붙으니까 국민들에게 머리에 딱 꽂히는 그런 논리가 아직 개발이 안된거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비준이 진행되어도 그 저지하기가 만만치 않을거 같은데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 허허...가능성 모르죠. 그러나 막아야죠. 국민이 알면 100퍼센트 막을 수 있습니다. 내용을 알면. 아니 땅덩어리가 적으니까 한미 FTA 해야 된다라고 하면 어이가 없어요. 땅덩어리 적은 나라 중에 중남미 국가 빼고 미국하고 FTA 맺은 나라가 어딨어요. 한 나라도 없어요. 개방한다는 것도... 이미 개방이 많이 되어 있는데, 그게 한미 FTA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신: 그러니까 논리적으로 맞는 말씀인데, 피부적으로 와 닿는 그런 단순 명쾌한 논리개발이 좀 더 개발될 수는 없냐는 거죠.

 

정:  한미 FTA는 논리는 진짜 비약이 확 일어난 거거든요. 선진국 중에 미국이랑 FTA 맺은 나라? 그건 캐나다가 미국이랑 워낙 가까운 나라라 그런거고, 호주 하나 밖에 없어요. 호주는 농업이 굉장히 강한 나라에요.

 

신: 어쨌든 논리적으로 얘기를 들으면 설득이 되는데, 보통 국민이 시사 현안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지는 않잖아요. 그냥 막연하게 소고기 싸진다, 수출 잘 된다.. 이런 식으로만 머릿속에 입력되고...

 

정: 뭐 쉽게는 우리도 얘기할 수 있어요. 보도가 안 되고 언론을 못타니까 문제죠.

 

 

 

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캠프에 들어가셨죠? 민노당 당원이 되신 건가요?

 

정: 하하.. 저 당원 아닙니다.

 

논: 이번 한미 FTA로 대선정국이랄까,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뀌겠습니까? 

 

정: 예, 이제는 중도라는 건 성립하지 않아요. 한미 FTA에 의해서 둘로 갈라질 것이기 때문에.... 제일 많게 된다고 하더라도 네 개가 될 겁니다. 한나라, 한미 FTA찬성하는 이른바 중도, 그리고 한미 FTA반대하는 중도, 민노당.... 이런 식이거나, 제일 적게는 두 개로 되겠죠. 진보 대 보수.

 

논: 이번에 대선은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하하.. 좀 막연한 질문인데..

 

정: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고 이야기 해야지 뭐라고 얘기해....하하..

 

신: 대선 정국에서 과연 한미 FTA가 최대 이슈로 등장한다고 보십니까?

 

정: 제일 큰 변수에요, 그리고 좀 더 이슈가 뜨거워지면, 표심 때문에라도 서로간에 '이건 막겠다', '저건 막겠다' 이런 식의 경쟁이 붙을 거에요. 그러면서 미국을 건드리겠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경쟁이 그런 식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논: 앞으로 싸움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 그러니까 근거 없는 낙관론자가 제 별명입니다. 대학교 때부터 별명이에요. 하하하... 그리고 심상정 대통령 됩니다!

 

논: 하하하... 여담인데... 청와대에서 그래도 한 솥밥을 먹은 사람들, 또는 노대통령하고 인간적인 부분도 있을 텐데.. 요즘 한미 FTA 때문에 좀 인간적으로 갈등이 일어나거나, 불편한 적은 없습니까? 예전에 레디앙에서 인터뷰했던 것이 연일 기사화되었잖아요. 386이나 재경부 관료 비판한 내용이 부각이 되서 좀 곤혹스러워 했던거 같은데요..

 

정: 별로 없었습니다. 대체로 사실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게 부담이었겠지요. 시민이는 친구로서 "인터뷰보다는 글로 해라"" 그 정도 전화를 했을 뿐이에요.

 

논: 송영길 의원이 '100분 토론'때 정 선생님을 기피했다고 하던 것은 사실입니까? 또 찬성론자들 중에는 토론때 선생님을 많이 기피하지 않나요?

 

정: 방송사에서 "정태인 나오면 안 나간다" 이런 소리를 했다는 얘긴 들었어요. 한미 FTA 체결지원단에서도 그런 소리를 했다는 얘길 들었구요. 아무래도 정부 얘기를 많이 아니까, 그렇겠죠.

 

김종훈만 고생 시킬 것이 아니라, 책임있는 사람, 즉 김현종 본부장이나 한덕수 총리가 나서서 설득을 해야 합니다. 저야 물론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 분들이 뭐가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사실을 훨씬 많이 알고, 토론 나간다면 전 부처가 다 동원돼서 답 써주고, 제가 한 말 분석해서 공격 포인트까지 다 정리해 줄텐데...

 

그런데도 만일 토론을 회피한다면 그건 숨기는 게 많아서입니다.  언제든지 공개 토론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대환영입니다.

 

논: 이 시간 이후 스케줄은 뭐가 있습니까?

 

정: 대학 강연이 있어요. 고려대하고 동국대로 가야합니다. 내일은 오전부터 지방에 내려가야 되고요. 대학생들이 지금에서야 좀 움직이네요. 하하하...

 

논: 진짜 불철주야로 뛰는 국민의 경제 비서관 역할을 하시는군요.  바쁘신 스케줄 중에도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딴지 논설우원 직빵맨(freechhb@naver.com)
딴지 편집국 신짱(redpia@hanmail.net) 

by 태방 2007. 4. 20. 12:10
http://blog.naver.com/nogari9/100036592964

[김병권의 '한국 사회의 창']
아직도 미국식 자본주의가 표준이고 대세인가?
2007-04-18 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한미 FTA를 외골수로 밀어붙였던 정부나 관료, 이를 지지했던 재계의 확신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그 중심에는 미국모델에 대한 절대적인 동경과 추종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줄곧 미국식 모델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 배워왔다. 따라 배우는 것만으로 부족해 완전한 한미경제통합을 실현해 미국식 체계로 한국을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 한미 FTA다.


실상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가 가장 전형적으로 이식된 나라다. 자본 자유화나 노동유연화가 한국처럼 충격적이고 빠른 속도로 진행된 나라가 드물다고 학자들도 지적할 정도다. 우리 관료와 경제계, 학계의 대부분을 ‘미국통’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 수도 1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미국 이민세관국(ICE)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말 기준으로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한국 출신이 9만3728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63만998명)의 14.9%에 해당하는 규모며 2005년도 보다 14.8% 포인트 늘어났다. 갈수록 미국화된 식자들이 넘쳐나게 되리란 뜻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1등의 모범인가?


올해 1월 14일 미국 주간지 ‘퍼레이드’는 ‘통계로 본 미국의 명암’을 소개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은 예상대로 GDP규모가 13조 달러로 세계 1위, 금 보유액도 1580억 달러로 1위다. 인터넷 사용자 수 1위, 도로 길이와 공항 수와 철도 길이도 세계 1위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도 296명을 배출해 1위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1위도 있다. 국가 부채는 8조 6천억으로 세계 최대 채무국이고, 에너지 사용량도 세계 1위이며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1위다. 인구 10만 명당 교도소 수감자 수도 1위다. 살인사건 발생률은 세계 15위다. 국민이 부담하는 연간 의료비는 국민 1인당 약 500만원(5,700 달러)으로 세계 1위이며 유아 사망률은 34위, 임산부 사망률은 29위다.


한마디로 군사와 경제, 금융 강국이면서 동시에 의료, 환경, 안전의 후진국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한미 FTA로 한국이 미국화 되어 장점만 들어오고 단점은 차단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식하거나 사기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미국의 명과 암은 그 자체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여전히 외형적으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것은 세계의 금융자본을 쥐고 있고, 세계를 지배할 군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조업 기반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미국을 지탱해 주는 것은 세계의 금융자본을 좌지우지할 금융지배력이다. 온갖 신종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금융장사를 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하다못해 대학들도 기금운용을 위해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거리낌 없이 투자한다.(속없는 한국 대학들도 이를 배워 대학기금이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장하성 펀드’의 주요 자금원이 바로 미국 대학들의 기금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37%를 장악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절반 이상은 미국 금융자본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며 ‘제국’의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것은 ‘군사력’과 그에 기초한 ‘세계 달러체제’ 덕이다. 군사비 세계 1위와 군사장비 수출 세계 1위가 이를 대변한다. 결국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여전히 버티고 있는 최전방에는 금융자본과 군사력, 그리고 지식정보산업에 특화된 우월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내건 마케팅 구호가 바로 세계화이고 신자유주의화인 것이다.


미국 안에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는 미국식 자본주의 


▲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그런데 막상 미국 안에서부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본격적으로 미국과 경제통합의 깃발을 올리려는 한국으로서는 얼핏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조짐은 미국 중심의 서방 자본주의 클럽이라고 할 다보스 포럼에서부터 나타났다.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 1월 24일 다보스포럼 개막 연설에서 “빨리 가려면 혼자서,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한다”며 신자유주의의 승자독식주의와 양극화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대세’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화’에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해 2월 7일 “지난 30년간 벌어진 양극화로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역동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실토했다. 그는 “경제적 기회의 평등만이 미덕인 줄 알고 경제적 결과의 불평등을 외면해왔다”고 덧붙였다. 대단히 우회적인 표현이지만 발언자가 FRB의장이라면 사실상 고백 수준이다. 세계화의 이름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전개가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양극화를 발생시켰음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지도자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 미국인 가운데 절반이 미국의 전성기가 이미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06년 12월 여론조사 관련 전문 인터넷 매체인 ‘라스무센 리포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전성기가 이미 지나갔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48%에 이르고, 미래에 전성기가 올 것이라는 응답자는 38%였다. 2년 전과 비교해 정반대의 결과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논평지인 <포린 어페어즈>의 올 1,2월 기고문에서 하버드대 라위 압델라 교수와 미국 외교관계위원회 아담세갈 연구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화 추세는 역류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90년대 말 아시아의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지금 세계화 추세는 쇠퇴하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를 대세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부터 세계화는 쇠퇴의 길을 시작한 셈이다.


그리고 한국이 미국식 경제로 완전통합하기로 결정한 지금, 미국이라는 골리앗은 기울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다극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중남미 국가공동체 에너지정상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이 4월 16일 새 석유화학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대통령, 니카노르 두아르테 파라과이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바르셀로나로이터연합뉴스

90년 소련의 붕괴이후 확고할 것 같았던 ‘미국 일극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여년을 급성장해 온 중국이 어느덧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자원의 블랙홀’로 부상하면서부터 예견되었다. 중국은 이미 외환보유고가 1조 6천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1위의 채권국가가 되었고, 올해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철강 생산량과 항만 화물처리량 역시 세계 1위다.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주변의 러시아나 인도와 독자적으로 관계개선에 들어간 것은 물론, 바람을 타고 있는 남미의 좌파정권들과도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나라들과도 매우 공격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가장 앞서서 수용했고, 이 때문에 가장 먼저 그 폐해를 경험한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의 탈미화는 가히 파격적이다. 중남미에서 미국과의 FTA는 이미 철지난 과거형으로 굳어지고 있다. 중남미의 독자적인 에너지 자원 협력 구상은 남미를 가로지르는 9000km의 가스관공사 계획 합의로 이미 실체화 되고 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첨병이라 일컬어지는 IMF를 정면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남미은행’ 창설도 코앞에 다가왔다.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던 브라질이 최근 남미은행 창설에 동의해 늦어도 1년 안에 남미은행은 현실화될 것이다.
 
한국식 스탠더드에 근거한 통일과 동북아 협력으로
 


중남미가 미국의 세력권에서 떨어져 나가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독자적인 경제와  외교 행보를 강화하면서 각자 자국의 이익에 근거한 다극적이고 중층적인 국제협력구도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90년 소련 붕괴 직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금은 누구의 모델을 흉내 내는 시대가 아니다. 그것이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다른 나라의 모델을 복사하여 성공한 사례는 없다. 외환위기 10년째인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내수침체, 투자부진, 고용불안 악화, 성장잠재력 약화는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나마 조악하게 복사한 결과다. 현재 한국경제 문제의 ‘원인’을 가지고 치료의 ‘도구’로 삼겠다는 황당한 발상이 바로 한미 FTA인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주주이익 제일주의’를 모토로 하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를 복사하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식기반 경제 시대에 걸맞게 ‘국민적 창의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에서 대안체제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 한국식 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을 포함한 신흥 경제대국의 부상과 유럽과 남미에서 발견되는 지역 경제공동체 움직임이라는 새로운 추세와 함께 호흡하자면,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경제시스템을 방향으로 잡을 수 없다. 우리 이익과, 우리 잠재력에 기반해서 주변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들과 ‘다극적이고 균형화된’ 경제협력관계를 창조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내부 동력보다는 외부 충격에 의존한다는 면에서, 그리고 다극적 관계형성 보다는 일국(미국)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한미 FTA는 대안 방향일 수 없다. 하물며 미국 안에서조차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원본’에 하자가 있는데 그걸 복사하는 ‘복사본’은 어떻겠는가? 

김병권 bkkim21kr@naver.com

by 태방 2007. 4. 19. 22:18
http://blog.naver.com/nogari9/100035992790

김근태 "6월 한미 정부간 협정 체결 저지에 매진하겠습니다"




▣ 김근태 前 열린우리당 의장의 FTA협상 마무리에 대한 입장 (4월 2일)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말씀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먼저 현직 국회의원이, 그것도 열린우리당의 전직 당의장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형식을 빌려 의사표시를 한 데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런 현실이 답답하고 가슴 아픕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중대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깡소주를 마시며 상황을 한탄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곡기를 끊는 방법으로 항의하고 호소하는 일밖에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현직 국회의원의 심정이 이러할진대 국민 여러분의 심정이 어떠할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간절한 호소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하고 아쉬워서 졸속으로, 그것도 미국의 요구대로 타결을 선언했는지 상식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세 번이나 미국의 ‘시한연장 놀음’에 휘둘려 국가의 위신을 땅에 떨어트린 일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밉니다. 이는 국가의 자존을 훼손한 일이며, 중산층과 서민을 정면으로 배신한 행위입니다.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우리 사회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에는 협정체결이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제만큼 격렬한 논쟁을 불러온 사안이 없습니다. 그만큼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격렬한 분위기에 비해 논쟁의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협상 정보는 정부 관계자들이 독점하고, 정치권과 국민들은 귀동냥에 의존해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의회’와 ‘여론’이라는 지렛대를 철저하게 활용하고 있는 미국 측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울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것보다 더욱 기막힌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일부 관료와 일부 보수언론, 일부 정치권이 삼각동맹을 맺고 펼치고 있는 저급한 이데올로기 공세입니다. 이들은 한미 FTA에 대해 우상숭배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시한에 쫓겨서는 안된다’는 최소한의 주장, 합리적인 주장조차 쇄국주의자, 개방에 반대하는 철부지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협상내용은 안중에도 없고, 한미 FTA를 하면 나라가 살고, 안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외눈박이 식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10년 전에도 그런 주장을 들어본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 경제 관료들이 앞장서고, 일부 언론, 신한국당이 앞장서서 똑같은 논리를 펴면서 무리하게 OECD 가입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고려도 없이 장단기 자본시장을 모두 열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갑작스런 외환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결국 IMF 외환위기라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지금 한미 FTA를 맨 앞에서 추진하고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때의 관료들, 그때의 언론들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같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둘째, 그 사람들이 그때 하던 말이나 지금 하는 말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셋째, 그때 외환위기를 불러온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저 사람들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개방이라는 외부의 충격이 있어야 내부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OECD에 가입할 때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틀린 말입니다. ‘개방’은 옳은 길이지만 ‘묻지마 개방’은 틀린 길입니다. ‘조절된 개방’ ‘조절된 세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국민은 실험실의 쥐가 아닙니다. ‘묻지마 개방’으로 IMF 외환위기를 겪었으면 느끼고,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개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그게 IMF의 교훈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10년째 ‘묻지마 개방’의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구조적 저성장과 심각한 사회양극화의 늪에 빠져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제 그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IMF 외환위기의 결정적 책임을 져야할 일부 관료와 일부 언론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서 ‘충격적인 개방정책으로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은행이자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사채이자를 끌어다가 빚을 갚으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엄청난 대국민 사기극입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단식을 풀고, 거친 광야로 나가려고 합니다. 협상이 타결된 만큼 이제 호소하는 시간은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호소를 외면한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행동해야할 시간입니다.

먼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협상 결과를 파악하고,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협상에 임했는지 책임을 추궁하겠습니다. 권한에는 합당한 책임이 뒤따르는 법입니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이 협상정보와 협상전략을 독점해온 만큼 책임추궁은 추상같이 엄하고 가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로, 오는 6월, 정부간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매진하려고 합니다. 남은 석 달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협정체결을 저지할 생각입니다. 정당과 국회의 울타리를 훌훌 뛰어넘어 정부에 협정체결 유보를 요구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떤 기득권이나 저 자신의 유불리도 계산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열린우리당의 전직 당의장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 여러분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정부간 협정체결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는 간명합니다. 협정체결을 저지해야만 시간을 갖고 충분한 재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협정이 체결되고 나면 재협상의 길은 봉쇄됩니다. 오직 찬성이냐 반대냐, 비준을 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만 남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신 것처럼 한미관계는 특수 관계입니다. 양국 정부가 체결한 협정을 국회가 비준 거부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필요 이상으로 엄청난 긴장과 후폭풍을 몰고 올 것입니다. 이런 추가적인 어려움과 두려움 때문에 국회의 비준 검토과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국회비준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 간 협정체결을 유보하고,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함께 토론해서 재협상의 여지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한미 FTA의 협상결과를 우려하는 여야 각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일사분란하게 대응하고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제가 가진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정당 · 사회단체 관계자의 연석회의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y 태방 2007. 4. 2. 14:58
http://blog.naver.com/nogari9/100035777631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집권여당의 당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단식농성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불안감을 안겨드릴 수 있는

단식농성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지금 이대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어, 이 김근태를 밟고 가는 것은

감수하더라도 국민 여러분을 밟고 가는 것은 차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국민은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지만, 한미 FTA 협상은 짜여진 시간표를 따라 질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참상이고, 재앙입니다. 지금 중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을 대립과 혼란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마음속의 울림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제 마음속의 아우성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이 이 김근태에게는 큰 생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히 말씀드립니다. 생채기를 피할 수 없고, 얼마쯤 가지가 부러지고 타버리더라도 천둥번개를 피하지 않고 제 몸으로 막아내는 들판의 나무 한 그루처럼, 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김근태는 그것으로 족합니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조건 한미 FTA 반대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협상단의 화려한 미사여구만을 믿고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천히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그 후에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오늘의 협상결과가 또 다른 저성장과 더욱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솔직히 고백해야 합니다.

한미 FTA 협상을 두고 국론이 양분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이대로 묵과한다면, 파국적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심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온통 한미 FTA 체결에 매달리는 협상단과 정부를 이대로 묵과할 수 없습니다. 권한만 있을 뿐 훗날 국민의 삶에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지지도 않을 관료와 정부의 무책임과 무모함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밥을 굶는 일 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단언컨대 지금 우리의 협상은 성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스위스도, 말레이시아도 미국과의 FTA를 중단했습니다. 자국 국민을 위해 정부가 용단을 내렸습니다.

당장, 지금 진행되는 한미FTA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당장, 한미FTA협상을 국민과 국회에 돌려줄 것을 요구합니다.

2007년 3월 27일 국회의원 김근태

by 태방 2007. 3. 27. 15:12
http://blog.naver.com/nogari9/100035698240

여성정책팀 인터넷폭력조 두 번째 회의록

2007년 3월 17일

 

* 조사내용 나누기


1) 각 포털 사이트의 정보공개 정도

                                         (○ 전부 공개 △ 공개 설정 가능 × 비공개)

커뮤니티

ID

IP

이름

개인정보

club.cyworld.com

×

cafe.daum.net

×

×

cafe.naver.com

×

×

dcinside.com

×

×

×

 

 

포탈

ID

IP

이름

개인정보

naver.com

daum.net

×

×

×

×

nate.com

×

kr.yahoo.com

×


블로그

ID

IP

이름

개인정보

blog.naver.com

×

tistory.com

×

×

×

egloos.com

×

×

×

blog.daum.net

×

×

×

×

paper.cyworld.com

×


개인정보공개정도에 따른 인터넷 문화, 분위기는 어떤가

· 다음과 네이버의 대조적인 정보공개 정책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네이버의 인터넷 문화, 분위기가 더욱 성숙한 것인가?

→ 그렇지 않다. 현 상황이나 댓글들의 양상을 살펴볼 때 네이버의 IP 공개가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보공개와 인터넷 문화와의 상관관계에 의문점.

· 추천제와 신고제 

다음의 신고제도는 일정 인원이상 신고를 받게 되면 댓글이 자동삭제되는 시스템으로 약간의 정화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다.


· 블로그의 개인 정보 차단 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


2) 악성 댓글을 다는 악플러들을 대처하는 현 포털사이트들의 상황.


 ① 다음(daum)

  두 번의 필터를 거치고 있으나 악플러들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스템을 통해 거름

   감시요원의 모니터

   일정 횟수 이상 신고가 들어온 악플러의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려 댓글게재 봉쇄.


 ② 네이버(NAVER)

  현재 260명의 모니터 요원을 고용.

   악플 대책 비용만 연간 100억원을 사용.

  악플 예상기사에 한해 댓글쓰기의 제한을 둠.

  문제가 되는 댓글은 삭제하고 있으나 사법권이 없어 강제 탈퇴시키지고 못하고 있음.


· 각 포털사이트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권한을 늘리는 것보다 포털사이트의 통제·감시 기능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관 ‘사이버 수사대’ 의 역할과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 포털사이트 자체적으로 악플러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위양이 요구됨

  악플러들을 강제탈퇴, 활동중지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사법권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용들을 약관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


3) 인터넷 신고제


①불법·청소년 유해정보신고센터 (http://www.singo.or.kr/) 사이버 패트롤

  네티즌 스스로 사이버 공간에 대한 자율적인 모니터링과 유익한 정보에 대한 공유 활동을 통해 불건전 정보확산방지와 정보통신 윤리 확산의 계기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인터넷상의 불법 청소년유해정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네티즌들의 자율정화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자원봉사 모니터링 제도


  사이버패트롤의 활동내역

  - 음란정보, 스팸메일, 사이버 성폭력, 원조교제 등에 대한 감시활동

  - 문자채팅, 화상채팅, 메신저, 쪽지, 모바일을 통한 음란정보 유포 및 사이버 폭력에 대     한 감시활동

  - 음란/폭력 온라인 게임, 사이버도박, 성인방송에 대한 감시활동

  - 부녀자 및 어린이 학대 등 폭력행위를 미화하는 감시활동

  - 반사회적범죄, 사이버돈세탁, 사이버 마약거래, 불법 사이버선거에 대한 감시활동

  - 미신 또는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하는 내용에 대한 감시활동

  - 타인의 권리에 속하는 저작권, 상표권, 의장권 등을 무단으로 침해하는 내용에 대한 감     시활동

  - 의료, 기구, 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과장되게 소개하여 오용 또는 남용을 조장하는 내     용에 대한 감시활동

  -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비하시키는 표현의 내용에 대한 감시     활동

  - 사이버 상에서의 감시활동 중 불법, 부당사례 발견시 불법 청소년유해 정보신고센터에     신고

  - 사이버 상에서 자신이 찾아낸 유익한 정보에 대한 추천 및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익한 정보를 공개하여 네티즌과 공유하는 정보공유 활동

  - 사이버 상에서의 에티켓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홍보활동 및 정보통신윤리위원    회 자원봉사 활동과 취지를 적극적으로 네티즌에게 알리는 활동


 ② 신고제를 통한 신고활동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널리 알려진 바도 없을뿐더러 이를 신고한다하더라도 처리인력이 부족하며, 인터넷이라는 방대한 가상공간에서 감시의 범위가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다. 따라서 큰 실효성을 거두지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4) 연령등급제

연령별로 사이트를 제한하는 것은 만 19세 이상과 만 19세 이하로만 나뉘어 있을 뿐 더욱 세부적인 구분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이 연령구분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과 궤를 같이 하여, 인터넷 컨텐츠에 자체적인 세부 연령 구분은 없는 실정.


* 논의내용


1) 규모의 문제?

  인터넷의 넓은 세계 중 모든 사이트들이 악플의 문제를 겪고 통제를 벗어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소형사이트나 까페들은 자체적인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놓고, 그 운용이 잘 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트들은 대부분 포탈사이트를 비롯한 이용자 수가 많은 사이트들이며, 소형사이트였다가도 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문제시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인터넷 질서 준수의 여부가 정보공개의 정도나 실명제 여부에 달려있다기보다는 단순히 이용자의 규모와 이용자 수 대비 관리인의 수에 따른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소형사이트나 까페가 시행하고 있는 질서를 흐리는 회원에 대한 발빠른 대처 (강등, 경고조치)는 관리인의 이용자대비 규모와 관련이 있다.   


2) 법적 강제력이 없는 관리인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악플러를 포털사이트 관리인 측에서 처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일정 기간동안 댓글을 못 쓰도록 하는 것이 전부이고, 사실상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강제탈퇴조치를 내릴 수 없다. 관리인들이 법적 강제력을 사용할 수 없는 맹점이 인터넷폭력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3) 사이버수사대의 확대 필요

  사이버수사대의 강화, 자율권 부여, 인원확충을 인터넷폭력 예방과 대처의 핵심으로 추진 가능. 현재의 사이버 수사대는 인원이 몇십명 수준이며, 해커를 상대로 하는 보안문제를 위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

두가지 대안

① 사이버 수사대의 인원을 대규모 확충하고 영향력을 확대재설정.

   보안문제 부서, 인터넷 폭력 담당 부서로 이원화

② 인터넷폭력을 방지, 감시, 수사하는 인터넷 상의 경찰이 필요. 새로운 기구 창설. 대규모 인력 확충


4) 인터넷폭력 관련 법 제정

현재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범죄들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명예훼손죄, 성폭력특별법 등) 기존의 법이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상의 범죄들을 다룰 수 있는 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현행법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인터넷범죄 관련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by 태방 2007. 3. 25. 12:08
http://blog.naver.com/nogari9/100035698158

여성정책팀 인터넷폭력조 첫 번째 회의록

2007년 3월 10일


* 회의내용


1) 실명제의 한계


  날로 심각해지는 인터넷 상의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전반에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으나, 악플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의 잇따른 발생으로 결국 지난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됨으로써 2007년 7월부터 제한적인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 인터넷 실명제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포털의 경우 게시판 등을 설치 운영할 때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의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는 싸이월드나 기타 사이트들을 살펴보면, 실명제가 채택됐을 때의 결과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게 되도 막말이나 본문과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댓글이 올라오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게시판의 질서 정도는 사이트 자체가 게시물 질서에 관한 어떤 규칙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주민번호 도용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실명제가 확산된다고 해도 타인의 주민번호를 이용하여 ID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게시물의 작성자 이름과 실제 작성자의 일치를 확신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번 7월에 시행되는 인터넷 실명제는 누리꾼이 쓰는 글마다 실명이 붙는 것이 아니다. 해당 법률은 사이트의 가입시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거치는 절차를 골자로 하고 있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명제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실제 적용되는 사이트도 포털, 언론 사이트 28개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본인확인절차를 거치고 있어 지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 여성과 인터넷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한 찬반논의 중,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여성 쪽에서 상당부분 나왔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 부당한 폭력을 당하는 쪽은 일방적으로 여성일 경우가 많으며 (음란이메일이나 스토킹 etc.) 댓글 문화에서도 여성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상화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즈음 범람하는 개똥녀, 간석동녀, 엘프녀 등등의 ‘모모녀’ 신드롬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이다. 이렇게 여성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기존에 표현의 자유 침해를 들어 반대했던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명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정보의 손쉬운 노출을 가능하게 해 누리꾼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유도한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한 줄의 댓글마다 그 글을 남긴 누리꾼의 성별을 알 수 있게된다면, 오히려 여성 누리꾼들은 쉽게 다른 누리꾼들의 공격대상이 쉽게 될 수 있다. (실례로 군대문제를 토론하는 게시판에 여성 누리꾼이 글을 남기면 군대갔다오지 않은 여자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는 건전한 토론문화를 저해하는 요소이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각종 범죄의 대상으로 표적이 되어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실명제로 올바른 인터넷문화가 정착된다면 여성의 불이익도 따라 줄어들겠지만, 인터넷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탓에 실제 사회에서보다 언어적 양성평등 문화의 수준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별한 경각심을 놓지 않을 필요가 있다. 


 제한적 실명제를 거쳐 실명과 정보가 공개되는 완전한 실명제로 가야한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인 바, 실명제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대안이 절실하다 하겠다.


 3) 대안논의


① 사이버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사이버 사회의 규칙을 정할 때, 이에 대한 두가지의 시각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이버 사회를 기존 사회의 일부로 보아 사회의 법률과 규칙, 도덕성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이버 사회의 특수성을 인정해 그 세계 자체의 법률과 규칙, 도덕성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불특정 다수에게 급속도로 전파가 가능하고, 익명성의 수혜로 일반적인 규칙과 처벌 기준으로는 일반사회 수준의 도덕성 담보가 어렵다. 따라서 우리 ‘누리넷’은 후자에 방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시켰다.


②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의 확대된 역할 필요


  사이버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 세부적으로는 게시판 단위의 관리자의 역할을 확대시켜, 일정 기준에 못 미치거나 사이버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그 책임소재를 관리자에게 물어 해당 사이트나 게시판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 사이트나 게시판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금전적 지원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격려할 수 있다. 관리자의 관리 지침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a. ID등급제

  이는 인터넷 까페, 클럽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를 인터넷 전반으로 확대시키는 방법이다. 모든 사이트마다 준회원, 정회원, 우수회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회원의 단계를 많은 수로 두지 않도록 해도 경고회원제는 반드시 채택하도록 한다. 질서에 어긋나는 언행을 한 회원은 관리자가 경고를 하도록 해, 쓰리 아웃(three out, 세 번 경고시 강제 퇴출)시키도록 한다. 이 등급 관리의 핵심은 회원의 등급을 회원의 아이디가 노출될 때마다 알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고회원이 글을 쓸때에는 작성자 아이디와 함께 경고회원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함께 나타나도록 하여 해당회원의 글은 수준 높은 감시의 대상이 되도록 유도한다. 이 제도는 기존 까페나 클럽 등에서 검증이 된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용성을 보장할 수 있다.


b. 연령등급제

  영상물 등급제처럼, 각 사이트나 게시판별로 연령 기준을 두는 방안이다. 이 방안도 기존 까페나 클럽 등에서 검증된 방안이다. 기존 영상물의 등급과 비슷하게 전연령이용가, 7세, 15세, 19세 더 나아가 더 세부적인 구분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 나이별로 관리되는 게시판은 이용자에게 소속감을 가지게 하여 올바른 댓글 문화를 만드는 경향이 있고, 관리도 용이하다. 이는 본인 확인과 연령확인을 거치는 데 실명제와의 연계가 필요할 것이다.


c. 사이버 수사대의 확대

  - 인력확충: 현재 사이버 수사대가 창설되어 운용되고는 있지만, 그 활용 정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므로 사이버수사대에서 인터넷을 보다 강도 높게 감시하고 누리꾼의 수사대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규모로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인터넷을 용이하게 감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거대규모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인력확충의 방안으로는 1) 사이버수사대 자체의 증원 2) 아르바이트 생 고용 3) 대학생 자원 사이버 감시단 모집 등이 있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안은 고용창출과 대학생들의 경력 쌓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 사이버 수사대의 자율권: 현재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누리꾼이 피해를 보았을지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고발을 하지 못해 구제를 받기 힘들다. (실제로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여 고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를 완화하여 인터넷 범죄에 대한 사이버 수사대의 활동 자율권을 부여하고 피해자의 고발이 없더라도 수사대가 범죄에 대한 조사와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사이버범죄에 대한 비친고죄로의 전환도 고려해볼만한 사항이다.

 - 사이버 수사대 링크: 각 사이트마다 신고기능과 사이버수사대로의 링크를 필수로 두도록 한다. 이로 신고 문화와 사이버수사대의 활용을 독려할 수 있다.


d. 성폭력법과의 연계

  사이버 범죄는 언어적 성폭력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성폭력법에서 인터넷 상의 성폭력을 다루어, 이를 규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여성들의 피해를 막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by 태방 2007. 3. 25. 12:07
http://blog.naver.com/nogari9/100035106419


2002년 '청년과학' 8호 글

  "거꾸로 읽는 세계사". 88년 군사정권의 서슬 퍼렇던 시절에 한 서울대 '제적생' 출신이자, 구속도 두번이나 된 '전과자' 출신이 쓴 책이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미국 중심의 시각만이 인정받을 수 있던 시절에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조작한 통킹만 사건으로 인한 제국주의 전쟁이다.", "이스라엘로 인해 강제로 쫒겨난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인들은 테러범이 아닌 피해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사람. 학생 운동권 사이에 불후의 명문으로 칭송되고 회자되는 "항소이유서"의 필자. 그리고 "MBC 100분 토론"의 사회자. 그를 소개할 수 있는 말들이다.

 

  유시민. 우리 "청년과학"이 그를 처음 만난것은 지난해 봄, 학교에는 '해맞이 한마당'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그 때였다. 모 방송국의 토론프로그램의 방청객으로 우리가 나갔을 때 그는 패널중의 한 사람이었다. 자칭 "자유주의자"였던 그는 5공 실세였던 한 구(舊)여권의 정치인과 현 영남지역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한 현역의원에 맞서 명쾌한 논리를 펼쳤다. 그 때 강렬했던 인상을 이어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E-mail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추가적인 질문과 대답은 없었다.(편집자 주)

 

 

 

(청년과학) 대학 재학 시절중에 학내 언론과 관련하여 활동한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때의 소감과 지금의 선생님이 되는데 어떤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가?

 

(유시민) 입학 당시(78년)에 서울대에는 학내 언론이래야 대학신문 하나밖에 없었다. 또 80년 봄이 너무 짧아서 새로운 학생 언론이 출현하지 못했다. 83년 12월 소위 학원자율화 조치로 84년 가을 복학했을 때 <전진>이라는 서울대 폭학생 협의회 기관지(격주간)를 두번 정도 발간했는데, 내가 편집장 겸 발행인이었다. 기사를 쓰는 일도 재미있었고, 일종의 정치신문이라 학내의 정치적 논쟁을 일으키는 일도 의미가 있었다. 이 일에서 나는 '지식 유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년) 70, 80년대의 대학 언론은 전반전인 학내 분위기였던 민주화 운동 바람에 편승하여 운동권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대학 언론은 전반적으로 대학가 분위기가 바뀌어 당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투쟁 일변도의 어조보다는 문화적, 학술적인 기사가 많이 늘어났다. 70, 80년대를 겪은 선배님의 입장에서 현재의 대학 언론에 대한 소감이나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유)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변한 만큼 대학언론의 변화는 당연하다고 본다. 대학언론은 대학 사회의 문화와 학술활동에 관한 사항을 많이 다루는게 당연하다. 예전에는 이런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가 비상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운동적 시각이 우세했을 뿐이다. 다만 대학 언론은 대학이라는 특수한 사회의 언론이기는 하지만, 대학인들이 장차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대학 밖의 사회 상황과 동시대인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만은 놓아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청년) 대학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 대학 언론은 대학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정보 수요를 충족하고 대학 사회의 발전을 바라는 욕구를 표출시키는 매개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학 내에 만연한 권위주의 문화나 학연주의, 패거리주의등 부정적 문화풍토에 대한 자기비판이 부족하다는 것은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청년) 교지 편집이라는 활동의 본질이나 정체성은 어디에 있으며, 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유) 이 질문이 그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관련괸 것이라는 전제 아래 말하자면, 교지편집은 그것을 편집한 그 시점 그 학생들의 지적(知的), 사회적, 문화적 욕구를 객관화함으로써 거기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행위이며, 그 행위의 산물인 편집된 교지에는 당대 대학사회의 지적,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을 기록하는 역사자료로서 남게된다. 정체성을 지키는 데는 스스로 탐구하고 가꾸어 나가는 지식과 가치관과 의문을 그대로 담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를 가로막는 외적인 억압과 방해가 있을 때는 그것과 부딪쳐 극복해나가려는 것 이외에 정체성을 지킬 다른 방법은 없다.

 

(청년) 포항공대 교지에는 학생들을 선동하거나 자극적인 기사, 또는 학교측을 자극하는 기사는 학교 측의 재고 요청을 받기도 한다. 학교측에서는 교칙에 명시되어있는, 학생들이 "대표성을 갖는 "포항공대"라는 명칭을 이용해 사회적인 활동을 못한다"라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이는 학교 설립 당시(87년) 전국적으로 대학생들의 데모 열기가 높았기 때문에, 당시 총장이셨던 고(故) 김호길 총장님께서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정진을 위해서라는 긍정적인 이유로 이러한 조항을 삽입한 배경이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독재정권 아래서도 과학기술의 발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저절로 과학기술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고 김호길 총장의 뜻이 절대적으로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존중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학칙저항을 민주화가 크게 진척된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고인의 뜻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판정신은 사회과학자나 인문학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지식과 정보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책임의식은 자연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며, 그러한 책임의식은 학생들이 자기가 몸담은 대학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발언하고 그 시정을 위해 개인적 집단적으로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자유가 일탈로 치닫지 않게 하는 것은 교수사회의 지적 윤리적 지도능력에 달려 있다.

 

(청년) 위의 질문에 덧붙여 대학언론의 중립성에 대해 간단하게 말한다면,(대학 언론은 사회문제에 색깔을 가진 논조로 편집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신문과 같은 기사를 쓰듯이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입장에서, 그리고 학생 운동과 기성 언론과는 조금 떨어진 대학 언론의 입장에서)

 

(유) 이런 질문에는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다. 언론은 그것이 대학 언론이든 일반 언론이든 간에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향과 방식으로 말이다. 때로 어느 한편으로 치우쳤다가 그 다음에는 다른 편으로 치우치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상호간의 비판과 독자들에게서 오는 비판에 대해 언제든 자기교정을 할 수 있도록 열린 태도로 임한다면 중립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것으로 본다.

 

(청년)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학점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학생이 학과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는데, 여기에 관련하여 새내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유) 학과공부에 열중하는 것이야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한다면 그 스스로 언젠가는 불행하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공부든 운동이든, 그 무엇이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빋는다. 여기서 '행복'이란죽음이 임박했을 때 일생을 동라보면서, 그래 다 잘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잘 살았어, 이렇게 주관적으로 느끼는 인생을 말한다. 전공지식 혼자서 이런 느낌을 줄 것이라고 빋는 학생이 만약 있다면,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렇게 사는 수밖엔 없을 것이다.

 

(청년) 자연과학과 공학을 이제 막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게, 인문, 사회학을 전공한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유) 공부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삶의 이치가 다를 리는 없다. 나는 삶의 즐거움은 '나눔'에 있다고 미든다. 지식이든, 육체적인 힘이든, 돈이든, 무언가 남과 나눌 것이 있고 나눌 의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자연과학과 공학의 영역에서 배우게 될 지식과 앞으로 훌륭한 연구자 또는 직업인으로서 이루어 나가게 될 것들 가운데, 내가 누구와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늘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인생은 선택의 가능성을 하나씩 버리는 과정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에는 인생이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도화지 같다고 새각하겠지만, 전공과 대학을 택한 순간 그 도화지에는 이미 일정한 바탕색이 칠해지는 셈이다. 앞으로 십 년 이십 년이 더 지나면 거기 새로 칠할 수 있는 색깔은 아마도 거의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때 거기에서 아무것도 나눌 거리도 찾지 못하는 인생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인생이 될 것이다. 여러분의 대학생활이 삶의 풍성함을 더해 나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가 쓴 "항소이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법은 일시적, 상대적이지만 양심은 절대적이고 영원합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양심을 따랐습니다. 그것은 법은 지키는 일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양심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가 운동권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가 사회의 문제아가 되었던 이유, 그러나 그가 그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모두 들어있다. 진정한 자유주의자가 되고픈 그의 양심의 자유를 지키고자 한 마음가짐은, 그와 그의 동지들의 피로 일어선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또 다른 가르침을 주고 있다. 새내기 여러분들도 각자의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by 태방 2007. 3. 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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